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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뉴스

룸카페와 무인텔을 찾는 아이들

[서민수경찰관의 '요즘자녀學']룸카페와 무인텔을 찾는 아이들

지난해 12월 25일, 스키강사였던 20대 남자가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을 무인텔로 데려가 성폭행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범인은 아이에게 조건만남을 이야기하며 성매매를 권유했고, 아이가 거부하자 강제로 성폭행한 사실이 알려졌죠. 더구나 범행 장소가 ‘무인텔’이다 보니 덩치 큰 성인이 어린아이와 함께 투숙하는 게 어렵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이는 동네 오빠들이 크리스마스 파티를 함께 하자는 말에 따라 나갔다가 ‘악몽의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했죠. 피해당한 아이를 생각하면 지금까지도 분이 삭지 않습니다.

또, 최근 경남 지역에서는 한 여고생이 선배 언니들에게 무인텔로 끌려가 집단폭행을 당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총 6명의 가해 학생들은 객실 안에서 피해 학생의 옷을 벗긴 후 머리, 얼굴, 허벅지 등을 주먹으로 때렸는가 하면, 라이터로 피해 학생에게 자해를 강요하고, 성매매를 지시했다가 피해 학생이 거부하자 추가 폭행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더 놀라운 건, 가해 학생들이 폭행 과정을 사진으로 찍고 다른 친구들에게 영상 통화로 실시간 중계까지 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사건의 범행 장소 또한 무인텔이다 보니 가해 학생들이 피해 학생을 끌고 들어가는 데는 그리 어렵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유인 모텔이었다면 7명이 한 객실에 들어가는 걸 업주가 보고만 있지 않았겠죠.

최근 아이들의 범죄 관련 뉴스를 보면, ‘무인텔’이라는 공통된 장소가 자주 등장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범인에게는 범죄가 완성되려면 사람들의 시선이 없는 게 좋은 법인데 ‘무인텔’만큼 범행하기에 좋은 장소가 없었다는 말이겠죠. 지금의 ‘무인텔’은 외부에서 객실로 들어가기까지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범인이 키오스크에 돈만 넣으면 쉽게 객실로 이동할 수 있고, 차량을 이용한 입실은 주차공간에서 객실이 바로 연결되어 있어 CCTV에도 잘 띄지 않습니다. 특히, 이러한 ‘무인텔’ 같은 숙박업소의 인기는 성인인증 절차 없이 예약할 수 있도록 한 애플리케이션들이 등장하면서 더 심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20년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숙박업체 500개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숙박업소 업주들이 운영상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았던 것도 ‘미성년자 혼숙 예약’이었습니다. 교복을 입지 않으면 육안으로는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죠. 하지만 숙박업소들이 숙박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올리는 매출액이 전체 매출액의 약 6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업주들의 진심을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업주가 범죄를 조장하고 탈선을 방관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중학생들이 업주를 속이고 무인텔에 투숙하여 술을 먹고 난동을 부려 업주가 하소연하는 장면을 담기도 했습니다. 당시 방송 영상에는 아이들이 술에 취한 채 알몸으로 복도를 뛰어다니는가 하면, 객실 안에 깨진 술병과 파손된 기물들이 어지럽혀져 있는데도 아이들은 업주와 경찰관에게 “촉법소년인데 죽여봐”라고 말해 그야말로 충격을 금치 못했습니다.

또, 최근에는 ‘청소년 모텔’이라 불리는 ‘룸카페’가 인기를 얻는 것도 걱정입니다. ‘청소년 모텔’이라는 용어 자체가 심상치 않죠. ‘룸카페’는 2011년 당시 청소년 유해업소로 지정된 ‘멀티방’의 변종 업소라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아이들이 룸카페를 이용하려면, 계산대에서 시간당 5천 원에서 많게는 8천 원을 지불합니다. 그리고 로비에 진열된 각종 다과와 음료, 분식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죠. 특히, 지정된 방에 들어가면 단둘이 OTT 드라마나 영화까지 자유롭게 볼 수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물론 여기까지만 제대로 지켜진다면 ‘룸카페’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룸카페에서 제공하는 방이 교묘하게 ‘밀실’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룸카페에서 이용할 수 있는 밀실은 한 평 남짓한 규모로 되어 있습니다. 밀실 바닥에는 편안하게 누울 수 있게끔 매트가 깔려있고, 기댈 수 있는 푹신한 쿠션까지 마련되어 있죠. 쿠션 옆에 휴지와 물티슈가 있는 건 말할 것도 없고요. 특히, 밀실은 간이 칸막이를 설치해서 방음이 안 되는 데다 시정 장치가 있으면 안 되는 규정 때문에 사실상 시정 장치는 없지만, 정작 외부에서 내부를 확인할 수 있는 창문도 없습니다. 설령 창문이 있다 해도 대부분 암막 시트지를 붙여놔 내부를 볼 수 없게 해놨죠. 이렇게 되면 밀실 안에서 아이들이 뭘 하는지 알 수 없고 아이들이 술을 가져와 마셔도 업소는 모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최근에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10대 아이들의 룸카페 성관계’라는 글들이 올라와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검색창에서 ‘룸카페’라고 검색만 해도 10대 청소년들의 탈선을 문제 삼는 글들이 수북이 쌓여 있더군요. 또, 한 동영상 콘텐츠에는 고등학생들이 출연해 청소년 문화를 알려주는 대목에서 여학생들의 첫 성 경험 장소로 ‘룸카페’를 지목하기도 해서 놀랐습니다.

내용을 좀 더 알고 싶어 고등학교에 다니는 한 남학생에게 룸카페를 물었더니 학생은 아무렇지 않게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애들이라면 한두 번은 룸카페를 이용했을 겁니다.”라고 하더군요. 가격에 비해 그렇게 좋은 곳이 없다고 하면서 말이죠. 게다가 요즘은 중학생들이 더 많이 이용해서 오히려 고등학생이 가기에는 민망한 곳이라고도 했습니다. 학생이 들려준 이야기 중 더 충격적이었던 건, 바로 ‘룸카페’ 제목으로 불법 영상물이 돌아다닌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포털 사이트에서 ‘룸카페 야동’이라고 검색했더니 내용은 볼 수 없지만, ‘불법 촬영물’로 의심되는 룸카페 제목들이 끊임없이 나오더군요. 90년대의 ‘비디오방’이 불법 촬영물의 생산지로 전락한 것처럼 결국, 룸카페도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을지 걱정됐습니다.

‘무인텔’과 ‘룸카페’의 문제는 관련 법이 허술하고 법을 악용하는 과정에서 시작되는 걸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들만 걱정해서 법 개정을 고집하면 논란이 되는 부분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죠. 일단 좋은 해결책을 위해서 이 점을 잊어서는 안 되고요. 특히, 아이들의 탈선을 부추기는 시설과 출입을 제한할 수 있는 검증 절차가 부실한 건, 법의 개정을 떠나 여성가족부 등 관련 기관들의 대처가 필요해 보입니다. 자치단체의 인허가 규정을 강화하고 조례 발동도 고민해야겠죠. 하지만 중요한 건, 아무리 법을 고치고 새로 만들어도 ‘비디오방’을 모방한 ‘멀티방’이, 다시 ‘멀티방’에서 진화한 ‘룸카페’가 생겨났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언제든지 룸카페를 대신할 다른 무언가가 또 등장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아이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부모와 아이의 공통된 인식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사회 전체가 거들어주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녹록지 않죠. 이제 부모는 아이가 룸카페를 간다고 말하면 “조심해”, “잘 놀다 와”라는 말로 끝나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설령 우리 아이가 탈선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의 탈선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부모는 우리 아이가 친구들과 ‘룸카페’를 이용한 적이 있는지를 살펴봐 주세요. 또, 다행히 가지 않았다더라도 아이들과 ‘룸카페’의 실상을 공유할 필요가 있고요. 어쨌든 부모가 아이와 대화하다 보면, 아이가 ‘룸카페’와 ‘무인텔’의 위험성을 감지하는 안전한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기억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무인점포에서 아이들이 물건을 훔치는 행위와 무인텔에서 비행하고, 룸카페에서 탈선하는 행위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셋의 공통점은 바로 “아이들을 보호할 장치가 없다.”라는 데 있죠. 여기서 보호 장치라는 건, 아이들이 나쁜 선택 말고 본래 가진 착한 생각을 이끄는 ‘선행(善行)장치’를 말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룸카페와 무인텔은 다시 한번 우리 아이들에게 보호자와 교육자의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번 글을 통해 많은 부모님이 ‘룸카페’와 ‘무인텔’을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아이들에게 안전장치가 없는 공간은 언제든지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도 꼭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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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조선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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