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후 강사의 과학 이야기] 시험장에서 배가 아픈 이유
![[이승후 강사의 과학 이야기] 시험장에서 배가 아픈 이유](https://edu.chosun.com/site/data/img_dir/2026/10/01/2026100180188_0.jpg)
모의고사 당일 아침, 집에서는 괜찮았던 배가 1교시 예비령이 울리기 직전 요동치기 시작한다. 전날 음식을 의심해 보아도 원인은 음식이 아니며, 몸이 비상 상황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긴장이 느껴지면 뇌의 시상하부가 자율신경계의 교감신경을 작동시킨다. 심장이 빨리 뛰고 동공이 커지며 기관지가 넓어지는 '투쟁-도피 반응'이 나타난다. 이는 맹수를 만났을 때 싸우거나 도망가기 위해 몸을 전투 태세로 만드는 메커니즘이다.
비상 상황에서는 교감신경이 위와 장의 운동 및 소화액 분비를 억제하고, 혈액을 소화계 대신 근육으로 보낸다. 사자 앞에서 점심을 소화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배가 더부룩하고 입이 마르는 것은 '주방이 문 닫았다'는 신호이며, 스트레스 호르몬은 위의 움직임을 늦추는 동시에 대장을 자극해 시험 직전 화장실이 급해지는 원인 중 하나가 된다.
비상 명령은 두 경로로 전달된다. 빠른 길은 교감신경이 부신 속질을 직접 자극해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을 혈액으로 내보내는 것이고, 느리지만 오래가는 길은 시상하부 → 뇌하수체 전엽 → 부신 겉질로 이어지는 호르몬 연쇄를 거쳐 코르티솔이 분비돼 혈당을 높이고 장기적인 대비를 준비한다. 이 둘은 유선 인터넷과 무선 인터넷에 비유할 수 있다: 신경은 케이블처럼 직접 연결된 경로로 신속하고 국소적이며, 호르몬은 혈액을 타고 퍼지는 무선 신호로 느리지만 효과가 오래 지속된다. 따라서 시험이 끝난 뒤에도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손끝이 떨리는 것은 혈액에 남아 있는 호르몬의 영향이すぐ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점은 이 비상 시스템이 수십만 년 전 초원 환경에 맞춰 진화했기 때문에, 몸은 시험지와 실제 맹수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적당한 긴장은 집중력을 높이므로 완전히 없앨 필요는 없으며, 조절법도 있다. 숨을 길게 내쉬는 호흡은 부교감신경 쪽으로 균형을 이동시켜 진정을 돕는다. 카페인은 에피네프린 분비를 촉진하니 시험 당일에는 평소보다 커피를 늘리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앞서 언급한 호흡법이 효과적인 이유는 자율신경이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처럼 쌍을 이뤄 작동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장기에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동시에 연결되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데,これを 길항 작용이라고 한다. 교감신경이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면 부교감신경은 늦추고, 교감신경이 소화를 억제하면 부교감신경은 촉진한다. 따라서 '교감신경은 억제, 부교감신경은 촉진'이라고 단순화하는 것은 오개념이며, 어떤 기능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는지는 장기에 따라 다르다.
시험이 끝나면 허기가 몰려오는 것은 비상이 해제되어 부교감신경이 다시 소화계의 '주방 불'을 켜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시험장에서 배가 아픈 것은 몸이 약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지키려는 오래된 시스템이 성실히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신호를 적으로 여기지 말고, '지금 내가 이만큼 진지하구나'라고 인식하면 사이렌은 점점 잦아든다. 수능까지 남은 시간, 몸의 경보를 다루 줄 수 있는 사람이 끝까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제휴 매체를 참고해 편집·재작성한 기사입니다. 사실 확인을 거쳤으나 원문과 표현이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 0
댓글은 에듀팡 회원만 작성할 수 있습니다.
에듀팡 로그인-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