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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뉴스

[에듀팡아트뉴스] 아트 인플루언서 ‘아트드렁크’가 바라본 한국 미술시장

[에듀팡아트뉴스] 아트 인플루언서 ‘아트드렁크’가 바라본 한국 미술시장

차별화된 양질의 비주얼 콘텐츠로 팔로워 10만명 달성
소장품 40점에 이르는 영 컬렉터이기도


게리 예가 촬영한 디아비컨에 내걸린 마이클 헤이저(Michael Heizer)의 작품 ⓒartdrunk
 
인스타그램 ‘아트드렁크(@artdrunk)’로 잘 알려진 게리 예(Gary Yeh·27)는 팔로워 수가 10만명에 달하는 아트 인플루언서다. ‘예술을 배우는 가장 쉬운 방법(The Easiest Way to Learn About Art)’을 표방하는 동명의 미디어 컴퍼니 아트드렁크를 2018년 설립해 전 세계 미술계 소식과 자체 제작 콘텐츠 등을 뉴스레터 형식으로 매주 발송해오고 있다. 이메일을 직접 입력해 이를 정기 구독하는 이들의 수만 50만명에 이를 정도니 글로벌 아트씬에서 그의 유명세와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2018년에는 아트넷(Artnet)이 뽑은 주목해야 할 10명의 아트 인플루언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사진, 비디오 등 개성 있는 양질의 비주얼 콘텐츠를 내세워 페로탕, 하우저앤워스 등 세계 메이저갤러리를 비롯해 국제갤러리, 아트부산 등 국내 미술계와도 활발한 교류를 이어오고 있는 그는 “예술이 너무 좋다. 이를 더욱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내 콘텐츠를 통해 누구나 미술을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현재 서울에 머물며 한국 미술씬을 누비고 있는 ‘아트드렁크’를 만났다.
 

 
─최근 인스타그램 팔로워수가 10만명을 찍었다. 적지 않은 수인데, 소감은.
 
“6년 전부터 포스팅을 시작했다. 포스트 하나를 올릴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고 반응을 보여주는 것에 큰 감사함을 느낀다. 비학문적일 수 있지만 감성적으로, 또 이해하기 쉽게 접근하는 나만의 방식을 좋아해주는 듯하다. 10만명이 어마어마한 숫자이지만, 내 목표는 더 높은 곳에 있다. 안주하지 않고 계속 좋은 콘텐츠를 생산해 더욱 많은 이들과 소통하고자 한다.”
 
─‘아트드렁크’라는 이름이 재밌다. 어떻게 짓게 됐나.
 
“웃긴 이름을 짓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말 그대로 술에 취하는 게 아닌, 예술에 취한다는 뜻이다. 사실 예술이란 게 실제로 그렇기도 한 것 같다. 미술관이나 갤러리, 아트페어에서 6~7시간씩 머물며 작품을 보곤 한다. 언젠가는 누군가가 전시장에서 나오던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 뭐냐고 묻더라. 거짓말같이 내가 무얼 보고 경험했는지 거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너무나도 수많은 작품을 보면서 흡사 작품에 취한 것처럼 말이다.”
 
─팬데믹 이후, 이전처럼 세계를 누비고 다니며 작가를 만나기 쉽지 않다. 이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나.
 
“작가들의 작업실을 방문하던 때가 가장 그립다. 한 작품을 2~3시간씩 보며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감상하곤 했었다. 어떻게 이런 작업을 하게 됐으며, 그들의 속내나 배경까지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경험이 물리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작가들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비록 직접 대면하거나 마주할 순 없지만 그들과의 디지털 미팅으로나마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기쁘고 즐겁다.”
 
─최근 한국에서 본 전시 중 기억에 남는 전시가 있다면.
 
“현재 스페이스K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헤르난 바스(Hernan Bas)의 개인전 ‘Choose Your Own Adventurer’가 인상 깊었다. 헤르난 바스의 작품을 갤러리에서는 많이 봤지만 미술관에서 본 것은 처음이라 색달랐다. 또 전시가 최근작뿐만 아니라 지난 10년간의 작업도 함께 다뤄 헤르난 바스의 팬으로써 볼거리가 굉장히 많더라. 놓치지 않고 꼭 보길 추천한다.”
 

 
─아트 컬렉터이기도 하다. 가장 처음으로 구입한 작품은 무엇이며 요즘 눈여겨보고 있는 작가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알게 된 한 작가의 작품을 직접 보지 않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구입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무모했다. 생애 첫 컬렉션인데 무려 2미터에 이르는 대작을 겁 없이 샀으니 말이다. 피터 모홀(Peter Mohall)이란 노르웨이 작가인데 미니멀한 작업을 한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한국 단색화에 빠지게 된 것 같다. 물론 단색화와는 다르지만 비슷한 분위기가 있다. 요즘은 소품을 주로 구매한다. 지금까지 40점 가량 수집했다. 조나단 몽크(Jonathan Monk)의 영수증 낙서 소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 실제 영수증 위에 솔 르윗, 크리스토퍼 울, 앤디 워홀 등 유명 작가의 대표작을 그린 작업이다.”
 
─젊은 밀레니얼 컬렉터들의 수가 늘어가고 있다. 이제 막 입문하는 초심자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
 
“나만 하더라도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작품 한 점을 살 때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쏟는 것 같다. 작품 구입에서뿐만 아니라 매사에 시간과 여유를 갖고 천천히 생각하는 게 도움이 될 때가 있지 않나. 당장 유행하고 인기 있는 작품을 사고 싶을 수 있지만, 안목을 키우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우고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필수다. 또한 자기 자신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취향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라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길게 보길 바란다.”
 
─국제 미술시장과 비교해 한국의 아트 마켓과 아트 컬렉터만의 구별되는 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트렌드와 유행에 민감한 것 같다. 이를테면, 작품 구입과 미술에 관심 있는 무리가 있다고 해보자. 그 중 한 명이 누구의 작품을 샀다고 하면 그룹 모두가 그를 따라서 같은 작가의 작품을 사는 경우를 많이 본다. 다른 나라에서는 본 적 없는 특징적인 모습이다. 또한 미술품의 투자성과 잠재력을 경험하며 한국 미술시장이 점차 확대돼 가는 걸 느낀다. 최근에는 백화점 등이 VIP과 같은 특정 소수를 대상으로 미술품 관련 교육 프로그램과 아트투어를 진행하고 특히 어린이를 위한 미술품 투자 수업을 연다는 소리도 들었다.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한창 가열되며 이를 쫓는 과도기인 듯하다.”
 
─단색화 등을 필두로 세계 아트씬에서 한국 미술이 그 위치를 점차 견고히 해 가고 있다. 한국 미술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한국 고유의 특성과 서양의 것이 적절히 섞여져 묘한 개성과 균형을 만들어낸다. 미술품뿐만 아니라 케이팝이나 한국음식 등이 세계에서 각광받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한국인은 이런 것에 아주 능하다. 규모가 훨씬 큰 일본 미술시장은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그런 적응에 뒤떨어져 가는데, 한국 미술이 이에 대한 위치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정상급 갤러리들이 서울에 꾸준히 브랜치를 내고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이를 방증하는 배경 중 하나 아니겠나.”
 
─좋아하는 한국 작가를 꼽는다면.
“맨 처음 접한 한국 작가는 정상화였다. 미국에서 처음 봤는데, 미니멀리즘적인 화면에 반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단색화에도 관심을 갖게 됐고 2년 전쯤 한국을 처음 방문하게 되면서 더더욱 한국 미술에 빠져들었다. 강서경과 양혜규의 작업도 참으로 좋아한다. 그들의 재료가 아시아인으로서의 나의 정체성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듯하다. 나와 나이가 비슷한 젊은 작가들도 좋아하는데, 특히 배재민의 작업이 흥미롭더라.”
 

 
─듀크대에서 미술사와 경제학을 전공했다. 미술에 빠지게 된 배경이 있나. 가족 중에 미술 전공자가 있다든지.
 
“미술과 관련된 일을 하는 가족은 없다. 그저 어머니가 페인팅을 취미로 하시는데, 유명 그림을 따라 그리시는 정도다. 나는 워싱턴에서 자라며 여러 현대미술관을 다니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 미술에 매료됐던 것 같다. 특히 이브 클라인의 작품을 참으로 좋아했다. 어느 순간부터는 다른 어떤 일보다도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지금 아트 비즈니스를 운영하기까지 이르게 됐다.”
 
─아트드렁크의 다음 행보는 무엇인가.
 
“아트드렁크의 설립 목적 중 하나는 작가들을 서포트하는 데에 있다. 인스타그램의 피드는 길어야 5초 정도 보는 게 전부라면 뉴스레터는 2분까지도 그 시간이 늘어난다. 보는 이로 하여금 좀 더 심도 있는 관심을 쏟게 할 수 있어 뉴스레터의 역할이 내게는 좀 남다르기에 지속적으로 뉴스레터 구독자수를 늘려가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
 
한국은 내 계획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거점지다. 한국에 갤러리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뜻이 있다. 한국 미술계는 갤러리들끼리 서로 협업하지 않는 구조더라. 나는 한국에서 갤러리스트도, 작가도 아닌 제 3자다. 베를린, 파리, 런던 등 화랑들은 서로 모여 갤러리 위켄드(Gallery Weekend)를 운영한다. 나는 철저한 제 3자의 입장으로서 이러한 행사도 기획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아트페어인 ‘키아프’와는 다른 성격으로, 갤러리들이 한데 모여 함께 일하는 장을 마련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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