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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팡 칼럼] 학생부 금지어 유감

[임병욱 칼럼] 학생부 금지어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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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욱 중원대인재선발 단장. 전인창고 교장
임병욱 중원대인재선발 단장. 전인창고 교장

[에듀인뉴스=황윤서 기자]


동무가 범칭이던 북한에서 남편을 오빠로 부르는 게 유행이란다. 남친이란 단어도 젊은 세대에게는 유행어가 되었다. 그러나 이런 단어는 모두 금지어이다. 단속에 걸리면 처벌을 받는다고 한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 교육행정본부에서 지난 2월 학생부 기재금지어 사용설명서가 나왔다. 지상 보도에 의하면 ‘참여’ ‘도서’ ‘발표’ ‘나이지리아’ ‘천문학자’ ‘천체물리학자’ ‘국제’ ‘타국’ ‘병원’ ‘영화감독’ ‘가상현실전문가’ ‘간병인’ 등 2만 5,459개 단어가 나이스상 금지어로 선정되었다. 도서 출간 사실을 기록 금지한다고 ‘도서’를 금지어로, 봉사활동 등 해외활동 실적 금지한다고 ‘나이지리아’를 금지어로 한다면 참 넌센스가 아닐 수 없다. 2만 5,459개 금지어. 더구나 금지어 목록은 비공개이다.


금지어의 문제는 무엇인가? 금지어는 인간의 표현의 자유 도구인 언어를 제약함으로써 사고와 표현을 강제하는 행위로 인간 기본 자유를 억압하는 일이다.


학교 영어말하기대회에 출전은 하지 않았지만 사회를 멋지게 본 토종학생의 학생부에 이 대회에서 사회를 보았다고 쓸 수가 없다. 교내체육대회는 학교 축제다. 교실 수업 외의 많은 것을 관찰하고 지켜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활기 넘치는 체육대회를 누가 주도하는가? 창의적 태도, 협동성, 봉사성 등등 수업에서 볼 수 없는 스토리가 나오는 것이 교내체육대회다. 또한 학생들은 친구간의 소통과 친교와 동료애를 진하게 느끼고 성취하는 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교내 체육대회를 대회라 적지 못하고 행사, 발표, 활동 등으로 에둘러 적고 있는 것이 현실인데, 왜 가장 적합한 어휘를 두고 쓰지 못하게 하는가? 고교에서 교내영어말하기대회, 체육대회를 하지 않는 곳이 어디 있는가? 학생부의 수상경력란 이외에 어디도 쓰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금년 고3부터는 수상도 수시에 5개만 제출하도록 되어있다. 필자의 견해로는 수상과 맞닿아 있는 대회를 굳이 못 쓰게 할 필요가 없다. 많은 상을 주고받고 남발한다고 해서 수상을 제한하는 발상도 바람직하지 않거니와 학생부에 많은 수상 중에 5개만 제출하라(대학과 전공과 관계 없이 고정 5개다)는 것도 모순성이 많다.


호부호형을 못하던 홍길동은 그 무서운 관습법에 항거하며 집을 떠난다. 인간에게 창의적 욕구가 제약을 당하면 인간은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마련이다.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고 평가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권리이고 의무인데, 금지어는 평가의 어휘를 제약하고 교사의 표현과 사고를 제약하는 것이다. 평가의 공정성을 염두에 둔 제약인 줄 알지만 금지어 발상은 과하다는 느낌이다. 교사의 교수 창의성을 장려하고 그 창의적 교수 내용은 평가에서도 창의적으로 하도록 권장해야 한다. 교사의 창의적 수업과 그에 따른 창의적 평가는 미래교육과 맞닿아 있다. 교사를 제약하고 그 언어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은 교육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지어를 만들 당시 목록이 공개돼 있으면 그걸 다 피해서 학생부를 쓰지 않을까 우려하는 의견이 있었다”는 보도는 기가 차다. 금지어면 당연하면 피해서 써야 하는 게 아닌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금지어를 만들었는지 궁금하다.


5월부터는 금지어가 유의어로 이름이 바뀌었다. 교사가 작성한 글을 저장할 때 ‘학생부유의어통계’에 즉시 반영하는데, 유의어 포함 여부 확인에 따라 유의어를 포함하여 저장할지 삭제 후 저장할지는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건 눈 가리고 아웅이다. 학생부는 1년 내내 감사가 진행되는 걸 교사들이 잘 알고 있는데, 선택하여 저장할 수 있을까?


“신어(新語)의 목적이 사고의 폭을 줄이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나? 결국 우리는 사상죄도 문자 그대로 불가능하게 만들 거야. 왜냐하면 그걸 표현할 말이 없어질 테니까? 필요한 개념은 단 한 마디 말로 표현되며 그 말은 정확히 정의되어 다른 곁뜻은 없어져 버리고 말지. 한 해 한 해 어휘는 줄어들고 그럴수록 의식의 한계도 좁아지겠지. 혁명은 언어가 완성될 때 완성돼. 신어는 영사(英社)(영국사회주의)고 영사는 신어야.”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미래사회를 풍자한 조지 오웰은 언어의 축약, 폐기, 축소, 조작이 인간의 생각하는 능력을 박탈하게 될 것을 경고하고 있다.


책, 소설, 발표, 국가명, 직업명도 기재유의어에서 제외되기는 하였지만, 아직도 비공개 유의어는 오웰의 1984년으로 회귀하는 듯하다.


 


임병욱 교장은?


교육부, 대교협과 여러 대학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친 경험으로 교육계 전반에 걸쳐 깊은 안목을 가지고 있다. 고기사업, 대학평가, 입학사정관 교육, 학교생활기록부 컨설팅, 진학 설계 등 교육정책과 평가, 미래교육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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