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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2022 새해 학부모 특강 1. 자녀에게 ‘행복의 조건’이란?

[서민수 경찰관의 '요즘 자녀學'] 2022 새해 학부모 특강 1. 자녀에게 ‘행복의 조건’이란?

아이들에게 ‘행복의 조건’은 안전을 바탕으로 합니다. 불안과 위기를 겪는 순간, 어디에도 아이들의 행복은 존재하지 않는 법이죠. 부모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녀의 행복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부모도 행복할 수 없습니다. 즉, 부모는 아이와 행복을 함께 경험해야만 ‘완벽한 행복’을 느낍니다.

‘행복의 조건’을 말하기에 앞서, ‘행복’이라는 것의 의미를 먼저 생각해 볼까 합니다. 지금까지 그 어떤 연구에서도 ‘행복’의 개념을 똑 부러지게 단정한 연구물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행복’은 지극히 추상적인 데다 개인적이며, 심오하기까지 합니다. 측정하기도 쉽지 않고요. 하지만 영화 ‘빌리 엘리어트’에서 주인공 엘리어트에게는 복싱보다 발레가 행복이었고, ‘어거스트 러쉬’에서 어거스트에게는 부모를 대신하는 기타가 행복이었습니다. 게다가 영화 ‘우리들’에서 초등학생 이선에게는 마음이 통하는 단 한 명의 친구가 행복이었던 걸 보면, 아이들의 행복 또한 딱히 ‘무엇이다’라고 결론 내리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행복을 결정짓는 데에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조건’이 있다는 건 다들 아실 겁니다. 바로 ‘가족’이죠. 가족과 자녀의 행복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도 상관관계가 입증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부모와의 관계가 곧 아이에게 부모의 애착으로 연결되어 자녀를 행복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부모의 애착은 아이가 행복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자양분’인 셈이죠.

지난해 민간 아동보호 전문기관인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는 ‘2021 아동 행복지수’를 발표했습니다. 통계를 보면,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10점 만점에 7.24점으로 나왔더군요. 예상했던 점수보다 높은 점수가 나와 다행이다 싶었는데, 세부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니 마냥 안심할 순 없겠더라고요. 아이들의 우울과 불안이 전 년에 비해 소폭 상승했고, 걱정 지수도 꽤 올랐습니다. 또, 아이들의 공격성은 물론이고 부모 관계, 학업, 친구 관계, 외모, 용돈 등 대부분 분야에서도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진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눈에 띄었던 건, 부모 돌봄과 체벌이었는 데, ‘부모님이 식사를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다’라고 답한 비율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상승해서 좀 속상했습니다. 체벌에서도 ‘회초리 같은 단단한 물건이나 맨손으로 때렸다, 나에게 욕을 하거나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라고 답한 비율도 크게 올라 마음이 편치 않았네요. 물론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부모의 심정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만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가구 소득의 격차에 따라 아이의 행복감이 달라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부모끼리는 비교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대번 비교하기 마련이니까요. 모든 격차는 아이의 행복을 흔들기에 충분조건인 걸 부정할 수 없죠. 여기에 코로나 상황이 격차를 초격차로 벌려놓은 것도 답답하고요. 하지만 아이의 행복이 결국, 부모의 애착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걸 생각하면 이번 행복 측정 설문은 부모에게 중요한 자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떠한 상황이 와도 부모가 변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이 있게 마련이죠.

그렇게 보면, 아이에게 ‘식사’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이지 않을까요. 가구 소득 격차나 코로나 상황 따위는 방해가 되지 않을 법도 한대요. 아이를 위해 부모가 식사를 준비한다는 건, 단순히 아이가 밥을 먹는 차원이 아니라 식사를 통해 부모의 마음을 확인하는 ‘애착 과정’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식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허기를 채우는 생리적 개념보다 정서적 개념이 더 강하다는 뜻이죠. 하물며 삼시 세끼 밥을 잘 먹는 아이가 그렇지 못한 아이보다 ‘학교폭력’과 ‘비행’에 노출될 확률이 적다는 해외 연구도 있습니다. 여기서 밥을 잘 먹는 아이란, 아이의 식사 시간을 부모가 함께해준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생각보다 아이들은 식탁에서 혼자 밥을 먹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군요. 그럼 집과 식당이 무슨 차이가 있나 싶습니다. 또, 고위험에 노출된 아이들과 자주 밥을 먹는 저로서는 아이들 대부분 국밥과 백반 같은 ‘집밥’을 좋아하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아이에게 밥은 ‘칼로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행복의 조건인 셈이죠.

부모의 체벌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부모님 중 아이에게 손찌검을 하실 분은 없을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어떨까요? 아이에게 의도치 않게 ‘큰소리’를 자주 하는 편은 아닌지 또는 평소 무시하거나 비꼬는 말투로 아이의 자존감을 긁은 적은 없는지 말입니다. 또 아이를 쳐다보는 냉소적인 표정도 곁들이죠. 오늘날 체벌의 개념은 물리적인 폭력만을 정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지금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큰소리가 물리적 체벌보다 더 큰 상처를 준다고도 합니다. 또 자국이 오래 남는다고도 하고요. 분명한 건, 집에서 부모의 큰소리나 차가운 말투를 듣는 아이는 집 밖에서도 절대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환대’라는 단어를 꼭 기억해주세요. ‘행복 설문’에서는 나오지 않은 주제이지만, 아이에게 행복의 조건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부모의 환대’라고 아이들은 입을 모아 말합니다. 어쩌면, 환대는 부모가 아이에 대한 애착을 보여주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죠. 적어도 아이들은 자신을 환영하는 부모의 태도에서 안전을 찾고 행복을 느낍니다. 하지만 환대받지 못한 아이들은 다음 세 가지 결핍을 가질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하죠. 첫째는 ‘배제’입니다. 부모에게 환대받지 못한 아이들은 일상에서 “넌 나가”라는 말을 상상으로 자주 듣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부모가 자녀를 환대하지 않으면, 아이는 가족 구성원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불안을 느낀다는 겁니다. 둘째는 ‘차별’입니다. 환대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아이 스스로 “난 문제 있어”라고 비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환대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학교와 가정에서 “난 무조건 따라야 해”라고 자신이 아닌 타인의 생각과 행동에 동화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실제 위기를 겪는 아이들의 입에서도 같은 대답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배제와 차별 그리고 동화 과정을 경험하는 아이는 결국, 정체성이 무너지는 걸 경험합니다. 성장기에 있는 아이에게 정체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실 겁니다. 반대로 부모가 자녀를 환대하면, 아이의 정체성이 올라가고 학교와 또래 관계에서의 자존감마저 급상승하게 되죠. 특히 자신의 의견을 얼마든지 낼 수 있는 용기를 갖게 만든다는 건 꽤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만큼 부모의 환대는 아이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뿐 아니라 행복하고 안전하다는 ‘편안함’을 갖게 합니다.

지금까지 자녀의 ‘행복 조건’으로 다정한 식사와 자녀 존중 그리고 환영하는 부모의 태도를 알려드렸습니다. 어쩌면 딱히 부모에게 어려운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죠. 하지만 아이들은 생각보다 이 세 가지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부모는 많이 없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부탁드린 세 가지 행복 조건은 부모의 의식이 동반되어야만 지속 가능할 수 있습니다. 또, 셋 중 하나가 아니라 셋 모두 부모가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꼭 기억해주세요. 가장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어려운 조건이라는 사실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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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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