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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팡 자녀뉴스] 아이들의 폭력과 비행은 잘못된 ‘장난 문화’에서 시작한다

[서민수 경찰관의 '요즘 자녀 學']아이들의 폭력과 비행은 잘못된 ‘장난 문화’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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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터넷 공간에서 10대 아이들이 할머니를 조롱하는 영상이 공개돼 공분을 샀습니다. 영상 속에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 두 명이 국화꽃으로 할머니의 머리를 때리고, 손수레를 걷어차며 낄낄대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보는 저도 정말 놀랐습니다. 더구나 해당 영상은 함께 있던 일행 중 한 명이 스마트폰으로 찍은 듯했습니다. 그러니까 일행 중 한 명이 당시 상황이 재밌다고 생각해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렸던 게 큰 파장을 몰고 온 것이죠. 결국, 아이들은 경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았고, 조사 결과 일행은 지난 수 개월간 할머니를 괴롭힌 정황이 드러나 주범 두 명이 구속됐습니다. 놀라운 건, 조사과정에서 아이들이 “장난으로 그랬다”라고 주장했다는 점입니다.

또, 몇 달 전에는 대낮 주택가에서 한 남학생이 또래로 보이는 아이들로부터 집단 괴롭힘을 당하는 영상이 유포되었습니다. 가해 학생들은 경찰 조사에서 “기절 놀이 장난을 친 것”이라고 대답해, 이를 본 누리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이동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해당 영상을 보면, 남학생 한 명이 피해 학생의 목을 뒤에서 조르고 있고, 옆에 있는 여학생 1명은 담배를 피우며 피해 학생의 주요 신체 부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만집니다. 또, 영상 마지막에는 피해 학생이 기절한 듯 쓰러지는 모습도 고스란히 담겨 있어 충격을 줬죠. 결국, 주민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지만 가해 학생은 물론 피해 학생 역시 “친구들과의 장난이었다”라고 말해 정식 수사로 넘겨지진 않았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선배가 후배에게 장난으로 양궁 화살을 쏘는가 하면, 유도 선배들이 장난으로 후배를 던져 큰 피해를 주는 등 아이들의 엽기적인 폭력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 걱정입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사례들을 보면, 공통되는 한 단어가 등장하는 걸 목격할 수 있습니다. 바로, 최근 아이들 사이에서 심각한 현상을 보이는 ‘장난 문화’입니다. 부모 입장에서 연일 뉴스에 보도되는 아이들의 비행과 범죄를 보고 있으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교사나 교수, 연구원 등 아이들의 행동을 연구하는 각계각층 전문가들조차도 최근 아이들의 비행을 풀이하는 데 애를 먹는 게 사실이죠.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아이들의 폭력 행위와 관련하여 ‘장난’이라는 개념을 부모님들과 함께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일단, 아이를 둘러싼 학교폭력과 비행 그리고 소년범죄 속에는 잘못된 ‘밈(meme)’이 작동한다는 걸 주목해 볼까요? ‘밈(meme)’이란, “한 사람이나 집단으로부터 다른 지성으로 생각 혹은 믿음이 전달될 때 전달되는 모방 가능한 사회적 문화”를 말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밈’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입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저지르는 폭력 내면에는 아이들이 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심한 장난 문화’라는 ‘밈’과 폭력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장난으로 포장하는 ‘장난 포장 폭력’이라는 ‘밈’이 동시에 숨어 있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얼마 전, 교육부에서 「2021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 때문에 등교가 중단되면서 학교폭력 건수도 준 듯 싶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학교폭력 피해 경험률이 0.9%에서 1.1%로 0.2%가 늘어 실망이 컸습니다. 무엇보다 학교폭력 피해 유형을 보면, ‘언어폭력’이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고, ‘집단 따돌림’에 이어 ‘신체폭력’이 ‘사이버폭력’을 제치고 다시 3위를 차지했습니다. 순위보다 우리가 주목할 것은 바로 가해 이유입니다. 이번 조사에서 학교폭력 가해 이유로 초·중·고를 통틀어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라는 항목이 35.7%로 가장 많았다는 사실은 지금 아이들의 학교폭력이 잘못된 ‘장난 문화’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걸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난 6월에는 서울시 여성정책관실에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서울시 학생 중 ‘디지털 성범죄’ 가해 학생 91명을 대상으로 사례 분석한 결과, 놀랍게도 가해 학생 91명 중 96%가 “가해행위인 줄 몰랐다”라고 답을 했다죠. 다시 말해, 사이버 공간에서 디지털 성범죄 행위가 범죄인지 장난인지 구분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또, 2020년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진행하는 「2020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서도 사이버폭력을 저지른 아이들 대부분이 “특별한 이유가 없거나 장난이었다”라고 말해 지금까지 아이들의 폭력 행위에서 ‘장난’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부모와 자녀는 이러한 장난 문화에 어떻게 대처할지 걱정이고, 가·피해자를 막론하고 당장 아이들의 ‘장난 문화’를 정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대체 왜 아이들은 심한 장난을 서슴지 않고 하는 걸까요? 아이가 장난을 저지르는 심리에는 “자신의 행동이 장난인지 폭력인지를 판단하지 않겠다”라는 미묘한 꿍꿍이가 숨어 있다는 걸 먼저 알아야 합니다. 즉 장난을 저지르는 아이는 “내가 결정하기보다는 상대의 반응에 따라 장난과 폭력을 정의하겠다”라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하는 것이죠. 다시 말해, 아이들은 장난을 시작할 때 상대의 반응을 보며 계속할지 말지를 결정한다는 뜻입니다.

가벼운 장난이 아닌 심각한 폭력 행위에서 심한 장난을 저지르는 아이와 당하는 아이 사이에는 ‘서열 관계’가 존재한다는 걸 이해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힘이 센 아이가 힘이 약한 아이에게 저지르는 장난 이면에는 폭력과 괴롭힘의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도요. 더구나 힘이 센 아이가 힘이 약한 아이에게 웃으며 폭력을 저질러도 힘이 약한 아이는 어쩔 수 없이 웃으며 받아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장난이 반복되면 가해 아이는 폭력의 수위를 점진적으로 높여가고, 반대로 피해 아이는 처음에는 폭력으로 인식하다가도 시간이 지날수록 폭력을 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인지 부조화’ 상태로 바뀌게 되죠. 그러니까 일방적으로 기절을 당한 아이마저 “장난이었다”라고 말하는 이유도 ‘인지 부조화’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면 가해 학생의 보복이 두려워 어쩔 수 없이 가해자를 두둔한 것일지도 모르고요. 중요한 건, 피해당한 아이에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아이들 문화에서 ‘장난 문화’가 위험한 이유는 아무래도 아이들의 ‘사소한 장난’이 나중에는 ‘반사회적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습니다. 아이들의 문화 속에서 작고 경미했던 장난이 그들만의 또래 문화 속에서 허용되고 남용되면서 결국, 아이들의 행동은 할머니를 조롱하고, 기절 놀이를 하며 또, 후배를 던져 고통스러운 상처를 준 ‘반사회적 행동’으로 이어졌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이번 글을 통해, 지금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장난 문화’라는 잘못된 ‘밈’을 이해하고, 부모와 학교 그리고 우리 사회 모두가 아이들의 장난을 사소한 장난 단계에서 붙잡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새로운 ‘밈’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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