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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분류

상호작용과 시너지로 꽉 찬 교실

위기가 발전 모색하는 모순 낳아
확장된 배움의 생태계 적극 활용

 

 

 

 

[송수연 경기 은행고 교사] 2020년은 참으로 이상(異常)했다. 팬데믹에 모두가 혼란했고, 안정의 기표이자 보루였던 ‘학교’는 특히 더 당황했다.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던 교실의 안전성은 전염병으로 붕괴됐고, 1년의 학교를 운영하는 교육과정 계획은 몇 번이나 새로고침 당했다. 그리하여, 학교는 변했다. 아니 변해야만 했다. 사실 학교가, 그리고 수업이 바뀌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있어왔다. 그러나 100년 넘게 온존해 온 그동안의 학교 교육에 대한 경로 의존성은 변혁적인 실천을 더디게 했다. 최초의 전화기가 스마트폰으로 진화하는 150년 동안, 학교 교실에서의 수업 장면은 일관적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를 미증유의 공포에 몰아넣은 전염병은 좋든 안 좋든 학교 수업을 바꾸고 있다. 원격 수업과 대면 수업을 함께 이뤄나가는 블렌디드 러닝이 급격히 도입됐으며, 공고하다 여겨졌던 일제식, 근대식 수업도 변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극심한 위기가 역설적이게도 발전을 모색하게 하는 모순을 낳은 것이다.
 

수업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여기, 한 학교를 보자. 이상한 학교가 있다. 이 학교의 수업은 참 이상(異常)하고, 또 이상(理想)하다. 이상한 수업은 크게 세 가지 특징을 갖는다.
 

첫째, 이상한 수업은 학생과 교사, 학생과 학생 간의 상호작용, 그리고 그 시너지에 의해 수업이 전개된다. 교사는 수학능력시험에 나올 지식을 주입하기 위한 강의 위주의 수업을 지양한다. 학생들은 듣기만 하지 않고, 배움을 구조화해 나간다. 이상한 수업은 하브루타 공부법을 자주 활용한다. 학습목표를 설정할 때에도, 자료를 탐구할 때에도 활력이 가득한 교실의 학생들은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하고 서로를 경청한다. 온라인 수업에서도 활력은 끊이질 않는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 중 열린 모둠별 소회의실에서, 학생들의 짝토론이 활발히 진행된다. 이렇듯 이상한 수업은 학생들의 의사소통으로 꽉 채워져, 생동감이 있다. 
 

둘째, 이상한 수업은 학생 삶의 성장을 위한, 자발성에 기초한, 핵심 역량을 함양하는 수업을 전개한다. 이상한 수업 속 학생들은 삶과 연결된 나의 배움을 주도하는 주체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성장을 돕는 조력자이자 동료 학습자이며, 배움의 설계자이고 실행자가 된다. 민주주의 수업 중 학교의 교칙을 두고 수정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토론한다. 협력하며 더 나은 해결방안을 도출하고, 교사는 이 과정을 평가한다. 캠페인과 대토론회를 통해 교칙을 수정해나갈 것을 제안하고, 사회 개선을 위해 실천하는 체인지 메이커가 된다. 즉, 이상한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삶을 자주적으로 계획하고, 역동적으로 운영해가는 주체이자 시민이 된다.
 

셋째, 이상한 수업은 확장된 배움의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마을의 어르신을 인터뷰하고 우리 학교의 역사를 써보는 수업활동을 진행한다. 지역 도서관에서 꿈 찾기 활동을 통해 적극적인 진로 탐색 수업을 함께 하기도 한다. 원격수업 기간 중 학생들이 패들렛(Padlet) 내 담벼락에 자신의 온라인 프로젝트 과제를 수행하면 학급 친구들, 타 학급, 나아가 타학교 친구들까지 나의 과제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댓글로 달아준다. 댓글은 동료 피드백으로 기능하고, 학생들은 피드백을 통해 더 성장해 간다. 교사들은 전국 어디에서든 학생들의 성장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으며, 개별화된 피드백을 다시 한번 제공한다. 이처럼 이상한 수업은 온 마을을 교육의 장으로 만든다.
 

이상한 학교의 이상한 수업은 학교 수업의 뉴노멀이 어떤 표준을 지향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한다. 단순히 안전과 위생의 문제를 넘어선, 학교 수업의 획기적인 변혁을 도모해보자. 포스트 코로나의 이 과도기가, 가르침을 비우고 배움으로 가득 찬 수업, 학생들의 삶을 위한 수업, 학생들의 자기관리역량을 크게 성장시키는 수업으로의 전회의 시대로 기록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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