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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팡 '요즘 자녀'] ‘에너지 드링크’보다 부모의 말과 태도가 필요할 때

[서민수 경찰관의 '요즘 자녀學'] ‘에너지 드링크’보다 부모의 말과 태도가 필요할 때

얼마 전, 인터넷의 한 커뮤니티에서 한 수험생이 잠 때문에 각성제를 찾는다는 글을 올린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아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잠이 많아 공부량이 적다며 각성제를 찾고 있었고, “아직 10대라서 건강은 걱정하지 않는다”라는 당돌한 각오까지 올렸더군요. 오히려 각성제를 먹고 난 후 두뇌 회전이 느려지는 점에 대해 더 염려하는 듯 보였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험생들 사이에 다이어트약과 ADHD 치료제까지 암암리에 유행하는 일도 있었죠. 무엇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수험생 각성제’라고 검색하면 듣도 보도 못한 약품들이 버젓이 진열·판매되고 있어 걱정이 앞섭니다.

걱정된 마음에 한동안 연락을 끊었던 수험생 아이들에게 연락을 해봤습니다. 오랜만에 안부 문자를 받으면 귀찮을 만도 한데 아이들은 흔쾌히 대화에 응해주더군요. 한 아이는 “‘코로나 수능’을 대비해 ‘피가 코로나 올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라고 말해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한 아이는 수시 요건을 갖추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또 한 아이는 너무 씩씩하게 말해서 이유를 물었더니 “방금 에너지 드링크를 마셔서 그래요”라며 털털하게 대답하더군요. 아이들 사이에서 만병통치약으로 통하는 ‘에너지 드링크’가 인기가 많다는 이야기를 주워듣긴 했지만, 아이에게 직접 듣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가 “어차피 한 달만 참으면 되니까 걱정 안 해요”라고 해서 마음이 좀 씁쓸했습니다.

다행히 아이 중 각성제를 복용하는 사례는 없었습니다. 어쩌면 아이들이 숨겨서 제가 모를 수도 있고요. 하지만 중요한 건, 각성제 같은 약품을 복용하는 사례는 없었지만, 아이들 사이에서 고카페인이 함유된 ‘에너지 드링크’의 인기가 높다는 사실은 충분히 전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 말로는 수능이 코앞인 요즘 기본적으로 하루에 원두커피 한두 잔은 마신다고 하더군요. 또, 시중에서 흔히 파는 ‘에너지 드링크’ 말고도 외국산 ‘고카페인 드링크’를 온라인 마켓에서 구매해 마신다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카페인이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을 텐데 아이는 마시고 부모는 관심이 없다는 게 큰 걱정입니다.

아이들이 ‘에너지 드링크’ 같은 카페인 음료를 마시는 이유가 꼭 ‘졸음’을 쫓기 위한 것만 아니라고 합니다. 사실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불안’을 다들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수능점수에 대한 압박 못지않게 부모님의 지나친 관심도 ‘불안’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부모는 부담을 안 준다고 하지만 아이는 생각이 다를 수 있죠. 어쩌면 아이가 부모보다 부모의 속마음을 더 잘 꿰뚫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특히, 아이들은 혹시라도 수능 성적이 좋지 않아 원하는 대학에 못 가면 부모가 자신에 대해 크게 실망할지 모른다고 이야기하더군요. 그러면서 아이들은 하나같이 수능 결과보다는 자신의 노력 자체를 인정해주기를 희망하고 있었습니다. 그게 말이든 태도든 말이죠.

한 해를 통틀어 아이의 신진대사가 바닥을 보이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고 하죠. 전문가들 대부분이 1년의 활동 주기에서 지금 시기가 가장 체력이 떨어지는 시기라고 말합니다. 축구 경기로 비유하자면,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후반 70분’을 지나는 구간이랄까요. 어쩌면 아이만 그런 게 아니라 부모 또한 직장에서 한 해의 성과를 갈무리하느라 에너지가 소진되기는 마찬가지일 겁니다. 특히, 수험생에게는 수능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이 체력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 있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이맘때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수험생’을 검색하면 ‘수능을 위한 건강 레시피, 수험생 건강을 지켜주는 다섯 가지 음식’과 같은 주제의 연관검색어가 압도적으로 많은가 봅니다. 하지만, 감독이 후반 70분을 뛰고 있는 선수에게 눈치 없이 열심히 안 뛴다고 다그치면 선수는 물병을 걷어찰 수밖에 없듯이 부모의 말과 행동이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것도 기억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아이들이 무심코 마시는 ‘에너지 드링크’가 걱정되지 않는 부모는 없을 겁니다. 아시겠지만, ‘에너지 드링크’와 관련하여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에서도 ‘에너지 드링크’가 수면장애, 불안감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권고했고, 카페인 최대 일일 섭취량을 성인의 경우 400mg 이하, 임산부는 300mg 이하, 어린이·청소년은 체중 1kg당 2.5mg 이하로 설정했습니다. 그러니까 체중이 60kg 나가는 아이라면 일일 섭취 권고량은 155mg가 되고, 시중에 파는 보통 ‘에너지 드링크’ 2개와 외국산 ‘고카페인 에너지 드링크’ 1개와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특성상 ‘에너지 드링크’를 마실 때마다 일일이 권고량까지 계산하면서 마시지는 않죠. 아마 아이 대부분 기준 섭취량을 초과하는 게 다반사일 겁니다. 특히, 의학 전문가들은 건강한 성인의 경우 하루에 400mg 정도의 카페인을 소화할 수 있는 데 반해 청소년에게는 400mg도 치명적인 양이 될 수 있다고 하니 부모님들께서는 이 조언을 흘려들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또 ‘에너지 드링크’와 관련한 한 연구에서도 “고등학생 79.5%가 고카페인 에너지 음료를 마신 경험이 있는 데다 음료 섭취 후 50.6%가 부작용을 경험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부작용 중에는 ‘가슴 두근거림’이 가장 많았다고 하니 이래저래 걱정됩니다. 여기에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건, 바로 아이들의 ‘에너지 균형’이라고 하더군요. 다시 말해, 아이의 신체 에너지와 정신 에너지에 대한 균형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특히, 부모가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끼니는 잘 챙기지만, 아이의 스트레스와 불안은 들여다보기 쉽지 않다는 점이죠. 그러니까 아이들이 ‘고카페인 에너지 드링크’를 과다 섭취할 경우 짜증, 불안증세, 신경과민, 불면증은 물론 잦은 두통까지 호소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수험생 자녀가 갈수록 짜증과 신경이 예민해지는 게 수능에 대한 불안 때문인지 아니면 ‘고카페인 에너지 드링크’ 때문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얼마 전 한 친한 교수님의 추천으로 읽었던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이라는 책에서 저자는 언어를 처리하는 뇌 부위가 에너지 효율을 지원하는 많은 기관과 시스템을 통제한다고 설명하더군요. 아이들의 에너지 효율을 좌우하는 건 ‘에너지 드링크’보다 부모의 말과 태도가 아닐까 하고 재해석해봤습니다. 부모라면 과학 실험 같은 검증된 연구를 무시할 수 없는 법이죠. 책에서 저자는 “말은 인간의 몸을 제어하는 도구”라고까지 했습니다. 수험생을 둔 부모라면 이제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역할은 정해졌습니다. 먼저, 부모가 아이에게 건네는 말과 태도를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즉시 고쳐보는 것입니다. 특히, 부모가 아이를 위해 전하는 따뜻한 말과 편안한 태도가 지금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일지 모릅니다. 결국, 부모의 말과 태도가 아이를 안전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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