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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우리 아이가 우물 안 개구리라고?

이가희2017.05.29 10:18조회 1,031

"쟤 이 동네에서 잘한다고 해 봤자, 아마 서울 애들하고는 비교가 안 될 걸?"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을 때 난 굉장히 불쾌했다.'우리 아이가 우물 안 개구리라고?‘ 하지만 길고 짧은 걸 대 보지 않은 이상 그건 나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원희는 학교에서나 학원에서나 항상 가장 우수한 아이에 속했고 또래 중에서는 무엇을 해도 가장 잘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대전이라는 지방 도시에 살다 보니까 우수한 아이들이 어디에 얼마나 많이 있을지는 잘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면서 혹시 우리 아이가 우물 안 개구리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보다 큰 세상으로 나가 보자. 학교에서 1등, 그 다음에는 대전에서 1등, 그 다음에는 전국에서 1등…." 나는 보다 넓은 세상을 향해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대전의 아이들과, 서울의 아이들과, 그리고 전국의 아이들과, 바로 경시대회였다.원희가 처음 영어 스피치 콘테스트에 나간 것이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My Dream'이란 주제로 학원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 대화에 나간 것인데, 충분히 준비를 못하고 3-4일 전에야 원고를 완성해 열심히 외워 대회장에 섰다. "My dream is…."원희는 청중을 똑바로 쳐다보며 또박또박 말을 했다. 그런데 그렇게 몇 마디 잘 이어 나가던 아이가 갑자기 입을 다물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내용을 잊어버린 것이다. 이를 어쩌나, 잠시 긴장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침묵은 오래가지 않았다. "Sorry, I forgot(죄송합니다, 까먹었어요.)"일단 그렇게 마무리를 해 놓고는 또다시 침묵…. 그러더니 갑자기 밝은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I got it!(생각났어요.)"그러고는 끝까지 유창하게 자기가 외운 대로 자신 있게 발표를 끝냈다. 나는 보면서 마음이 조마조마하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당황해서 쩔쩔매다가 그냥 내려오면 어쩌나 굉장히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원희는 겁먹지 않고 끝까지 잘하고 내려 온 것이다. 조그만 것이 "죄송합니다, 잊어버렸어요." 하고는 "아, 이제 생각났어요." 하면서 여유 있게 말을 끝내고 내려오는 모습이라니. 원희는 그 대회에서 비록 동상을 탔지만 많은 사람들에게서 귀엽다는 칭찬을 들었다. 열심히 연습한 원희가 굉장히 속상해할 줄 알았더니 사람들에게 많은 박수를 받고 나서는 오히려 가볍게 흥분하며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원희는 무엇이든지 독차지하지 않으면 성이 차지 않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선생님 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항상 선생님 주변에서 벗어나지를 않았다. 그리고 선생님 손을 항상 꼭 잡고 다녔다. 한 아이만 가까이하면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선생님이 아이와 잡고 있던 오른손을 슬쩍 놓고 위로 올리는 척하면 원희는 휙 돌아서 선생님의 왼손을 잡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무엇이든 자기 손에 넣어야 성이 차는 아이였다. 그런 원희에게 경시대회는 경쟁심도 불어넣고 자신감도 키워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나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일 년에 한두 차례는 꼭 대회에 출전시켰다. 지금은 인터넷에서 '경시대회'라는 한 단어만 검색해도 수없이 많은 정보가 뜬다. 하지만 원희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그렇게 정보가 많지 않아 내가 굉장히 많은 신경을 써야 했다. 대개는 학원이나 신문 등을 통해 대회 정보를 얻게 되지만, 큰 대회는 정기적으로 열리니까 꼭 어딘가에 메모해서 기억해 두었다. 원희가 나갔던 대회나 어디서 들은 대회는 반드시 달력에 적어 놓는다. 그리고 해가 바뀌어 다른 달력으로 바꿀 때는 기록해 놓은 경시대회 일정을 전화번호와 함께 반드시 그대로 옮긴다. 그랬다가 그 즈음에 한번 확인해 보면 놓치지 않고 대회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아이에게 필요한 대회인가를 판단해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제대로 준비하려면 정보를 빨리 얻는 것이 좋다. 나는 일반적인 영어 학력 경시대회, 수학경시대회, 그리고 특히 영어 스피치 콘테스트에 많이 내보냈다. 대전시 단위로 주최하는 것에서 시작해 전국 대회에 이르기까지 여러 대회에 참가했는데, 그중에는 좋은 성적을 거둔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대회도 의미가 없는 것은 없었다. 준비하면서 배우고, 잘하면 큰 격려를 받고 잘 못할 때는 자극을 받으면서 원희는 많이 성장하고 실력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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