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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팡 사건사고] 무인 점포를 노리는 아이들 - 서민수 경찰관


무인 점포가 인기입니다. 동네마다 멀지 않은 곳에 무인 점포가 있죠. 지난 몇 년간 무인 빨래방을 비롯해 무인 편의점, 무인 사진관, 무인 스터디 카페까지 등장하면서 동네 상권이 점점 무인 점포로 변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동네마다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이 늘면서 아이들의 즐거움도 커졌죠. 특히, 무인 문구점까지 등장해 퇴근 후 아이의 학교 준비물을 걱정했던 부모님들의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이렇듯 코로나로 인해 우리 사회가 점점 ‘키오스크 사회’로 변하는 걸 몸소 실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 무인 점포가 좀도둑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예상은 했었지만 이렇듯 발 빠르게 전염될 줄은 몰랐죠. 특히, 10대 비행 청소년들이 ‘무인 점포 좀도둑’으로 지목되면서 대책이 시급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무인 점포’라고 검색하면 ‘무인 점포 절도 몸살’이라는 언론 보도부터 먼저 나오는 데다 또, 며칠 전에는 무인 점포에 있는 금고만 골라 턴 ‘10대 절도단’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거리로 나온 아이들이 이 코로나 시국에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을지 걱정했는데, 정작 아이들은 제 고민과는 상관없이 무인 편의점에서 먹을 걸 챙기고, 무인 뽑기에서 놀다가 무인 빨래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던 셈입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가 코로나를 대비한답시고 방역만 챙기다 보니 정작 거리로 나온 아이들을 챙기지 못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한편으로 보면, 우리 사회에 번지고 있는 무인 점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러니까 무인 점포가 지금 우리 사회에 등장한 것이 적절한지 묻게 되고 또,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게 맞는지도 의문입니다. 코로나의 대안으로 갑작스레 인기를 끌면서 인건비 절감과 24시간 영업 등의 호재를 제공한 건 사실이지만, 관리 공백에 대한 악재는 예상치 못했던 것 같습니다. 기존의 유인 점포가 고용 비용을 감수했던 건, 고용 비용 안에 점포를 감독하고 관리하는 비용도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고용 비용은 사람들에게 딴 마음을 갖지 못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었죠. 다시 말해, CCTV 한두 대와 IP카메라로는 관리 공백을 채우기에 역부족이라는 점이 드러난 셈입니다. 또, 관리가 허술한 점포는 결국, 비행 청소년들에게 성매매와 사기 그리고 무인 점포 절도 중 어느 게 더 수월한지를 고민하도록 만들었죠.

절도와 관련해서 얼마 전, 저는 한 선생님으로부터 상담을 요청받았습니다. 교내에서 한 여학생이 지갑을 도난당해 학교 분위기가 말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아시다시피 요즘 아이들의 소유욕은 부모 시절과는 다르죠. 더구나 도난당한 지갑은 아이가 1년간 용돈을 모아 산 명품 지갑이었고, 또, 지갑 안에는 십만 원이 들어 있었다고 하더군요. 학교 입장에서는 학교폭력보다 더 당황스러운 게 바로 도난사고입니다. 교내에서 일어나는 도난사고는 물증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물증은 없고, 정황만 난무한 게 바로 교내 도난사고입니다. 이 때문에 아이와 부모는 도난사고 예방을 위해 CCTV를 설치해달라고 요구하지만, 아이들의 사생활은 물론 인권을 침해하는 CCTV를 학교가 수용할 수 없는 노릇이죠. 더구나 학교폭력에서 변호사와 경찰이 개입하며 아이들 역시 법의 논리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래서 도난사고가 발생하면 선생님보다 경찰을 먼저 찾는 경향도 늘었습니다. 이러한 절차가 틀렸다기보다 학교에서 해결할 기회를 잃는 게 더 안타깝고, 무엇보다 서로를 존중하고 아껴주어야 할 교내 친구 관계가 삐걱거리는 게 더 마음에 걸립니다. 도난당하는 무인 점포가 늘면 늘수록 동네 민심이 흉흉해지는 것처럼 학교 도난사고 또한 아이들 사이에서 흉흉한 분위기가 돌게 되면 학교 교육마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 자체가 다양한 아이들이 모인 공동체이다 보니 학교에서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이 교육 활동과 겹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교내 도난사고는 다양하고 복잡한 원인을 가지죠. 견물생심도 있지만, 상대를 괴롭힐 목적도 있고, 또 생리적인 원인이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또, 교내에서 도난사고가 발생하면, 무분별한 고자질과 비난이 난무해서 분위기도 함께 엉망이 되죠. 학교는 그럴수록 인성 교육을 강화하여 아이들의 마음을 집결시켜 보지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사실확인은 따지지 않고 숨 가쁘게 정보를 소비하는 ‘스낵 컬처’ 문화 때문에, 아이들의 사회 학습량이 쭉쭉 늘고 있어 교육이 더 힘들어졌습니다.

결국, 해법은 아이에게 훔치는 행위가 얼마나 잘못된 행동인지를 인식하게끔 교육하는 데 있습니다. 아이들의 숨겨진 도덕성과 부족한 사회적 규범력을 학교와 부모 그리고 우리 사회가 얼마나 끌어내느냐 하는 노력에 달렸다는 걸 의미합니다. 특히, 아이가 올바른 규범력을 가질 수 있도록 ‘선행(善行)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저는 지금껏 무인 점포에서 CCTV 말고 아이들의 선행을 끌어내는 장치를 본 적이 없습니다. 학교 또한 교내 사물함에 자물쇠가 제대로 걸려 있는 교실을 본 적이 없죠. 특히, 학교 사물함은 아이의 소지품을 스스로 관리하도록 만든 제도인데도 제대로 활용하는 아이가 많지 않습니다. 학교가 아이에게 값비싼 물건을 학교에 가져오지 못하게 하는 이유는 선행을 끌어내기 위한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어기고 자랑하고 싶어 가져오는 아이들도 꽤 많죠. 아이들의 행동이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지만 중요한 원칙이 어디에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는지를 알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죠. 다시 말해, 학교가 도난사고를 어디서부터 점검해야 할지 알려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무인 점포의 관리가 허술하고, 교내 사물함을 활용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훔치는 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습니다. 이를 정당화한다면 비행을 아이에게 합리적으로 학습시키는 계기가 되는 동시에 더 많은 절도 행동을 부추기는 역할로 이어질 수도 있죠. 실제 강력범죄자들의 전과 기록을 보면 무분별한 절도에서부터 비행이 시작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 교내에서 도난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학교일수록 학교폭력 또한 자주 일어난다는 통계도 있죠. 다시 말해, 도난사고에서 훔친 아이를 주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훔치는 행위로 인해 아이가 어떻게 더 변할지 주목하는 게 더욱 중요합니다.

얼마 전, 한 마트 사장님이 물건을 훔친 중학생을 2시간 동안 나무라며 반성문을 쓰게 했다는 이유로 부모가 고소하여 벌금 50만 원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앞으로 그 사장님은 다시는 아이에게 훈계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또 최근에는 초등학생 두 명이 무인 마트에 들어가 20만 원 상당의 과자를 책가방 속에 넣고 나오다 CCTV에 찍혀 적발된 사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만 10세 미만이라 형사처벌을 피했고, 부모는 사과는커녕 보상도 안 해주고 있다더군요. 어쩌면 이 두 사례가 아이의 행동에 대해 부모와 사회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사려 깊게 알려주는 대목으로 보입니다. 옛 시절을 돌이켜 볼 때, 우리 부모님의 부모님들은 아이가 잘못했을 때 왜 하나같이 본인이 아이를 대신해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을까요? 이번 글을 통해 우리 아이가 도난 피해를 당했을 때 또는 실수로 누군가의 물건에 손을 댔을 때 부모로서 어떤 행동들이 필요한지 사유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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