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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자녀에게 ‘집밥’과 ‘급식’이 중요한 이유

[서민수 경찰관의 '요즘자녀學'] 자녀에게 ‘집밥’과 ‘급식’이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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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흥미로운 질문으로 시작해 볼까 합니다. 예를 들어, 주말 저녁에 모처럼 가족이 다 같이 모여 식사하는데, 자녀의 친한 친구가 불쑥 집에 방문한다면 부모 입장에서 어떤 대응을 하시나요? 아마 열에 여덟아홉은 아이 친구에게 밥부터 먹었냐고 물어볼 거고, 아이의 대답과는 상관없이 아이를 식탁에 앉히고 서둘러 국과 밥을 내와 밥 한 숟갈 뜨게 할 겁니다. 많은 부모님이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는 딱히 잘 설명할 순 없지만, 우리 집에 놀러 온 친구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고 있죠.

얼마 전, 인터넷 공간에서 ‘집에 방문한 자녀 친구에게 밥을 줘야 하는지’에 관한 주제가 큰 화젯거리가 되었습니다. 일명 ‘스웨덴 밈’, ‘스웨덴 게이트’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미국의 ‘레딧(Reddit)’이라는 한 커뮤니티에서 한 관리자가 게시판에 “다른 집에 놀러 가서 겪은 문화·종교적 차이 때문에 충격받은 경험을 이야기해 보자”라는 글에서 시작됐고, 이어서 첫 댓글을 단 한 누리꾼이 “어릴 때 스웨덴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친구 가족이 저녁 식사하는 동안 자기는 친구 방에서 배고픈 채 기다려야만 했다”라고 해 화제가 됐죠.

인터넷 공간에서 어떤 사건이 화제가 되는 데는 ‘첫 댓글의 법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첫 댓글이 어떻게 달리느냐에 따라서 글의 확산 속도가 결정된다는 뜻이죠. 이번 사건에서도 ‘스웨덴의 독특한 식사 문화’는 전 세계 누리꾼들에게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했고, 댓글 창에는 하나같이 “우리나라는 자녀 친구에게 밥을 준다”라는 글들이 줄지어 달렸습니다. 심지어 멕시코 국적으로 보이는 한 누리꾼은 “만일 친구가 집에 놀러 와서 가족과 같이 밥을 먹지 않으면 그 친구는 행운을 빌어야 할지도 모른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또 한 누리꾼은 ‘밥 안 주는 국가 지도’까지 올렸더군요. 결국, 재미를 기대했던 한 관리자의 질문이 문화 혐오로 번지면서 ‘스웨덴은 자녀 친구에게 밥도 안 주는 인정머리 없는 국가’로 만들었고, 뒤늦게 주한 스웨덴 대사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명하긴 했지만, 논란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처럼 아이들에게 ‘밥’은 20년 전의 기억이 되살아 날 만큼 중요합니다. 특히 전문가들은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밥’은 곧 ‘발달과 웰빙의 필수조건’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배가 고프면 모든 게 엉망이 된다는 뜻이겠죠. 또, 아이에게 ‘밥’은 학업 성취도는 물론이고 안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합니다. 실제 해외 연구에서도 아이가 아침 식사를 하고 안 하고에 따라서 학업 성취도가 달라진다는 연구가 있고, 삼시 세끼 잘 먹는 아이가 그렇지 못한 아이보다 학교폭력이나 범죄 피해를 당할 확률이 적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의 식사가 또래 집단의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있죠. 다시 말해, 아이들에게 ‘밥’은 ‘끼니’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는 의미입니다.
 

저 또한 10년간 아이들과 ‘밥팅’이라는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소위 위기를 겪는 아이들은 주로 어떤 밥을 좋아할까요? 한번 예측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에게 “밥 먹으러 가자!”라고 하면 아이들은 뭘 먹자고 할지 한번 생각해 보는 거죠. 많은 어른들은 아이들이 피자나 치킨 또는 햄버거나 분식 같은 음식을 좋아할 것 같다고 말하지만, 실제는 좀 다릅니다. 위기 상황에 놓인 아이들은 ‘집밥’처럼 밑반찬이 잘 차려진 밥상을 좋아합니다. 여기에 얼큰한 국과 따뜻한 밥이 더해지면 아무리 부끄럼을 많이 타는 아이라도 당장 표정이 바뀌고 말도 곧잘 하죠. 일단, 아이들이 말을 잘하니 교육도 수월합니다.

최근에는 ‘집밥’ 못지않게 학교 ‘급식’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보다 해외 연구에서 먼저 학교 급식과 학업 성취도의 연관성이 자주 보고되기도 했죠. 특히, 학교 급식의 경험에 따라 아이들의 학습효과와 품행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들이 꽤 많습니다. 교육학에서는 학교 교육이 아이들의 진로 성취를 이끌고 사회 가치를 실현하는 걸 돕는다고 본다면, 심리학에서는 또래 관계 경험을 통해 정체성을 기르고 나아가 사회 자본을 만드는 걸 돕는다고 보고 있죠. 하지만 사회학에서는 학교 급식이 아이들의 교육과 심리효과를 향상하는 중요한 매개 역할로 보고 있습니다.

실제 학교현장도 다르지 않습니다. 대체로 학교 급식이 맛있고 푸짐할수록 ‘학교폭력 피해 경험률’이 적게 나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거기다 학교 급식이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와 품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죠. 하지만 최근 들어 언론을 통해 ‘급식 사고’ 뉴스가 연일 전해져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동요에서나 나올 법한 ‘개구리 반찬’이 아이들의 급식판에 등장하고, 한창 뛰어놀 나이에 부실한 급식을 먹게 되면 아이들은 곧장 집에 가서 부모에게 라면을 끓여달라고 조를 수밖에 없죠. 아이에게 급식이 부실했던 하루는 단순히 점심이 별로였던 날이 아니라 학교생활이 ‘엉망’이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최근 몇 년간 자료를 조사하다 보니, 해마다 유독 6월경에 학교 급식 사고가 자주 발생하더군요. 아무래도 5~6월에 예상치 못한 장마와 무더위가 엄습하면 아이들의 먹거리에도 사고가 생길 수 있다는 걸 학교와 부모가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아이가 갑자기 짜증을 부리고 욱하는 행동을 보이면 일단, 아이들의 신진대사에 주목하고 ‘밥’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와 학교는 당장 아이의 체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감지해야 합니다.

학부모 강연에서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아이의 학습과 안전’에 관한 주제입니다. 그럼 저는 주저 없이 부모님에게 “아이의 집밥이 부실하지 않도록 챙겨주시고 특히, 아이가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절대 일어나지 마세요”라고 부탁합니다. 그 약속만 지키면 아이는 학업과 또래 관계가 나아질 거라고 말이죠.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도교육청 강연에서 장학사들에게도 ‘학교 급식’을 꼭 챙겨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면서 무상 급식 제도는 근본적으로 보건의 대안이 아니라 교육의 대안이라고 강조하죠.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과 중학교 3학년 아이들이 상급학교를 선택할 때 급식을 따지는 이유는 단순히 재미만은 아니라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 밥을 챙기는 게 뭐가 그리 대수야?”라고 할 수 있지만, 아이가 집에서 밥 먹는 모습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부모가 밥만 차려주고 출근 준비한다면서 자리를 비우면 식당과 다를 바 없겠죠. 아이와의 식사에는 명확한 표준이 있어야 합니다. 그 표준은 바로 아이의 밥은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거고 특히, 아이가 혼자 밥을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거죠. 또, 아이가 밥 먹을 때 스마트폰을 보는 건, 부모가 자리를 비웠거나 부모와 딱히 할 말이 없다는 뜻일 수도 있어서 주의해야 합니다. 부모가 아이 밥을 챙긴다는 건, 아이와 부모가 식사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마음을 확인하는 ‘애착 과정’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학교 급식 또한 학교가 아이들을 위해 얼마나 애착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것도 말이죠. 아이의 학습과 안전은 아이의 ‘밥’에서 출발한다는 걸 꼭 기억해 주세요.

 

 

출처: 조선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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