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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학부모 상담 Q&A] 쉐프 꿈꾸며 대학포기 선언한 고3, 어떡하죠?

부모님의 정보가 부족하다면 인적자원을 활용하세요



학부모라면 누구나 자녀의 진로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을 것입니다. 최근 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미래 변화로 인해 지금의 자녀들이 성장해 직업을 가질 때쯤에는 예전과 다른 사회가 펼쳐질 것이 예견됩니다. 한치 앞도 짐작이 안 되는 미래를 앞에 둔 자녀들이 직업을 선택하고 진로를 결정할 때 가장 가까이에서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부모입니다.

[학부모 상담 Q&A]에서는 학부모들이 자녀를 키우면서 겪게 되는 진로 관련 고민들을 함께 나누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해결 방법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Q. 딸 민아는 현재 일반계 고등학교 3학년에 다니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말썽 한 번 없이 잘 자라주어 우리 부부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습니다. 학교 성적도 상위권입니다. 그런 민아가 꿈꾸는 직업은 호텔조리사. 물론 나중에는 자신만의 멋진 레스토랑을 갖고 싶다는 야무진 꿈도 있지요.

어릴 적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민아는 자주 부엌에 들어와 음식 만들기를 도우며 즐거워했습니다. 초등학생이 되어서는 혼자 요리를 해 보겠다며 쉬는 날이면 무언가를 만들어 가족들을 즐겁게 했습니다. 그냥 그러다 말겠지 했는데 고3 새학기가 되어 돌연히 대학 진학을 하지 않겠다고 말해 부모인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이유는 어차피 쉐프의 길을 가려고 했으니 일찍 취업을 선택해 밑바닥부터 배우면서 나중에 필요하다면 그 때 대학 진학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사실은 고등학교 진학을 앞 둔 중3때도 이런 일이 한번 벌어졌지요. 일반고 대신 조리학과가 있는 특성화고등학교로 진학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우리는 큰 아이도 청년창업을 꿈꾸며 특성화 고등학교로 진학시켰던 터라 둘째 아이 만큼은 일반고로 진학해 대학에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우리 부부는 오랜 이야기를 나눈 결과 아이가 되고 싶은 호텔조리사를 직접 만날 수 있게 아이와 연결해 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다행히 주위에 도움을 요청한 결과 어렵지 않게 소개 받을 수 있었고 멘토 님은 기꺼이 바쁜 시간을 쪼개어 아이를 만나주겠다고 하셨습니다. 무슨 일인지 아이도 전혀 거부감 없이 자신의 길을 먼저 가는 선배님을 만난다는 사실에 흥분하고 있었습니다. 멘토를 만나고 들어온 딸아이의 얼굴은 굉장히 진지해 보였습니다.

엄마: 민아야? 어땠어?

민아: 그냥 생각이 많아졌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호텔주방 일은 훨씬 힘든 것 같아. 예상 못한건 아닌데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많겠더라구. 나중에 기회가 되면 주방도 구경시켜주신댔어

엄마: 혹시 대학진학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도 말씀드렸어?

민아: 어 말씀드렸어. 조리사님도 나중에 일하시다가 대학을 다니셨대. 그런데 너무 힘드셨다고. 일하면서 대학을 다닌다는 건 독한 맘이 없으면 어려운 거라고 하셔. 어떤 것을 먼저 할 건지는 자신이 결정해야하지만 좀 더 넓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고 하셨어. 일찍 주방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도, 대학을 진학하는 것도 다 나름대로 의미는 있다고. 그래서 좀 생각해 보기로 했어

멘토 만나고 나니, 미래를 넓은 시야로 내다볼 수 있게 돼

딸아이가 멘토를 만나고 오더니 좀 더 자신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한주가 더 지나 학교에서 진로상담을 하게 됐는데 아무래도 수시로 대학진학을 준비해 봐야겠다고 말하더군요. 참 저는 의아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데 아이의 생각이 바뀔 수 있었을까요?

딸아이의 말은 이렇습니다. 자기는 그냥 호텔이 좋고 호텔에서 좋은 재료를 가지고 근사한 요리를 만들어내는 모습이 참 좋았다고. 음식을 만드는 일도 좋겠지만 일하는 분위기도 좋을 것 같고 매일 호텔로 출근한다는 사실도 좋을 것 같아 호텔조리쪽으로 일찍 취업하려고 생각했던거랍니다.

그런데 진로와 관련하여 여러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요리를 잘한다고 꼭 요리사만 되라는 법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네요.

음식 관련하여 할 수 있는 일들은 너무 많이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다양한 공부를 더 해야 좀 더 자기가 할 수 있는 분야나 일이 많아질거라 생각한다구요.

우선 호텔조리나 호텔외식 전공을 지원해서 공부하면서 점차 자신이 어떤 일을 더 해야 할지, 어떻게 목표를 삼을 것인지 더 고민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딸아이의 진학 문제는 주위 전문 멘토들의 도움으로 한고비를 넘겼습니다.

수시지원을 마친 상태지만 아이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한다고 해도 더 믿어주고 잘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싶습니다. 특성화고등학교를 마치고 자신의 전공을 살려 IT관련 회사에 일하고 있는 아들 역시 군복무 문제만 해결되면 재직자전형을 활용하여 대학에 진학하겠다고 이야기 합니다. 대학졸업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하다보니 배움이 더 필요함을 느꼈다고 하네요.

부모의 어떤 말도 아이들에게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면서 속상한 적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부모가 다 해결하고 해 줄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럴 때 주위를 둘러보면 생각보다 도움을 청할 곳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 어떤 결과가 우리를 기쁘게 할지 모르겠지만 아이들이 자신의 멋진 꿈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방법과 길을 생각하며 오늘의 힘듦을 견뎌 내주는 묵묵함이 우리 부부를 기쁘게 합니다. 도움이 되어주셨던 멘토님과 선생님들, 그리고 아름다운 나의 아이들에게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A. 주위에 적극적인 도움을 청하세요. 청소년기의 자녀들이 때로는 부모의 말보다 학교 선생님이나 주위 사람들의 말에 더 귀 기울이려고 하는 때가 있습니다. 이 때 부모는 살짝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요. 하지만 서운함으로 끝나면 안 됩니다. 

자녀가 원하는 진짜 ‘Want’가 무엇인지,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도움을 받게 된다면 어떤 분을 만나고 싶은지 등을 물어보고 아이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주변 사람들이나 지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부모의 인적 자원은 환경에 따라 한계가 있겠지요? 따라서 학교 선생님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사람책 도서관 등 다양한 사회적 재능기부 정보를 찾아보려는 노력을 자녀와 함께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 주기

사례에 나오는 민아 부모님은 수시에 지원하지 않겠다는 민아의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마음이 철렁했을까요? 하지만 민아를 다그치지 않았습니다. 천천히 아이와 대화하면서 조심스럽게 그 모든 문제들을 풀어나갔지요.

그 결과 민아 스스로 좀 더 넓은 직업군에 대한 정보를 얻고 직업인이 아닌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자신의 진로 영역을 확장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전문 멘토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민아 부모님의 지혜로움도 있었겠지만 부모가 자녀 먼저 앞서서 계획하고 이끄는 것이 아니라 늦더라도 자녀 스스로 깨닫고 계획해 나갈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힘! 그 힘이 오늘을 사는 우리 부모들에게 절실히 필요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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