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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영의 논술개런티] 카프카 서거 100주년, 과연 우리는 인간 소외 비극에서 벗어났을까?

2024.06.24 18:43:34

“책은 우리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만 한다.”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

  • 카프카는 자신이 정의한 책의 기능과 의미처럼 사람들의 정수리를 주먹으로 내리쳐 외면하고 싶은 마음 깊숙이 숨어 있는 인간 본능을 직면하게 하는 책을 썼다. 그렇게 나온 작품이 바로 ‘변신’이다. 

    ‘변신’은 제목에서 보여준 변신이라는 모티브가 책의 주요 사건으로서 처음과 끝을 이끈다. 여기에는 주인공의 외면적 변신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의 내면적 변신이 등장한다. 특히 가족들의 변신은 인간이 벌레가 되어버린 끔찍한 상황만큼이나 잔혹하리만큼 가차 없이 벌어진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인간의 물질화, 상품화가 낳는 비인간화 현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극복할 수조차 없는 비극을 상징한다. 인간이 경제적 기능을 하지 못하면 그 존재 또한 무의미해진다는 것을 확인시켜 내는 과정은 독자에게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더불어 물질문명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직관하게끔 해주는 구성적 요소가 되어 준다.

    이 책의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외판원으로 일하면서 실질적으로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벌레로 변신하게 되면서 경제적 가치 창출은 물론, 사회적인 기능을 모두 상실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이처럼 인간이 하루아침 벌레가 되어버리는 설정은 황당함보다도 절망으로 다가온다. 아마도 우리에게 ‘벌레 같은 존재’로 전락해버릴지 모른다는 원초적 두려움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내가 그렇게 아무 쓸모를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가족들이 비정하게 돌아서지 않을까 하는 공포감이 마음에 닿아 있어서였을지도 모른다. 

    마르크스는 일찍이 인간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소외되고 또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되는 과정을 분석하며 노동자로서의 인간이 주요 결정권을 자본가에게 빼앗기고, 무능력해진다며 현대 사회를 사는 개인들의 심리상태를 분석한 바 있다. 이렇듯 현대 사회에 인간 소외 현상이 만연되어 있을 때 나타나는 잠재적 불안감을 안고 사는 사람들에게 그레고르의 비극은 단순히 작품 속 주인공의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우리의 생활이자 이야기 그 자체기 때문이다.

    그레고르는 영문도 모른 채 들이닥친 비극적 현실로 시작된 발단이 결말에 이르기까지 그는 어떠한 희망도 갖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마치 “인생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하는 물음에 “현실은 원래 이토록 냉혹한 것이다.”라고 명료하게 답을 하고자 하는 것처럼 말이다. 

    뿐만 아니라 그레고르를 대하는 가족의 태도도 점점 차가워진다. 그의 존재를 겉모습 그대로 벌레처럼 취급하고 급기야 아버지는 그가 가족의 경제 활동에 방해가 됐다. 그에게 사과를 던져 해하기까지 한다. 이 와중에 가장 극심한 변화를 보인 것은 여동생 그레테다. 사실 그레고르는 음악에 소질이 있는 여동생을 음악학교에 보내기 위해 자신의 돈을 따로 모으고 있었다. 그렇게 살뜰하게 보살폈던 동생이었던 것만큼 벌레가 된 오빠의 식사도 챙기고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가족이었다. 그런데 벌레가 된 오빠 때문에 가족의 생계원이 된 하숙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가족들에게 오빠를 손절해 버릴 것을 종용한다. 심지어 오빠는 인간이 아닌 흉측한 벌레이며 만약 저것이 오빠였다면 벌레가 인간과 같이 살지 못했을 것을 알고 진작에 떠났을 것이라며 그의 존재를 부인한다. 마치 “벌레를 벌레라고 하는데 무엇이 잘못됐냐”는 식으로 합리화하면서 말이다. 이렇듯 그레고르의 외형적 변신은 그의 ‘경제력’ 상실한 것이었다면 그로 인한 가족들의 변신은 그의 ‘존재의 의미’를 잃게 만든 비극이었을 것이다. 

    결국 그레고르는 식음을 전패하고 말라비틀어진 상태의 변사체로 발견이 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겉은 벌레일지 모르지만, 이것은 분명 그레고르라는 한 인간의 죽음이었다. 그런데 가족들은 그의 죽음을 슬퍼하기는커녕 짐을 털어낸 홀가분한 마음으로 오랜만에 외출을 한다. 

    그들은 전차를 타고 가는 동안 자신들의 처지가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라고 인식하며 스스로를 위안한다.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자리에서 일어서는 그레테를 본 부모는 그녀가 예쁘고 아름다운 처자가 되어버린 것을 발견, 가족의 경제적 지위를 상승시켜줄 가치가 된 것에 흡족해 한다. 이러한 가족이 가지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행복한 결말이 될 수 없는 것은 인간을 목적이 아닌 수단과 도구로 여기는 탐욕적 만족감이 물질문명의 인간 소외로 치환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 ‘만약 인간이 경제적 기능을 잃어버린다면 그의 존재는 어떻게 인식될 것인가?’하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것은 분명 도덕적 딜레마에 관한 질문이다. 가족의 경제적 역할을 담당하던 구성원이 건강상의 문제로 해고, 퇴직 등과 갑작스러운 같은 일이 생기고 이것이 오랜 기간 지속이 된다면 과연 가족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 것인가? 

    그러나 이 책은 우리가 함부로 입에 담기 어려운 답을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로 일말의 고민도 없이 보여준다. 마치 우리가 사람들 앞에서 드러내기 힘든 본능을 감싸고 있는 이성을 도끼로 찍어 내어놓는 것처럼 말이다. 

    영화계의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1899~1980) 감독은 “돈이 인간의 행복을 가져다 줄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불행은 막아 줄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이처럼 인간이 삶을 영위해 가는 데 있어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내는 능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위치에 서게 되어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 펼쳐지면 그것은 문제가 된다. 경제적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인간은 사회 속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는 잉여인간으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인간관계 속에서도 나에게 어떤 유익이 되지 않는 사람은 과감하게 손절해 버리는 시대가 온 것이다. 사실 ‘손절’은 주식에서 사용되는 손절매(損折賣, 매입가보다 떨어진 주식이 더 떨어지기 전에 손해를 감수하고 파는 것)에서 나온 말이다. 그야말로 인간을 도구화 상품화하여 인간의 가치를 경제의 영역으로 흡수하는 것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대표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행복 추구권’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돈으로 인식되는 순간 인간은 국가가 보장하는 권리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살아가게 된다. 인간이 경제적 능력으로 그 가치가 환산되고 평가되는 사회 속에서 인간은 그 본연의 존엄성이 돈에 매몰되어 존재의 가치를 잃어버리기 쉽다. 물론 돈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최소한 이것 때문에 인간이 그보다 하등한 존재로 취급되거나, 인간으로서의 의의가 상실된다면 이것은 큰 문제다. 

    카프카 서거 10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에도 현대인들은 여전히 ‘변신’의 그레고르의 삶의 반경에서 크게 나아질 바 없는 처지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아직도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 났냐?”는 질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찾고 있지 못하는 듯 보인다. 

    황금중심주의, 물질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가 추구해나가야 할 핵심적 인간중심의 가치를 깊이 있게 돌아보고 돈이 없으면 혹은 경제적 능력이 없으면 인간 구실을 못한다는 사회적 인식을 바꿔나가야 할 때가 왔다. 결핍 속에서도 사람을 위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줄 아는 인간으로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말이다. 

    ◇ 생각해 볼 문제 ◇ 

    1. 어느 날 갑자기 한 인간이 자신의 경제적 능력을 모조리 상실해 버린다면 사회 속에서 그의 존재는 어떻게 인식될까?

    2. 가족 중 한 명이 하루아침에 벌레가 되어버린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3. 내가 만약 그레고르라면 자신의 외형적 변신과 가족들의 내면의 변신 중 어떤 것에 더 충격을 받을 것인지 쓰고 그 이유에 대해서도 서술해보자.

    4. 우리 사회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인간 소외 현상을 찾아 쓰고 이에 대한 나의 생각을 서술해보자.

    5. ‘현대 사회와 인간 소외’를 다룬 에리히 프롬의 ‘건전한 사회’를 보면 물질은 자아가 없고 물질화되어 버린 인간도 자기를 가질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자기 자신으로부터 소외(self –estrangement)라고 명명하고 있는데, 이는 인간이 자신을 현대사회 틀에 잘 맞는 존재라고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도록 자신을 시장에 내놓기 팔기 좋은 상품으로 만드려는데 기인한다고 본다. 인간이 자신을 상품화하려고 할 때 왜 자아를 잃어버리게 되는지 자신의 생각을 서술해 보시오.

    6. 현대 사회에 있어서 소외를 극복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이에 대한 한 편에 완성된 논술을 작성하시오.

  • [이순영의 논술개런티] 카프카 서거 100주년, 과연 우리는 인간 소외 비극에서 벗어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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