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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에듀팡교육칼럼]자유학년제, 어떤 상황에서도 군더더기 없는 글로 드러낼 줄 안다면 성공


지난달 각 시도교육청은 자유학년제 활성화를 위한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교사 연수와 학부모 연수를 실시했다. 앞서 지난 1월 서울시교육청은 ‘2021학년도 중학교 자유학년제 운영계획’을 발표하면서 중학교 2~3학년을 대상으로 ‘미니 자유학기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정기고사 이후 2~3주를 미니 자유학기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2016년부터 전국 모든 중학교에서 전면 시행하고 있는 자유학년제를 고교학점제와 연계해 보다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얼마 전 열린 교육청 주최 행사에서 주목할 점은 관내 초·중등 학부모를 대상으로 자유학년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학부모 공감 연수를 실시했다는 것이다. 자유학년제를 준비하는 데 학교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학부모는 ‘자유학년제’를 제대로 알지 못해 미리 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유학년제는 중학교 1학년 한 학년 동안 지식경쟁중심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잠재력과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 등을 키우는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도입된 정책이다. 교과수업은 학생 중심인 참여형 수업으로 진행되며, 정답 찾기 위주의 지필 평가 대신 학습과정을 관찰하는 과정중심평가가 이뤄진다. 교육부가 자유학년제 관련 브리핑을 하면서 내놓은 답이 눈길을 끈다. 자유학년제를 미리 대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자기주도적인 독서를 통해 폭넓은 지식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답한 것이다.

자기주도적으로 책을 읽고 배경지식을 쌓는 것은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을 읽고 글로 써봐야 한다. 한 권을 읽더라도 제대로 읽어야 하고, 책을 읽고 나서는 글쓰기를 통해 읽은 것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꾸준히 읽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풀어내는 과정을 거쳐야만 진정한 내 것이 된다는 말이다.

“선생님, 무슨 수행평가가 이렇게 많아요? 전부 글 쓰는 것밖에 없네요.” 올해 중학교에 진학한 자녀를 둔 학부모와 상담을 하며 들었던 이야기다. 수행평가가 몰아치는 계절이 돌아왔다. 자유학년제에서는 지필 평가 대신 수행평가가 강화되고, 평소보다 글쓰기·발표·토론·프로젝트 등 모둠형 수업이 늘어난다. 기본적인 사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배경지식과 언어능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은 짧은 시간에 배양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므로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얼마 전 중1 학생이 학교 수행평가를 앞두고 “문제가 생겼다”며 울상을 지었다. 국어와 도덕 수행평가가 ‘글쓰기’인데, 기간이 겹치는 바람에 준비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리딩엠 800자 원고지 글쓰기 시간에 수행평가를 주제로 글쓰기 하며 지도를 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수행평가 주제를 들어보니 국어는 자유롭게 주제를 선정해 수필을 작성하는 것이고, 도덕은 존경하는 인물을 주제로 글을 작성하는 것이었다. 두 글 모두 리딩엠 수업시간에 이미 작성했던 글이었던 것이다.

앞서 지난 2월 리딩엠에서는 중등 교과서에 수록된 문학, 비문학 작품들을 도서로 엮어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 중 교과서 수필 작품을 읽고 자유롭게 주제를 선택해 수필을 작성하도록 했다. 도덕 수행평가는 존경하는 인물을 주제로 작성하는 것인데, 유명한 위인들을 할 경우 차별화가 되지 않을 것 같아 일반인 중에서 생각해 보자고 했더니 학생이 ‘시민’을 꼽았다. 당시 리딩엠 칼럼 수업에서 미얀마 사태를 다뤘는데, 정의를 위해 맞서 싸운 시민들을 존경하는 인물로 적고 싶다는 것이었다.

흑인 인권 운동에 앞장섰던 미국 시민들과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 노력했던 시민들, 미얀마의 시민들을 주제로 글을 작성해보기로 했다. 학생은 두 글 모두 학교에서 직접 작성하기 때문에 리딩엠에서 꼭 한 번 미리 써보고 가고 싶다고 했다. 속상해하던 학생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평소 수업을 통해 준비돼 있었기에 잘 대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활성화되면서 수행평가가 아니더라도 글쓰기 과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늘고 있다. 오전 9시에 시사 이슈를 주고 당일 오후 12시까지 관련 기사문을 작성해 제출하라는 과제를 받은 학생이 있었다. 다행히 그 학생은 “리딩엠 칼럼 수업에서 다뤘던 내용이라서 칼럼 노트를 펼치고 수업 내용을 생각하며 잘 작성할 수 있었다”고 했다. 칼럼이 어려워서 힘들다고 하던 학생이 요즘에는 수업시간에 가장 먼저 묻는다. “선생님, 오늘 칼럼 주제 뭐예요?”라고 말이다.

리딩엠 초등 4학년 4월 수업 도서에는 ‘한글 창제’를 배경으로 한 문학작품이 포함돼 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활동지에 작성하는 것 중 하나가 훈민정음 반포를 기사화해 작성하는 일이다. 문학작품을 읽더라도 단순한 감상문이 아닌 여러 갈래의 글을 작성해볼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하는 것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참 중요하다. 특히 그 일이 인생에서 처음 걷는 길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함께 하는 이가 든든하게 손을 잡고 나아갈 길을 알려준다면 얼마나 큰 힘이 되겠는가. 새로운 길도 혼자서 씩씩하게 잘 걸어갈 수 있는 힘을 키워갈 수 있도록 책읽기와 글쓰기가 우리 아이들의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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