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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팡 요즘자녀] 아이들이 ‘오징어 게임’을 어떻게 알까요?

[서민수 경찰관의 '요즘 자녀學']아이들이 ‘오징어 게임’을 어떻게 알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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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우체국에 택배를 부치러 가다가 우연히 초등학생 고학년으로 보이는 남자아이들의 대화를 듣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좋아하다 보니 길거리에서 아이들 목소리만 들려도 절로 고개가 돌아가곤 하는데, 이번에는 아이들 뒤를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레 대화를 들을 수 있었죠. 아이들은 뭐가 그리 신났는지 대화 내내 온갖 액션을 선보이며 마치 영화 한 편을 찍는 듯 보였습니다.

“난 설탕 뽑기 장면. 달고나 혀로 핥는 거 봤지?”
“맞아. 다른 사람들이 그거 보고 다 따라 했잖아 하하.”
“나중에 1초 남겨두고 성공할 때 완전 오그라들었어.”
“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총 쏘는 거 봤지. 빵! 빵! 빵!”
“난 딱지치기. 딱지 쳐서 지니까 뺨 맞는 거 봤지? 하하 실컷 뺨 맞고 겨우 이겼는데 돈 주니까 못 때려 하하.”

혹시 대화 내용을 눈치채셨을까요? 맞습니다. 아이들은 최근 한창 뜨거운 ‘오징어 게임’ 드라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최근 ‘오징어 게임’이라는 한국 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난리가 났죠. ‘기생충’과 ‘미나리’로 한국 영화가 대형 사고를 친 지 1년도 안 돼서 이번에는 드라마 부문에서 제대로 사고를 쳤습니다. 듣자니, 전 세계 80개국에서 이 드라마의 시청률이 1위를 달리고 있다더군요. 80개국이면 말 그대로 전 세계 사람들이 ‘오징어 게임’을 다 본 거나 다름없죠. 게다가 드라마 때문에 우리나라 전통놀이를 따라 하는 ‘오징어 게임 신드롬’까지 생겼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포털 사이트와 소셜미디어만 둘러봐도 세계 곳곳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따라 하는 게시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걸 볼 수 있죠.

‘오징어 게임’ 드라마의 인기가 이렇다 보니, 이슈에 민감한 우리 아이들이 모를 리 없겠죠. 앞선 대화 내용을 봐서 아시겠지만, 이미 아이들 사이에서 ‘오징어 게임’은 필수 대화 소재가 됐습니다. 그만큼 아이들 사이에서 ‘오징어 게임’을 모르면 대화에 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죠. 더구나 지금 아이들 사이에서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인 ‘오징어 게임’을 봤다는 것만으로도 인기를 독차지한다더군요. 얼마 전 초등학교 6학년 조카에게도 ‘오징어 게임’에 관해 물었더니 조카도 드라마 내용을 잘 알고 있더군요. 그러면서 조카는 학교에서 ‘오징어 게임’ 이야기밖에 안 한다고 했습니다. 또, 아이들 대부분은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에서 드라마를 본다고 하고, 몇몇 아이들은 부모님 스마트폰으로 드라마를 시청하거나 불법 사이트에서 내려받아 본다고 했습니다.

최근에는 ‘맘 카페’ 같은 커뮤니티에서도 ‘오징어 게임’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그러니까 부모들 사이에서 ‘오징어 게임’을 두고 ‘자녀와 함께 시청해야 한다’라는 의견과 ‘자녀가 보기에는 부적절하다’라는 의견이 팽배하게 맞선다고 들었습니다. 부모의 관심이 뜨겁다는 건, 그만큼 아이들이 부모를 조르고 있다는 뜻일 겁니다. 인터넷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오징어 게임’ 패러디를 올리고, 관련 상품을 진열하다 보니 저절로 아이들이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더구나 ‘필터 버블(filter bubble)’ 때문에 유사 콘텐츠가 계속해서 아이에게 노출되니 오징어 게임을 안 볼 수 없을 지경이죠. 게다가 아이들이 부모에게 “‘오징어 게임’을 보지 않으면 또래 대화에 낄 수 없다”라는 시위까지 하니 부모가 고민에 빠질 만도 합니다.

일단, 이 문제는 좀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들이 ‘오징어 게임’을 시청하는 건 아이의 성장에 위험할 수 있습니다. 한 어머님은 “해외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았는데 부모가 아이에게 잘 설명해주면 되지 않을까요?”라고 말하지만, 문제는 이 드라마는 부모가 아이에게 설명을 잘할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라는 점에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오징어 게임’은 성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재밌는 콘텐츠이고, 드라마 평가에서 평점이 짜기로 소문난 미국 평론가들도 ‘오징어 게임’에 만점을 줬으니 작품성이 보장된 작품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오징어 게임’을 시청하는 건 엄연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일단, 이 드라마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입니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이 드라마에 대해 ‘주제’, ‘선정성’, ‘폭력성’, ‘대사’ 부분에서 수위를 ‘높음’으로 평가했죠. 또, ‘공포’, ‘약물’, ‘모방위험’ 부분에서도 ‘다소 높음’으로 평가해 결국 청소년이 시청하는 걸 금지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 드라마는 아이에게 유해 매체로 지정된 영상물이라는 겁니다. 드라마 장면들을 보더라도 주제부터 소재까지 하나하나 자극적이지 않은 게 없죠. 게다가 성인이 봐도 섬뜩한 살인장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등장하고, 심지어 극 중에는 장기밀매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도덕성과 사회 규범을 흔드는 대사와 소재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오징어 게임’을 두고 비판적인 이야기를 하는 게 적절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잘 나가는 드라마를 두고 굳이 아이들과 연결하는 건 다른 한 편에서는 “눈치 없다”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저 또한 ‘기생충’이 그랬듯이 ‘오징어 게임’도 우리 사회에 소외된 사람들의 고통과 연민을 생각하게 하는 ‘국가대표 드라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를 비롯한 부모는 아이의 안전을 위해 분명한 ‘선’과 ‘면적’을 가져야 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물론 대안도 함께 고민해야 하고요.

일단, ‘오징어 게임’이 아이들 사이에서 ‘인터넷 밈(meme)’으로 자리 잡은 이상 무조건 접근을 막는 건 부작용이 따를 수 있습니다. 부모가 막는다고 순순히 안 볼 아이들도 아니고요. 그래서 대안을 아이 행동보다는 부모 행동에서 찾아보면 어떨까 합니다. 먼저, 최소한 아이가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오징어 게임’을 시청하는 일이 없도록 조심해야겠습니다. 요즘 아이가 부모의 스마트폰을 달라고 한다면 십중팔구 ‘오징어 게임’ 때문일지 모릅니다. 두 번째는 아이들이 ‘오징어 게임’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도 중요할 듯합니다. 아이들은 드라마 정주행보다 인터넷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줄거리를 시청한 사례가 대부분입니다. 특히, 아이가 드라마를 봤다면, 야단보다는 드라마를 보고 ‘불편했던 지점’을 알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다음, 아이에게 부족했던 드라마의 주제를 재해석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전통놀이’를 우리 집으로 가져와 보는 것도 좋은 대안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오징어 게임’을 같이 보는 게 아니라 ‘오징어 게임’을 같이 해보는 전략을 세우는 겁니다. 아시겠지만, 드라마에 등장하는 전통놀이는 집이나 놀이터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놀이거든요.

저는 ‘오징어 게임’에서 잊히지 않는 대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구슬치기 장면에서 1번 할아버지가 456번 성기훈에게 말했던 ‘깐부’입니다. ‘깐부’는 지금으로 치면, ‘절친’ 내지는 ‘내 편’ 같은 아이들 사이에서 꼭 필요한 관계용어죠. 그만큼 지금 아이들에게 ‘깐부’만큼 소중한 존재도 없을 겁니다. 어쩌면 한 명의 ‘깐부’만 있어도 아이는 안전할 수 있거든요. ‘오징어 게임’을 통해 부모가 자녀에게 ‘깐부’ 같은 친구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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