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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국어는 능력이 아니라 ‘태도’다

살다 보면 우리는 언어 감각이 뛰어나 국어 공부를 특별히 하지 않아도 문제를 잘 푸는 학생을 종종 만납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대부분 남의 집 자식이죠. ‘어쩜 그 애는 국어를 그렇게 잘할까? 어릴 적에 책을 많이 읽었을까? 아니면 부모님이 똑똑할까?’ 이 수수께끼 같은 물음에 대한 저의 대답은 그저 그 친구는 글을 읽는 태도가 남들과 다를 뿐.”이에요. 1급인 학생에게는 1등급의 태도가 있습니다. 이는 곧 공부의 태도죠.

학생들은 어릴 적부터 본의 아니게 명사 위주의 글 읽기를 배워 왔어요. 공부를 이해의 영역이 아닌 암기의 영역으로 접한 시간을 떠올려 봅시다. 그동안 학교에서는 객관적 평가를 위해 명사형 정답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출제했죠. 그러다 보니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명사 암기 위주의 학습에 익숙해진 거예요.

하지만 우리말의 정보는 명사보단 동사형용사에 더 많이 담겨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죠.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이 시구에서 시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시어는 무엇일까? ‘돌담일까요, ‘햇발일까요? 여기서 명사 돌담햇발은 그다지 중요한 시어가 아닙니다. 이보다는 오히려 속삭이다라는 동사가 중요한 시적 정서를 담고 있죠.

돌담햇발을 다른 단어로 대체해도 시적 분위기에는 큰 변화가 없어요. 가령 풀잎에 속삭이는 이슬같이.”로 바꾸면 어떨까요? 시적 분위기는 여전히 따뜻하고 정겹습니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죠.

‘명사’보다는 ‘동사’와 ‘형용사’ 위주로 글을 읽을 때
글쓴이의 정서와 의도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는 어떤 독해 태도가 필요할까요? 명사 중심의 독해보다는 동사와 형용사 중심의 독해가 필요합니다. 즉 관형어·부사어·서술어 중심으로 글을 읽어야 하죠. 학생들이 과·기술·철학·경제 독서(비문학) 지문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대부분 전문용어에 기초해서 글이 전개되기 때문이에요. 시뮬라크르, 클라우디오스 프톨레마이오스, 세포소기관, 미토콘드리아, 공생 발생설, 한계효용곡선, 위법성조각사유 등 최근 수능과 모의고사에 나온 개념들을 살펴보면 전문용어나 사람 이름 혹은 특정 이론의 명칭인 경우가 많습니다.

글을 빠르게 읽으면서도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는 친구들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그들은 지문에 등장하는 어려운 용어를 쉬운 단어로 치환해서 읽는 일에 익숙해요. 어렵고 복잡한 용어에 현혹되기보다는 단어를 설명하는 서술어, 단어를 수식하는 부사어·관형어를 빠르게 파악해 핵심 내용과 키워드를 잘 이해하죠. 다음 문장을 봅시다.

한계효용곡선은 소비량이 증가할수록 기울기가 완만해진다.

학생들은 한계효용곡선 같은 전문용어는 모를지라도 완만해진다라는 서술어까지 모르진 않아요. 그리고 어려운 문장 속에서 서술어를 찾는 능력이 없지도 않고요. 지금까지 명사를 중심으로 글을 읽었다면, 앞으로는 동사와 형용사를 중심으로 독해하면 좋겠습니다. 런 맥락에서 국어는 능력이 아니라 태도라고 한 거예요.

어두운 광산에서 주위는 온통 시커먼 돌덩이뿐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불빛을 비추며 주의를 기울여 걷다 보면 과거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말과 의미의 보석을 찾을지도 몰라요. 수능과 모의고사라는 어두운 광산에서 말과 의미의 보석을 찾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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