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선택은 모두 평생 결정이 아니다

고1 겨울, 선택과목 신청서를 앞에 두고 며칠째 잠을 설치는 아이가 있다. 이 과목 하나로 대학이 갈릴 것 같아서이고, 동아리 하나를 못 골라 신청 기간을 넘기는 아이도 있다. 학원을 옮길지 석 달째 고민하는 부모도 있고, 설명회 한 번 듣고 수천만 원이 드는 유학을 정하는 집도 있다. 모두 선택이지만 무게는 다르다.
우리는 그 차이를 잘 구분하지 못하고 지금 얼마나 불안한지로 선택의 무게를 잰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2015년 주주 서한에서 결정을 두 가지로 나눴다. 되돌릴 수 없거나 거의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은 ‘한 방향 문’이고, 천천히 신중히 여럿과 의논해야 한다고 했다. 대부분의 결정은 바꿀 수 있고 되돌릴 수 있는 ‘양방향 문’이다.
양방향 문에 한 방향 문의 무게를 들이대면 일이 느려지고 실험도 줄어든다. 진료실에서도 약은 써 보고 반응이 없으면 바꾼 반면 수술로 떼어 낸 것은 되돌릴 수 없어 보호자와 오래 이야기한다. 아이의 진로도 마찬가지다. 동아리, 방과후 수업, 진로체험, 학원은 대개 양방향 문이다. 들어가 보고 아니면 나오면 되며, 잘못 들어가도 잃는 것은 대개 몇 달이다.
한 방향 문의 예로는 학교를 그만두는 일, 집을 떠나 먼 지역 학교나 다른 나라로 옮기는 일이 있다. 이런 선택은 며칠 더 두고 봐도 늦지 않다. 해 보면서 찾으라는 조언은 전에 썼고, 오늘은 해 보기 전에 어느 문인지부터 가리는 일이 중요하다.
필자도 문 앞에서 멈춘 적이 있다. 내 병원을 정리하고 다른 동물병원에 직원으로 들어갔을 때 원장이 동업을 제안했다. 최소 1년은 일해 보고 정하겠다고 답했으나 반년 만에 답을 재촉받았고, 결국 그 병원을 나왔다. 1년은 채우지 못했으나 도장을 찍지 않은 것은 지금도 잘한 일이었다고 본다. 동업은 한 방향 문에 가까워 한번 들어가면 쉽게 나올 수 없고, 돈도 묶이고 관계도 묶이며 일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어려운 점은 어느 쪽인지 헷갈리는 것이다. 선택과목이 아이에게는 대학을 결정하는 일처럼 느껴지고 부모도 비슷하다. 그럴 땐 되돌리는 데 드는 값을 적어 보자: 시간, 돈, 몸, 관계. 선택과목에 대하면 돈은 거의 들지 않고 몸도 상하지 않으며 관계는 같이 듣는 친구가 달라지는 정도다. 남는 건 시간이다. 학교는 대개 변경 신청 기간을 따로 두어 그 기간이 지나 시간표가 짜이면 학기 중에는 바꾸기 어렵지만, 한 학기를 쓰는 일이 곧 평생의 선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학이나 전공에 따라 권장하는 과목이 있을 수 있으니 고르기 전에 확인해 둘 일이다.
넷 중 하나라도 크게 잃는다면 한 방향 문으로 대하면 되고, 어느 것도 크게 잃지 않는다면 일단 열어 봐도 된다. 따라서 아이에게 “뭘 선택할 거야?”라고 묻기 전에 “이 선택은 되돌릴 수 있을까”, “바꾸려면 무엇을 잃어야 할까”, “시간, 돈, 몸, 관계 중에서 크게 잃는 게 있을까”, 그리고 다시 “일단 해 보고 결정해도 될까”라고 물어보면 좋다. 질문이 바뀌면 선택도 다르게 보인다.
동아리를 고르는 일과 학교를 옮기는 일을 같은 무게로 고민할 필요가 없으며, 한 학기 수업을 선택하는 일과 수천만 원이 드는 유학을 결정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진로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선택을 신중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신중해야 할 선택을 골라내는 것이다. 오늘 저녁, 아이가 붙들고 있는 고민 하나를 물어보고 어느 쪽 문인지 함께 따져 보자. 반대로 최근에 하루 만에 정해 버린 일도 떠올려 보자. 그건 어느 문이었나.
제휴 매체를 참고해 편집·재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실 확인을 거쳤으나 원문과 표현이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 0
댓글은 에듀팡 회원만 작성할 수 있습니다.
에듀팡 로그인-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