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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뉴스

대표성 휴리스틱-펩시vs코카콜라

©shutterstock
만년 2위의 설움, 마케팅으로 극복하자

펩시는 코카콜라(Coca-Cola)와 함께 콜라 업계의 양대 산맥이지만, 창사 이래 한 번도 코카콜라를 넘어서 본 적이 없는 만년 이인자입니다. 코카콜라가 1886, 펩시가 1893(‘펩시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1898)에 나왔으니 두 회사의 역사도 별 차이가 없어요. 그러나 시장점유율 면에서 코카콜라는 펩시에 넘사벽같은 존재였죠.

펩시는 코카콜라를 넘어설 특단의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사람들이 코카콜라를 선택하는 까닭은 반드시 맛 때문일까요? 펩시는 그런 이유보다는 습관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들 코카콜라를 사서 마시니 나도 코카콜라를 먹는다.’ 뭐 이런 심리가 작용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펩시는 1975년 펩시 챌린지라는 새로운 마케팅을 시도했습니다.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모은 뒤 펩시 한 잔과 코카콜라 한 잔을 각각 마시게 합니다. 시음자는 어느 콜라가 펩시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두 잔을 연거푸 마시죠. 그리고 맛있는 콜라를 선택하게 한 뒤 그것이 펩시인지 코카콜라인지를 밝히는 방식이에요.

TV 광고로 전국에 방송된 이 펩시 챌린지에서 의외로 많은 사람이 펩시를 선택했습니다. 펩시는 이 광고를 통해 봤지? 코카콜라가 많이 팔리는 것은 습관 때문이지 더 맛있어서가 아니야!”라고 외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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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테스트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습니다. 우선 펩시가 많이 선택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두 콜라 맛의 특징 탓이라는 비판이 있었어요. 코카콜라가 단맛보다는 청량감이 돋보이는 맛을 자랑하는 반면, 펩시는 코카콜라보다 확실히 더 달죠.

각자 따로 마시면 못 느낄 차이지만, 둘을 연달아 마시면 펩시가 코카콜라보다 달다는 사실이 바로 느껴집니다. 평소에는 코카콜라를 더 맛있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조차 덜 단 음료와 더 단 음료를 잇달아 마시면 더 단 음료를 맛있다고 착각할 수 있다는 거예요.

또 챌린지에서 펩시는 캔을 막 딴 상태로 따른 반면, 코카콜라는 캔을 미리 딴 뒤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서 따랐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코카콜라의 장점은 강한 탄산과 청량감인데, 캔을 미리 땄으니 당연히 이 느낌이 반감했다는 의미예요.

하지만 진실 여부를 차치하고라도 이 마케팅은 콜라 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코카콜라를 선호하던 사람들조차 집에서 두 콜라를 따라 놓고 무엇이 더 맛있는지를 테스트해 보기 시작했어요. 콜라는 코카콜라라는 고정관념에 균열을 내고자 한 펩시의 전략은 멋지게 성공! 1975년 탄산음료 시장점유율은 1위 코카콜라 35%, 2위 펩시 20%15%p 차이가 났지만, 펩시 챌린지를 지속적으로 실시하자 1980년 이 차이는 8%p(코카콜라 36%, 펩시 28%)로 줄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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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성 휴리스틱

만약 사람들이 정확한 맛의 비교보다 콜라는 코카콜라지!’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코카콜라를 선택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대표성 휴리스틱(representativeness heuristic)이라는 용어로 설명합니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의 이론이기도 하죠.

휴리스틱이란 쉽게 말하면 대충 찍는 습관이라는 뜻이에요. 카너먼에 따르면,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할 때 이익과 손실을 꼼꼼히 비교해 결론을 내리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선택의 기로에서 대충 찍어 버리는 경우가 많아요.

대표성 휴리스틱은 무엇을 선택할 때 어떤 것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찍는 행위를 뜻합니다. 콜라를 고를 때 맛과 가격을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콜라를 대표하는 음료는 코카콜라지!’라는 고정관념으로 선택한다는 의미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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