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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길막’ 된 수에즈운하 선박 좌초


지난 3월 23중국에서 출발해 네덜란드로 향하던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이집트 수에즈운하에서 좌초했습니다길이 400m, 너비 59m에 이르는 22t급 컨테이너선이 약 200m 폭의 수로를 가로막게 된 것이죠뱃길이 막히는 바람에운하를 지나려던 수백 척의 선박이 오도 가도 못하게 되면서 국제물류 운송에도 큰 차질이 빚어졌어요.


©shutterstock
초대형 컨테이너선, 세계 최대의 운하를 막다

수에즈운하는 이집트 시나이반도 서쪽에 건설된 세계 최대의 운하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항로입니다. 1869년 개통된 수에즈운하는 꽤 오랜 시간 영국의 지배에 놓였다가 1956년 이집트가 국유화했죠건설 당시엔 길이 164km, 수심 8m의 규모였지만 이후 몇 차례 확장공사를 거쳐서 현재는 길이 193km, 수심 24m, 최소폭 205m가 됐어요지난 한 해에만 1만 9,000척 이상의 선박이 수에즈운하를 이용해 아시아와 유럽을 오갔습니다그곳을 거치지 않으면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돌아 9,000km를 우회해야 하거든요.

이번에 좌초한 선박은 타이완의 해운사 에버그린마린(Evergreen Marine) 소속 컨테이너선인 에버기븐호(Ever Given)입니다. 2018년 일본의 이마바리조선이 제작한 초대형 컨테이너선인데, 20피트(약 6m) 길이의 표준 컨테이너 2만 124개를 실을 수 있죠일본의 쇼에이기센이 소유하고 있지만에버그린마린에서 전세로 운용 중이에요.

좌초의 원인으론 봄철 수에즈운하 지역에서 부는 시속 74~93km의 모래폭풍이 꼽혀요에버그린마린 측은 배가 모래폭풍에 휩쓸려 균형을 잃으며 사선으로 돌면서 운하를 막아 버렸다고 주장했죠하지만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운항 미숙과 정전 등 기술 결함의 가능성까지 열어 두고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공방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돼요.


전 세계 교역량의 12% 차지, 하루 피해액 10조 원까지 추정

배들이 다시 움직이기까지는 열흘이 걸렸어요좌초 3일 뒤인 3월 26일부터 제방과 선박이 맞닿은 아래쪽을 파냈고, 27일엔 14척의 예인선을 투입해 선체 방향을 바꾸려는 시도가 이어졌습니다. 28일엔 18m 깊이까지 땅을 파내면서 마침내 해수면이 가장 높았던 29일에 이르러 완전 부양에 성공했죠에버기븐호가 다시 떠오를 당시 대기하던 선박은 총 422척이었는데이후 한 척씩 한 척씩 운하를 통과해 4월 3일에야 모든 대기 선박의 통행이 완료되며 좌초 상황이 끝났답니다.

그러나 열흘의 좌초가 끼친 피해는 상상을 초월합니다수에즈운하는 하루 50연평균 1만 8,000여 척의 배가 통과하는 곳이죠이는 전 세계 교역량의 12%에 이르는 수치예요국제물류 시장은 수송 지연으로 시간당 약 4,50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되고전 세계 해운산업에서 매일 10조 2,0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배상을 둘러싼 다툼은 이제 시작입니다매년 수에즈운하에서 6조 5,000억 원가량의 통행료를 얻는 이집트 당국은 이미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공언했죠오사마 라비(Osama M. M. Rabie) SCA 청장은 “10억 달러(약 1조 1,000억 원) 이상의 배상금을 청구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에요.

하지만 더 큰 규모의 손해배상청구가 남아 있습니다사고 기간 수에즈운하를 이용하지 못한 다른 선박들의 피해액을 고려해야 하죠수에즈운하에 대기 중이던 선박에다가운하 이용을 포기하고 항로를 바꿔 아프리카 대륙으로 우회한 선박까지 포함한다면 이번 사고로 피해를 본 선박은 1,000척이 넘을 것이라 예상돼. 화물을 운반하는 대형 선박의 경우 운송이 하루 지연될 때마다 피해액이 1억 원이 넘는다고 하니선박들의 총피해액을 추산하면 하루 1,000억 원 이상의 규모인 셈입니다.

배상책임은 책임 소재에 따라 결정되는데이집트 정부는 사고 책임이 에버기븐호 선장에게 있다는 입장이에요그렇다면 최종 책임은 선주와 선사 가운데 선장을 실질적으로 관리·감독하는 측이 지게 되죠이 경우 에버그린마린이 쇼에이기센으로부터 선박을 빌리면서 체결한 용선계약 내용에 따라 책임이 결정돼요한편 사고 원인이 강풍 등 자연적 요소(불가항력) 때문이라면선주나 선사 모두 배상책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