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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좌절, 그러나 또다시 일어서다

이가희2017.06.26 10:23조회 1,001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전국 스피치 콘테스트에 나가서 내가 절실하게 느낀 점이 바로 이것이다. 원희는 지역별로 주최하는 작은 대회에 많이 나가 봤는데,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고 연습을 한 결과 대개는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면서 많은 자신감도 얻었다. "아, 내가 힘들게 공부한 보람이 있구나.“"나는 정말 영어를 잘하나봐. 좀 더 해서 영어 박사가 돼야지.“이런 우쭐함과 자신감을 가지고 우리는 전국 대회에까지 도전했다. 힘들게 준비해서 지방 대회를 거쳐 본선 자격을 얻게 되면 굉장히 신이 난다. 그러고는 여세를 몰아 서울 대회로까지 힘차게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전국 대회에 나가서 보니까 잘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았다. 소위 말하는 '해외파'도 많고, 제법 유창한 발음에 매너까지도 아주 여유 있고 세련된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도 몇몇 눈에 띄었다. 원희나 나나 정말 기가 죽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은 해외파에 끼지 못하고 '일반'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그 '일반'에서도 1등은 쉽게 넘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 이건 넘을 수 없는 벽이구나.'하지만 대견스럽게도 원희는 이런 상황에서 크게 절망하거나 의기소침해하지는 않았다. 자존심이 강한 원희가 만약 크게 실망하고 자괴감에 빠졌다면 나도 더 이상은 대회에 내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고맙게도 원희는 오뚝이처럼 오뚝 일어섰다. 준비할 때는 '어떻게 해서라도 1등을 하고야 말 거야'하며 이를 악물고 악착스럽게 연습을 하고, 대회가 끝난 다음에는 초조함과 기대를 가지고 결과를 기다리고, 그리고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얻고 나면 크게 실망을 하지만, 그래도 원희는 큰 자극을 받아 더욱 열심히 공부를 했다. 수학경시대회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원희는 수학 공부를 비교적 늦게 시작했다. 학교에서는 항상 거의 만점을 받는, 나름대로 잘하는 아이였기 때문에 그 정도로 만족을 하고 특별히 공부를 더 시키지는 않았었다. 5학년이 돼서 학교 대표로 대교 눈높이 수학경시대회에 한번 도전해 봤는데 그야말로 참패였다. 예선도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는 경시대회 전문 학원을 보내기 시작했다. 가서 보니까 수학도 잘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았다. 처음에 갔을 때는 경시대회 참가는커녕 경시반에조차 넣어주지 않고 일반 수학반에서 공부를 하라고 했다. 그동안 원희와 나는 좁은 세상에 갇혀 아무것도 모른 채 '내가 최고'라고 만족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 내가 수학도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공부했구나.'겨울방학 때부터 원희는 마음을 다잡고 수학 공부에 매진했다. 동네에 마침 수학을 전공한 엄마가 있어서 그 집 아이와 원희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나는 논술, 글쓰기를 가르쳤다. 원희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수학을 열심히 공부해 결국 '수학 잘하는'학생이 되고야 만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어찌 보면 진부한 말이 원희에게도 그대로 해당되는 것 같다. 원희가 계속해서 새로운 것에 도전 할 수 있었던 것은 늘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나중에 민족사관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된 것도 결국 이러한 것들이 계기가 되었다. 원희가 만약 자기가 속한 작은 학교에서 잘하는 것에 자만하고 더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았더라면, 더 이상의 꿈을 갖지 않았더라면 '동네 최고'에 머물고 말았을 것이고 하버드는 꿈도 못 꾸었을 것이다. 원희는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점점 더 큰 세계에 부딪쳐 봄으로써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더 큰 목표를 갖게 된 것이다."난 학교에서 1등이 아니라 대전에서 1등, 전국에서 1등을 하고파.“ 상을 받는 즐거움, 수상 경력의 중요성나는 원희가 경시대회에 나가서 상을 타면 꼭 학교로 상을 보내라고 했다. 집으로 본인이 직접 가지고 왔던 것도 다음 날 학교로 보내서 모든 아이들이 보는 데서 시상하게 했다. 피나는 노력의 대가로 얻은 것이니만큼 칭찬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을 받는 것은 아이한테는 큰 자랑이요, 자신감이다. 하지만 한 가지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수상 경력이다. 나중에 특목고 등에 잔학하려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원희가 민족사관고등학교에 진학할 때 학교 측에서 '학생이 어떤 아이인지 보여주는 모든 자료를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우리는 그동안 모아 둔 모든 상장을 복사해 책으로 묶었다. 두꺼운 책 한 권 분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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