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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팡 매거진']아이들의 가상 세계, ‘메타버스’를 주목해 주세요

[서민수 경찰관의 '요즘 자녀學']아이들의 가상 세계, ‘메타버스’를 주목해 주세요

최근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 급부상하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있습니다. 요즘, 이 ‘메타버스’를 모르면 아이들의 문화를 따라가기 쉽지 않죠. 특히, 국내 유명 인터넷 기업체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출시하면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 2억 명의 사용자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중 상당수는 10대 아이들입니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Meta’와 ‘우주’를 뜻하는 ‘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을 초월한 가상 세계를 의미합니다. 가상현실(VR)보다 한 단계 위라는 증강현실(AR)의 더욱 진화한 버전이라 할 수 있죠. 2018년에 처음 출시된 메타버스 플랫폼은 코로나 유행 이후 비대면으로 현실 속 소통이 어려워지면서 아이들 사이에서 더욱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의 이해를 돕자면, 원조 SNS 격인 ‘싸이월드’의 미니홈피가 증강현실과 더 많은 콘텐츠로 업그레이드되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현재 ‘메타버스’의 인기는 어른들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증강현실(AR) 콘텐츠와 게임은 물론, SNS 기능까지 담고 있어 실제 공간처럼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 공간 안에서는 아이들이 아바타를 활용해 상점을 꾸릴 수 있고, 모르는 사람과 거리낌 없이 취미 생활을 함께할 수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현실 세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현실 세계에서 할 수 없는 것도 가능한 세상이지요. 그러니까 아이들은 현실 세계에서 하지 못하는 다양한 놀이, 문화, 체육, 교육 활동을 이 ‘메타버스’에서 하는 셈입니다. 2018년에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이라는 영화가 현실이 된 것이지요.

지금 ‘메타버스’는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플랫폼인 건 분명합니다. ‘메타버스’의 원조인 미국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는 올해 상장하자마자 단숨에 시가 총액 40조 원을 넘었을 정도이니 말 다했죠. 그만큼 주로 아이들이 즐기는 게임 가상공간인 데다 이제 아이들의 디지털 문화에서 ‘메타버스’가 세상의 중심이 되었다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쉬운 예로, 지난 3월에는 국내 한 대학교에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가능할까 싶지만, 코로나로 인해 대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학교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가상의 대학교를 만들어 그곳으로 학생들을 오게 해 학교 소개는 물론, 선·후배 간 친목을 다지기도 했죠. 중요한 건, 학생들이 불편해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또, 한 기업체에서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회사 사옥을 만들어 연수를 진행하기도 했다더군요. 다시 말해,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코로나의 부재를 이 ‘메타버스’가 단단히 채워주고 있는 셈입니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이 메타버스는 분명 우리 사회에 혁신인 건 분명합니다. 특히, 현실에서 사회질서가 중요한 것처럼, 메타버스 공간에서도 사회적 규범과 질서가 확보된다면 이 메타버스는 우리 삶의 희망과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특히, 이 메타버스는 10대 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닌 부모 모두가 함께 어울릴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자유롭고 소통 범위를 넓힐 수 있는 요소인 것은 분명하죠. 하지만 아이들을 노리는 범죄 등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범죄가 더 쉽게 이뤄질 우려도 동시에 남아있습니다. 앞서 설명해 드린 미국 ‘메타버스’ 열풍을 이끈 ‘로블록스’에서도 16세 미만 청소년의 55%가 활동하다 보니, 이 공간에서 익명의 성인이 아이들을 상대로 성관계 상대를 찾는 등 성범죄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몇 달 전에는 영국에서 20대 남성이 ‘로블록스’에서 초등학생에게 접근을 시도해 검거되는 사건도 있었죠. 아이들은 가상공간에서 현실보다 더 폭력적이고 더 자극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많은 게 사실입니다. 많은 연구 통계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고, 아이들의 발달 특성상 어려운 현실을 마주하면 ‘메타버스’ 공간으로 도피할 우려까지도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아이들에게 중요한, ‘선행장치’ 즉, 아이를 안전하게 이끄는 안전장치가 없다는 게 걱정입니다. 지금껏 수많은 소셜미디어 공간들이 아이들에게 무례하게 대했던 걸 고려하면 고민이 안 될 수 없죠. 그래서 부모님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입니다.

최근 경찰청과 교육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아이들의 사이버 폭력과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된 리서치 결과를 보면, 아이들이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일명 ‘인지 부조화’ 상태를 보여주는 사례들이 넘쳐납니다. 특히, 얼마 전 ‘서울시 여성정책관실’에서 진행한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대상 상담 분석 연구」에서는 91명의 가해 청소년 중 96%가 “자신의 행위가 디지털 성범죄 가해행위인지 몰랐다”라고 답을 해서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가해 이유 또한, 특별한 사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또한, 불법 합성물, 일명 ‘딥페이크’ 범죄에서도 10대 아이들이 60%가 넘을 정도였습니다. 이 외에도 아이들이 가상공간에서 겪게 되는 착각들이 점차 늘고 있어 걱정입니다. 한 어머님은 아이가 메타버스 공간에서 게임을 하며 상대와 나누는 대화를 엿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누군가가 아이를 상대로 입에 담을 수 없는 폭언과 비하 발언들을 쏟아내 어머님이 정말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많은 부모가 메타버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죠.

본래,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현실에서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 연결해주는 기능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그렇다고 온라인 의사소통이 아이들의 지각 정보로 충만한 오프라인 커뮤니케이션을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한데, 아이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눈치입니다. 현실 세계를 굳이 붙잡을 이유가 없다고 오히려 반색할 정도이니 말입니다. 특히, 무분별한 선동과 도발이 난무하는 아이들의 디지털 유해환경을 목격한 이상, 새로 등장한 메타버스는 아이에게 득과 실을 동시에 안겨 줄 게 빤합니다. 학교도 이 상황을 그저 바라볼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최소한 가정통신문에 ‘메타버스의 올바른 활용법’ 정도는 담아야 하지 않을까요.

피노키오를 만든 목수 할아버지의 이름을 기억하시겠지요? 한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은 이 이름을 본 따 아이들에게 현실을 대체할 수 있는 가상 세계를 선물해주려고 했을 겁니다. 그러면서 꿈과 희망도 선물해주고 싶은 마음이었을 겁니다. 그렇게 본다면, 메타버스 플랫폼은 지금 코로나 때문에 답답해하는 아이들에게 희망이자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피노키오가 세상에 적응해 나가는 과정이 녹록하지 않았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 역시 메타버스 안에서 수많은 위기에 처하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오늘, 아이들과 부모님이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해 공유하고 ‘올바른 활용법’에 대해 진지하게 대화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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