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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팡 의료뉴스] “生死 오가는 구급차 안…‘AI 응급의료시스템’이 의료진 역할 해주죠”

[인터뷰] AI 응급의료시스템 개발 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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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응급의료시스템 개발 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연세의료원의 장혁재(오른쪽) 교수와 부단장인 김지훈 교수가 시스템에 활용되는 장비들을 들고 있다. 두 사람이 소속된 연세의료원을 포함해 21개 기관과 기업 등이 개발에 함께했다. /한준호 기자

‘찰나’가 생사를 좌우하는 응급 상황.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와 의료기관, IC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손을 맞잡았다.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인공지능(AI) 응급의료시스템을 개발했다.

 

지난 16일 시스템 개발의 주축에 선 이들과 마주했다. 연세대학교 의료원(연세의료원)의 장혁재(51) 심장내과 교수, 김지훈(40) 응급의학과 교수다. 두 사람은 각각 AI 응급의료시스템 개발 사업 단장과 부단장을 맡고 있다.

 

구급대원·전문의의 든든한 ‘지원군’

 

AI 응급의료시스템은 ICT를 활용해 환자의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시스템이다. 구급대원이 구급차에 마련된 장비로 환자 정보를 수집해 통합 플랫폼에 보내면 AI 기술을 기반으로 분석해 환자의 중증도를 분류하고 처치 매뉴얼을 제시한다.

 

“응급 상황이 발생한 순간부터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가 가장 중요한 시기예요. 이때 초기 치료가 적절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의료진만큼 충분한 의료 정보나 역량을 지닌 구급대원은 많지 않죠. 그렇다고 의료진이 현장에 나가긴 어렵고요. 이 문제를 AI 응급의료시스템이 기술적으로 해소해준다고 보면 됩니다.”(장 교수)

 

치료에 적합한 병원을 골라 가장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 경로까지 제공한다는 것도 시스템의 장점이다. 그간 응급실 상황 등이 충분히 공유되지 않아 환자를 다른 곳으로 재이송해야 했던 문제를 개선할 수 있어서다.

 

연세의료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응급 환자 가운데 처음 도착한 병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게 된 환자 비율은 중증 외상 환자의 20%,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36% 정도다. 2018~2020년 응급실 도착 전 사망한 환자 숫자만 해도 7715명에 달한다. 하루 평균 8명이 응급실에 도착하기도 전에 숨진 셈이다.

 

응급의료센터 전문의에게도 AI 응급의료시스템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구급차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받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의료진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환자의 나이와 성별, 병력, 증상, 의식 상태, 맥박, 호흡 등이다.

 

김 교수는 “현재는 구급차로 환자를 이송하면서 병원에 전화를 걸더라도 ‘심정지 환자가 간다’는 정도의 정보만 공유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몸을 베었다’고 해 살에 살짝 상처가 난 수준인 줄 알았는데 막상 환자를 보니 내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심각한 경우도 있었어요. AI 응급의료시스템을 이용하면 사전에 세세한 정보를 얻게 되니 이런 일이 발생할 우려가 없어요. 인계 시간도 줄고 의료진이 최적의 진료 방법을 미리 고민할 시간도 확보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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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응급의료시스템상에서 활용되는 구급차. 카메라와 제세동기, 5G 라우터, 5G태블릿(EMS 키오스크), 블루투스 마이크 등이 마련돼 있다. 구급대원들은 장비를 활용해 환자를 이송하면서 쉽고 빠르게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다.

코로나 대응 최전선에서도 시간 쪼개가며 몰두
 

두 사람이 AI 응급의료시스템 개발에 나선 건 지난 2019년부터. 과정이 마냥 순탄했던 건 아니다. 지난해에는 난데없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스템을 만드는 데 함께했던 구급대원, 응급실 관계자들을 모으는 일조차 수월하지 않았다.

 

“힘든 상황에서도 다들 쌓여 있는 과제들을 해결하고 시간을 쪼개 가며 개발에 참여했어요. AI 응급의료시스템이 개발돼야 앞으로 위기 상황에서 잘 대처할 수 있고, 다른 곳에서도 의료 서비스에 필요한 기술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거라면서요. 책임의식을 갖고 참여한 분들 덕에 저 역시도 많은 힘을 얻었죠.”(김 교수)

 

장 교수도 “직업에 대한 책임감, 응급 환자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소명감을 가진 사람들이 만든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른 시스템”이라고 했다.

 

중간 성적표는 ‘합격점’

 

그간의 노력이 통했을까. 두 사람은 최근 만족스러운 ‘중간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해 AI 응급의료시스템을 시범 운영 중인 서울 서북 3구(서대문·마포·은평)와 경기 고양 지역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시스템을 경험한 구조대원들의 종합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김 교수는 “AI 응급의료시스템 덕분에 죽을 뻔한 환자를 살린 구급대원이 ‘의사가 같이 구급차에 타고 있는 느낌’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연세의료원은 12월까지 실증을 거친 뒤 내년부터 AI 응급의료시스템을 운영할 지방자치단체를 공모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사업 기간은 올해까지 총 3년이지만, 이후에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서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 말했다.

 

장 교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지역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도 필요합니다. 사람들을 살리는 이 시스템이 실질적으로 사회에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뜻있는 기업이나 단체가 함께해줬으면 해요. 시민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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