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를 위한 중2 사용 설명서 17화 : '생파'에 목숨 거는 아이
아무리 온라인에서만 관계를 맺는다고 사회가 변했다고 걱정해도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뭐니뭐니해도 친구문제이다. 아이들이 친구에게 목숨거는 것을 보며 부모들은 한심해하고 걱정한다. 아이들에게 친구란 어떤 의미일까? 친구와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 걸까? 승현이는 친구도 많도 친구 관계도 좋은 아이이다. 그런 승현이 엄마에게도 걱정은 있다. 너무 친구에게 올인한다는 것이다. 중간고사를 이틀 앞둔 날, 학원에서 돌아온 승현이는 방에 틀어박혀서 코빼기도 안 보이기에 드디어 ‘열공 모드’에 돌입했나 싶었다. 그러나 이게 왠 일? 방 문을 열어젖히니 승현이는 공부는커녕 방안 가득 색지에 풍선, 색종이, 색도화지로 접은 비행기까지, 난장판이었다. 아이는 접어놓은 비행기들이 구겨질세라 온몸을 둥글게 말아 책상 밑에서 커다란 색지 위에 생일 카드를 쓰고 있었다. 내가 들어온 줄도 모를 정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공부를 좀 그렇게 집중해서 해보지. “승현아! 너 뭐하니? 며칠 있으면 시험인데, 공부 안 해?”“응. 이것만 쓰고 할게.”“그게 뭔데?”“다혜 생일 선물이랑 카드.”속으로는 복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최대한 자제하고 물었다.“근데 그걸 왜 지금 해?”“시험 끝나는 날 노래방 가서 다혜 생파(생일파티)하기로 했어. 시험기간에는 준비할 시간이 없잖아. 그래서 지금 미리 하는 거야.” 승현이는 눈치도 보지 않고 제 엄마 기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이번 생일 파티를 어떻게 할 건지 브리핑 시작이다. 친구 두 녀석은 먼저 가서 생일 파티 할 노래방을 꾸미고 자기는 다혜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생일 맞은 친구와 놀면서 노래방에서 생일파티 준비할 시간을 벌어준단다. 일 년에 몇 번씩 친구 생일파티에 목숨을 건다. 저 정성을 공부에 한 번 쏟아보지 싶었다. “시험 끝나고 만들어서 주면 되지, 왜 그걸 공부해야 하는 시간에 만들고 있냐고?”“엄마는 왜 화를 내? 이것만 하고 공부한다니까.”“넌 친구 생일파티 준비가 시험공부보다 중요해? 왜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걸 구분할 줄 몰라? 이제 중학생이 됐으면 그 정도는 구분할 줄 알아야지.”“엄마, 시험은 일 년에 네 번이나 있지만 다혜 생일파티는 일 년에 한 번 뿐이잖아. 대충 넘어가면 다혜가 얼마나 서운하겠어? 다른 애들 생일은 다 이렇게 해줬는데, 다혜 생일만 시험 때라고 대충할 수는 없잖아. 우리 넷이 ‘절친’인데… 안 그래?”헐~~~ 친구 생일이 무슨 국경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구는 아이가 이해가 안 간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21세기는 이벤트의 시대! 아이들에게 이벤트는 일상입니다.혹시 일 년에 파티에 가는 횟수가 몇 번이나 되는가? 열 번? 다섯 번? 아니면 두세 번? 자 이제 두 번째 질문, 일 년에 이벤트를 하는 횟수는 몇 번이나 되는가? 아마도 대부분의 부모들은 일 년에 한두 번 또는 한 번도 파티에 참석하는 일이 없을 거고 이벤트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터넷 검색어에 파티 또는 이벤트를 넣어보시라. 수도 없이 많은 블로거들이 ‘어제 파티에 다녀왔어요’ 또는 ‘00에서 친구 생파하고 왔어요’라고 쓴 글을 볼 수 있다. 또 우리나라 이렇게 많은 이벤트 업체들이 있었나 할 정도로 수많은 이벤트 업체들이 링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전 드라마 제목처럼 ‘그들이 사는 세상’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다르다. 우리에게 파티나 이벤트는 연중행사이고 크게 마음먹어야 하는 큰 행사이지만 요즘 아이들에게 파티나 이벤트는 그저 일상이다. 어른들처럼 설레서, 또는 준비하느라 에너지를 다 써서 다른 일을 못할 만큼 큰일은 아니다. 그러니 더 이상 아이들을 나무라지 마시라. 그 원인이 어쩌면 어른들에게 있다. 아이들을 공부라는 압박에 시달리게 해서 이런 때 아니면 공식적으로 스트레스 풀 시간도, 기회도 없게 만든 건 아닌가? 아이가 어릴 때부터는 많은 손님 불러 놓고 돌잔치하고, 친구들 불러 생일파티도 해주었지만 이제 아이들 스스로 파티를 계획하고 즐길 정도로 성장한 것뿐이다. 어쩌면 친구 생일도 모른 체 하고 시험공부만 하는 아이들보다 친구 생일을 먼저 챙기는 아이들이 훨씬 더 성공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다만 한 가지에 빠져서 다른 일을 망치지 않도록 해야할 일들을 목록에 적고 순서를 정하도록 제안해 보는 건 어떨까? 그 정도로도 아이들은 걱정하는 부모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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