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위한 중2 사용설명서 19화 : 집 나온 친구, 재워준다는 아이
매일 저녁, 고은이가 집에 돌아오면 실랑이가 시작된다. 아침에 일찍 오라고 단단히 일러도 귀가시간이 제멋대로인데다 학원을 빼먹는 일도 많다. 전화도 받지 않는다. 이유를 물어보면 항상 그냥 친구랑 있었다고만 한다. 어제는 모처럼 공휴일이라 남편도 선심을 써서 놀이공원이라도 가자고 했는데 고은이는 시큰둥했다. “유치하게 무슨 놀이공원이야. 난 그냥 집에서 공부할래.”작년만 해도 놀이공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애가 유치하다니, 황당했지만 공부하겠다니 할 수 없어 내버려뒀다. 그런데 저녁때가 되어 밥 먹으라며 아이 방문을 연 남편이 깜짝 놀라서 수선을 떨었다. 애가 없어졌다는 거다. 방에 있는 줄 알았는데 언제 나갔는지 몰래 나간 모양이다. 당장 고은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밤 10시가 될 때까지 수십 통은 한 것 같다. 결국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전화하라’는 협박 문자를 보내고서야 고은이한테 전화가 왔다. “집 앞 까페에서 친구랑 공부하고 있었어. 휴대폰 가방에 넣어놔서 몰랐던 것뿐이야.”“무슨 중학생이 까페에서 공부를 해? 당장 들어와!”남편은 불같이 화를 냈다. 그런데 고은이는 더 황당한 소리를 했다.“사실은 친구가 집을 나왔는데 지금 같이 있어. 갈 데가 없다는데 우리 집에 재워주면 안 돼?”“뭐? 너 대체 어떤 애랑 있는 거야? 걔도 집에 보내고 너도 당장 들어와!”“싫어! 그럼 나도 안 들어가!” 그러고는 전화를 툭 끊어버렸다. 놀란 남편과 나는 집 근처 커피숍을 샅샅이 뒤져 겨우 고은이를 찾아냈다. 친구랑 안 떨어지겠다고 발악을 하는 통에 결국 친구까지 우리 집에 재우고 다음 날 담임선생님한테 연락하고…. 내 아이만도 벅찬데 아이의 친구까지 다 떠맡고 내가 정말 내 명에 못 살겠다. 고은이의 말을 들어보니... 우린 영원한 우정을 맹세했어 집이 싫어서 나온 진경이한테 다시 집에 들어가라니, 너무 한 거 아냐? 엄마 아빠는 진짜 피도 눈물도 없다. 진경이랑 나는 영원히 함께해주기로 맹세했는데 어떻게 그냥 두고 들어가란 말이야? 엄마 아빠는 내가 친구도 없이 혼자 다녀야 만족하려나? 사람이 인생에 친구가 두 명만 있어도 성공이라고 하던데, 나는 몇 명이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날 이해해주는 건 애들 밖에 없다. 솔직히 맨날 학원 가느라 놀 시간도 없어서 학원 끝나고 좀 얘기하다 보면 늦을 수밖에 없다. 근데 그걸 가지고 맨날 늦게 온다고 난리다. 그럼 학원을 좀 빼주든가! 어제도 공휴일이라서 애들 좀 만나려고 했는데 아빠는 계속 못 나가게 눈치주고 놀이공원에 가자질 않나. 참 나 기가 막혀서 내가 아직도 앤 줄 아나? 집에서도 잔소리, 학교에서도 잔소리, 마음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건 애들이랑 있을 때뿐이다. 어떻게 해야할까요?부모의 짝사랑, 이제는 보내야 할 때,그러나 친구는 난로처럼, 적정 거리를 찾도록 도와주세요. 청소년기는 친구의 의미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여기는 시기다. 또 아이들은 부모에 대한 의존적인 태도나 보호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대인관계를 구축하기 시작한다. 아동기의 무조건적인 교우관계에서 벗어나 선택적인 교우관계를 형성하고 동년배와의 연대의식을 형성하는 단계인 것이다. 더 이상 부모가 최우선의 존재가 아니다. 특히 사춘기 아이들에게 친구란 자기와 같은 병을 앓고 있는, 동병상련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유일한 소통의 창구라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아이들이 이제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우리 아이가 덜 외롭게, 기쁘게 홀로서기를 하도록 도와주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은 기뻐할 일이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거나 좌충우돌하더라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아이의 사회화 과정을 격려해주자. 혜민 스님의 표현에 따르면 ‘인간관계는 난로처럼 대해야 한다’고 했다. 곁에 두면 따뜻하지만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게 거리를 유지해야 화상을 입지 않는다는 뜻이다. 아직 적정 거리를 모르는 아이에게 부모로서 무조건 붙어 있는 것이 진정한 친구는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자. 오히려 진정한 친구라면 떨어져 있어도 통하는 것이고 서로 발전하도록 도움을 주는 관계여야 한다. 힘들겠지만 친구와 약간의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객관적인 입장에서 서로를 도와주는 친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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