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화와 장수 추세를 반영해 유엔(UN)이 새로운 연령 구분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8~65세는 청년이고 80세가 넘어야 노인으로 구분한다.” SNS나 온라인커뮤니티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한눈에 쉽게 볼 수 있도록 이미지로 만든 것도 있죠. 긍정적인 내용이어서 받아들이기에도 부담이 없습니다. 특히 어르신들이 반가워하고요. 그런데! 이게 과연 사실일까요?
언론 기사에도 정확한 근거나 출처는 없어
‘유엔의 새로운 연령 구분’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 보면 수많은 글과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블로그·카페 등의 게시물은 물론이고, 언론보도와 보고서·서적 등의 출판·인쇄물도 발견되죠. 특히 지난해 3월 방영된 KBS 예능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2018~ )을 통해 ‘유엔이 발표한 새로운 연령 분류 기준에 따르면 청년은 몇 세부터 몇 세?’라는 문제가 나온 뒤 해당 장면을 캡처한 이미지가 온라인상에서 많이 공유되고 있어요. 0~17세는 ‘미성년자’(Underaged), 18~65세는 ‘청년’(Youth/Young people), 66~79세 ‘중년’(Middle-aged), 80~99세 ‘노년’(Elderly/Senior)이며, 100세부터는 ‘장수 노인’(Long-lived elderly)으로 분류한다는 내용입니다.
그 내용은 매년 많은 언론이 기사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매체와 시기도 아주 다양하죠. 가장 오래된 보도는 한 지역신문이 2015년 3월 11일에 발행한 칼럼이고요.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어요. 수많은 언론보도를 꼼꼼히 살펴봐도 모두 전언이나 인용의 형태로 해당 내용을 언급할 뿐, 정확한 근거나 출처를 제시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습니다. 온라인상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오래된 관련 게시물은 2014년 10월 11일에 올라온 블로그 글인데, 여기에도 근거나 출처는 없고 단순 언급만 있죠.
관련 연구와 공식 보고서에도 없는 내용
‘유엔의 새로운 연령 구분’이 온라인상에 자주 등장한 2015년 즈음에 국내에서 발표된 주요 관련 연구도 샅샅이 찾아봤어요. 하지만 어떤 연구에도 그런 내용은 없습니다. 모두 기존대로 ‘65세’를 노인의 기준으로 삼고 있을 뿐이죠. “1956년 국제연합에서 65세 이상을 ‘고령자’로 하여 전체 인구에 대한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을 고령화율로 하면서 노인을 65세 이상으로 하는 것이 일반화됨.”(경기복지재단, 「인구 고령화에 따른 노인 연령 상향조정 공론과 대응 방안」, 2015년 11월 발행.) 대체로 이런 식입니다.
같은 내용으로 해외 자료를 검색해 보면, 외국에서도 ‘유엔의 새로운 연령 구분’이 종종 이슈가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러 나라의 언론, SNS, 온라인커뮤니티, 심지어 논문에도 이러한 내용이 인용된 걸 확인할 수 있지만 정확한 출처를 제시한 곳은 없죠. 차이가 있다면,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에선 그 내용을 전한 언론보도가 극히 드물었다는 사실이에요.
유엔과 세계보건기구(WHO)가 정기적으로 발행하는 보고서 등의 간행물에도 해당 내용은 나오지 않아요. 분명한 것은 유엔이 지금도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한다는 점이죠.
이제 정리할 시간입니다. ‘유엔의 새로운 연령 구분’이라는 내용의 게시물은 국내에서 2014년 10월경부터 공유되어 왔지만 정확한 출처를 밝힌 곳은 없습니다. 또한 국내 주요 기관과 유엔·세계보건기구에서 발간한 공식 기록물을 살펴도 해당 내용을 찾을 수 없죠. 따라서 ‘유엔의 새로운 연령 구분’이라는 온라인 게시물은 정확한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인터넷 낭설(루머)임이 유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