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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팡 요즘자녀] 진화하는 학교폭력 ‘아이디 계정 뺏기’

[서민수 경찰관의 '요즘 자녀學']진화하는 학교폭력 ‘아이디 계정 뺏기’

지난해, 한 중학생 남자아이로부터 고민 상담을 받았습니다. 자신의 인터넷 계정이 범죄에 이용돼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으러 오라고 했다는군요. 물론 부모님은 모르고요. 어떻게 아이의 아이디가 범죄에 이용될 수 있었는지 물었더니 아이가 기억하기로는, 한 달 전 게임 사이트에서 알게 된 형으로부터 아이디를 팔라고 해서 단돈 5천 원에 아이디를 팔았던 게 전부라고 했습니다. 아이디를 건넬 당시 형은 아이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며 손해도 없을 거라고 안심시켜서 이를 철석같이 믿고 건넸다고 하더군요. 결국, 아이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계정이 차단되는 상황까지 감당해야 했습니다. 아시겠지만, 아이가 인터넷 계정을 차단당하는 건 앞으로 소셜미디어를 할 수 없어 꽤 곤욕스러운 일입니다.

2019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아이들의 ‘아이디 계정 거래’는 전국적으로 문제가 됐던 학교폭력 중 하나입니다. 일부 지방에서는 지금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고요. 주로 한 지역의 동네 형이나 또래 집단에서 힘 좀 쓴다는 아이들이 친구와 후배들을 농락하여 단돈 3천 원, 5천 원에 매입했던 게 ‘아이디 거래’ 였습니다. 아이디를 건넸던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안 팔 수도 없었죠. 말을 듣지 않으면 어떤 보복이 뒤따를지 아이들은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단돈 몇천 원에 건넨 아이들의 아이디는 고스란히 불법 사이트를 홍보하는 일명 ‘전단지’의 주인장으로 둔갑했습니다. 아이들이 ‘아이디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걸 교묘하게 노린 겁니다.

그런데 얼마 전, 경찰청과 교육부가 신종 학교폭력으로 ‘아이디 뺏기’ 유형을 소개해 학교와 부모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아이들의 ‘아이디 거래’가 신통치 않다 보니 아예 아이들의 아이디를 폭행과 협박 같은 물리적 수단을 동원해 아이디를 강탈하고 있으니 학교와 부모는 조심해달라는 뜻이죠. 또, 최근에는 또래 집단 사이에서 힘의 우위를 이용해 또래 아이들의 아이디를 빌려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고 요금을 떠넘기는 ‘일상적 학교폭력’도 새롭게 등장해서 걱정입니다. 돈이 없으면 엄두를 내지 말아야 하는 데 요즘 아이들은 포기를 모르는 것 같습니다. 가해 아이들의 말을 빌리면, 돈을 뜯는 건 잘못된 것이지만, 친구에게 아이디를 빌리는 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하니 할 말을 잃게 만들더군요. 아이들의 장난 문화가 또다시 신종 학교폭력의 변명거리로 등장한 셈입니다.

‘아이디 계정 뺏기’는 자녀를 둔 부모라면 꼭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신종 학교폭력은 아이들의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계정을 강제로 빼앗아 판매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여기서 ‘뺏는 방식’이 주로 폭력이나 협박, 강요 같은 물리적 행위를 동반하지만 대부분 가해 아이들은 피해 아이에게 ‘조르는 방식’으로 매달려 아이디를 뺏곤 하죠. 여기서 주목할 건, ‘조르는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가 바로 피해 아이의 동의 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기억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말해, 폭력이나 협박 같은 물리적인 행동은 책임의 시비가 없지만, ‘조르는 방식’은 가해 아이가 책임을 피하고 피해 아이의 책임으로 몰아붙일 수 있는 여지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만일 아이의 아이디가 범죄에 이용돼 조사를 받아야 한다면, ‘조르는 행위’가 과연 폭력이 수반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 쟁점이 된다는 사실이죠. 이렇게 되면, 학교에서 학교폭력으로 신고를 접수하더라도 사안 처리 과정에서 가해 아이의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돈을 주고 거래를 했다면 책임은 더 명확해지겠죠.

아시다시피 가해 아이들이 아이디 계정을 빼앗는 이유는 ‘돈’ 때문입니다. 지난해까지는 가해 아이들이 동네 선배들의 부탁을 받고 아이디를 사거나 빼앗아 팔았다면, 최근에는 아이들이 자주 이용하는 게임 공간이나 소셜미디어 등에서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문자 형태의 광고 글을 보고 아이들의 아이디를 사들이고 있죠. 듣자니 대체로 10건당 5만 원에서 10만 원까지 대금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팔려나간 아이들의 아이디는 고스란히 인터넷 사이트에서 ‘불법 전단지’를 뿌리는 범죄자로 둔갑합니다. 대표적으로 불법 사이버 도박과 성 착취물·성매매 사이트를 홍보하는 데 우리 아이들의 아이디가 이용되고 있는 셈입니다.

‘아이디 계정 뺏기’가 우리 아이들에게 심각한 문제인 건, 바로 아이가 아무것도 모른 채 다른 범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아이디 계정을 빼앗기는 과정에서 가해 아이들로부터 폭력이나 협박 같은 물리적 폭력을 당하는 건 말할 것도 없고요. 불법 사이트 광고 등에 이용되는 것 말고도 아이의 개인정보가 무분별한 범죄의 주인장 노릇을 할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죠. 여기에 처벌이 쉽지 않은 것도 더 큰 문제입니다. 가해 아이들은 노골적으로 피해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노골적인 폭력행사는 자신이 나중에 처벌이나 학교폭력 조치를 받을 수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어 교묘하게 부탁하듯 ‘조르는 방식’으로 ‘동의’를 얻어내죠. 그렇다고 피해당한 아이를 나무라는 건 부모의 역할이 될 수 없다는 것도 기억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는 어쩔 수 없이 아이디를 건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고요. 분명한 건, 돈 몇 푼 받자고 자신의 아이디를 함부로 건네는 아이는 없다는 겁니다.

‘아이디 계정 뺏기’의 해법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아이에게 “어떠한 경우라도 너의 아이디를 남이나 친구에게 함부로 건네선 안 된다.”라는 사실을 알려주면 됩니다. 그리고 한 번이 부족하면 여러 번 강조하면 될 터이고, 그것도 부족하다면, 좀 더 파고들어 왜 건네면 안 되는지 이유를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면 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부모의 인식’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말해, 부모가 아이의 ‘아이디’가 중요한 개인정보라는 사실을 지금부터 인식하는 게 중요합니다. 갈수록 범죄자들은 아이의 아이디를 기웃거릴 겁니다. 왜냐하면, 아이의 아이디가 범죄를 저지르고 빠져나가는 데 큰 효과를 주기 때문이죠. 특히, 범죄자들은 초등학생, 중학생 아이디는 처벌도 받지 않는다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대놓고 아이의 아이디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아이와 신종 학교폭력을 공유하고, 개인정보의 중요성을 함께 나눠주세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아이의 인터넷 계정을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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