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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위한 중2 사용 설명서 18화 : 혼자 밥 먹고, 홀로 서 있는 아이

이진아2017.07.24 10:25조회 890

친구가 너무 많은 아이들의 부모님 걱정은 친구없는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하는 걱정에 비하면 걱정거리도 아니라고들 한다. 친구가 없거나 혹은 친구가 있어도 단짝친구가 없으면 부모들의 걱정은 어느 새 하늘을 찌른다. 왕따 당하는 건 아닐지, 성격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윤승이 사례를 한 번 살펴보자. 언젠가부터 윤승이가 애들과 떨어져서 혼자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며칠 전 식당에서도 애들은 애들끼리 앉아서 먹는데 윤승이는 딴 애들이랑 얘기도 하지 않고 묵묵히 밥만 먹었다고 주현이 엄마가 말하지 않았던가. 어제는 할머니 병문안을 가야 해서 윤승이 학교 끝나면 데리고 가려고 학교 앞에서 기다렸다. 끝날 시간이 되니까 아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다들 삼삼오오 붙어서 왁자지껄 떠들면서 가는데 유독 유승이만 혼자 멀찍이 떨어져서 오는 게 아닌가! 고개를 푹 숙이고 땅만 보며 터덜터덜 걸어오는데 어찌나 안쓰럽던지….차를 타고 가면서 조심스레 물었다. “넌 학교에서 누구랑 친해?”“친한 애 없어.”“왜? 같이 공부하는 애들만 해도 몇 명인데?”“걔들은 그냥 같이 공부하는 애들이고.”퉁명스런 윤승이의 대답에 나도 당황해서 뭘 어떻게 더 얘기해야 할지 몰랐다. 가는 내내 어색한 침묵만 흘렀다.집에 와서도 계속 마음이 불편하고 신경 쓰였다. 결국 학교 사정 잘 아는 주현이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혹시 윤승이에 대해서 들은 얘기 있음 해달라고 했더니 지연이 엄마가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윤승이가 친구가 별로 없는 것 같긴 해. 우리 주현이 말로는 윤승이가 잘난 척이 심해서 아이들이 같이 놀길 꺼린다던데...”중학교 올라와서 잘난 척이 부쩍 심해져서 그나마 같은 학원 다니는 애들도 학교에서는 아는 척을 잘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며칠 전에도 다들 모여 축구하는데 윤승이가 패스를 안 하고 혼자 공을 몰고 가서 윤승이네 팀이 졌다고 했다. 애들이 이제부터는 패스하라면서, 자꾸 그렇게 혼자 하면 안 끼워준다고 했더니 윤승이가 공을 차버리고는 자기도 고등학교 수학과정인 10까지 진도 다 뺐다고, ‘니네들과는 수준 차이 나서 뭘 같이 할 수가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아니, 축구하다 보면 패스할 때도 있고 혼자 찰 때도 있고 그런 거지, 패스 안 했다고 안 끼워준다는 아이들이 더 이상한 거 아닌가? 애들이 먼저 면박을 주니까 우리 윤승이도 지지 않으려고 그런 것 같은데 잘난 척이라니, 애들이란 참…. 그나저나 이제부터 논술 빼고 축구를 가르쳐야 하나? 윤승이 생각을 들어볼까요? 친구 같은 거 없어도 잘 살아.사실 나도 애들하고 축구하고 놀고 싶었던 때가 있었다. 초등학교 1, 2학년때 애들이 축구도 하고 운동장에서 뛰어놀 때 나도 몇 번 같이 했었다. 축구도 재미있었고 축구 후에 애들이랑 사먹는 아이스크림 맛도 좋았었다. 그렇지만 엄마가 짜놓은 스케줄을 따라가다 보니 더 이상 애들과 축구를 할 시간이 없었다. 애들은 맨날 어제 한 축구 얘기를 하는데, 나는 낄 수가 없으니 할 수 없이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내가 애들보다 잘하는 수학이나 과학 뭐 그런 얘기를 한 거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애들은 나보고 잘난 척한다고 뭐라고 하고, 엄마는 축구도 못하냐고 뭐라 하고, 내가 뭐 동네북인가? 나도 이제 축구 안 할 거다. 그런 건 멍청한 새끼들이나 하는 거지. 맨날 공만 차고 있으니까 수학 시간에 간단한 계산 시켜도 못하는 거다. 나랑은 수준이 안 맞는다. 친구 같은 거 없어도 하나도 안 외롭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혼자 가기엔 너무 먼 길, 함께 가는 지혜를 주세요. 친구가 필요 없다고 큰소리치는 아이도 강해 보이려는 것일 뿐 진심은 아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치열한 경쟁주의로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 그렇다 보니 남을 배려하고 어울리는 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유아독존인 아이게는 부모부터 경쟁보다 배려를 가르쳐야 한다. 아이에게 훌륭한 대인관계 능력을 심어주는 것만큼 좋은 유산은 없다. 무엇보다 먼저 세상은 더불어 사는 것이며 자신을 어느 정도 양보하고 상대를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자. 아이들을 탓하기 전에 엄마의 언행을 먼저 살펴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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