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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팡 부모뉴스] 육아빠 정우열이 전하는 부모에게 받은 마음 상처 해소법

-[유튜브 '교육대기자TV'] 정우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불쑥불쑥 과거 자신의 부모에게 받았던 불만과 원망스러운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육아빠로 유명한 정우열 정신과 의사는 감정에 지치지 않게 '자신을 꾸준히 보듬어야 한다'고 엄마들에게 조언한다.  
 

Q.많은 학부모의 육아 고민을 위해 '심리멘토'로 활동한다고 들었다.
 

A.아이를 가진 부모들과 상담을 많이 했는데, 대부분 엄마는 '우리 아이한테 내가 화를 냈어요' '너무 후회되고 미안해요' 등 비슷한 고민을 말한다. 아이를 키우기 전 나는 항상 "화를 내지 마세요"라는 당연한 답변만 했다. 그러나 1년의 전업육아 생활로 직접 주양육자의 삶을 경험한 후 과거 내가 했던 상담들은 마음의 병을 가진 부모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행동임을 깨달았다.

아이를 키우면서 대부분 어머님이 겪는 육아의 고충을 알게 됐다. 이제는 보는 시야가 넓어져 다른 아이의 엄마들과 공감대가 형성돼 자연스럽게 엄마들의 '심리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Q.대부분 엄마는 아이를 키울 때 본인의 부모를 떠올린다는 말을 많이 한다.
 

A.굉장히 많다. 육아과정에서 과거 부모로부터 받았던 불만과 속상한 마음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각날 수 있는데, 이때 자녀에게만큼은 '내 부모보다 더 잘해줘야지' 등의 다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부모의 높은 사회적 위치나 훌륭한 인격이 있으면 '나도 우리 부모처럼 돼야지' 등의 마음이 생겨 자신도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다. 그러나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니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과 스타일, 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례로 과거 부모가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자신을 키웠고, 말썽을 부려도 화 한번 내지 않았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이런 경험이 아이를 키울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가? 그렇지 않다. 자신이 타고난 기질은 본인의 부모와 달리 예민하고 섬세한 성격이며, 아이가 떼를 쓰면 감정적으로 동요되기 쉬울 수 있다.
 

위 같은 연유로 올바른 육아의 기준은 '내 부모보다 더 잘해주자' 혹은 '내 부모처럼 하자' 등 부모와 비교하는 강박관념을 깨는 것에 있다. 이미 본인은 성인이고, 무엇보다 아이를 책임지는 부모가 돼 새로운 가족을 형성했다. 내 부모와 비교하는 것이 아닌, 자신만의 육아 방법을 만들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미 자신의 부모에게 받은 영향력이 몸에 밴 엄마들이 많다. 
 

Q.보고 배운 대상이 내 '부모'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A.그렇다. 대부분 엄마는 처음에는 몰랐다가 육아과정에서 어느 순간 자신의 부모와 오버랩이 되기도 한다. 아이를 키우다가 자신도 모르게 어린 시절 부모가 '나를 키웠을 때의 장면'을 떠올리기 쉽다. 이때 감정적으로 힘들어하는 엄마들이 많다. 물론 부모와의 행복했던 기억도 있겠지만, 원망스럽거나 상처받았던 아픈 기억들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런 부정적인 기억에 휩싸여 감정적으로 지치는 엄마들도 많이 봤다.
 

Q.부모로부터 정신적인 독립이 덜 돼서 나타나는 현상 아닌가.
 

A.좋은 지적이다. 지금껏 나와 상담했던 엄마 중에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크게 상처를 받은 분이 많다. 심한 경우 항상 부모와 자신을 비교해 스스로를 학대하고 위축시키기도 한다. 이런 감정들이 쌓이다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내면 속으로 감정을 가두지만, 아이를 키울 때 자신도 모르게 쌓였던 감정이 한 번에 터지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감정들은 쌓이는 순간 독이 된다. 부모에게 받은 상처들은 바로 배출해야 한다. 일기 등을 활용해도 좋다. 다만 당시 느꼈던 감정들을 떠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내용의 기승전결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안 좋은 감정들을 마구 쓰면서 감정을 털어 버려야 한다. 욕이 떠오르면 욕을 써라. 내가 쓰는 것은 일기가 아니라 '감정 쓰레기통'이라고 생각하라.
 

Q.불편한 감정을 부모와 마주하면 안 되는가. 서운한 마음을 바로 말하면 편할 텐데.
 

A.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실제로 이와 관련된 상담도 많이 들어온다. 많은 엄마가 "내 부모에게 받았던 서운한 일을 털어놓고 싶다"고 말한다. 이때 나는 역으로 "부모님이 어떤 대답을 하길 원하는가?"라고 질문한다. 그럼 대부분은 사과를 기대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지적을 받으면 상처를 받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그 과정에서 사실을 왜곡하고 모르는 척을 하기도 한다. 나아가 '내가 언제 그랬냐' '내 잘못이 아니다' 등 역으로 되묻는다. 이에 엄마들은 또 다른 상처를 받는다. 결국 악순환의 반복이다.
 

본인의 계획대로 사과가 이뤄질 경우는 극히 드물다. 만약 부모가 사과한다 해도 마음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오랫동안 쌓여왔던 감정들이 폭발했는데, 사과 한 번에 어떻게 해결되겠는가.

 

결론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부모도 결국에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부모라 해서 완벽한 존재는 아니다. 사람이 생각보다 그렇게 대단하고 훌륭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감정 기복이 있을 수 있고, 단점도 보일 수 있다. 그 때문에 감정에 지치지 않게 '자신을 꾸준히 보듬어주세요' 라고 말하고 싶다. 멘탈이 붕괴하지 않게 평상시에 자신의 감정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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