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연예인 따라다니는 게 일상이 된 아이
“혜림 엄마! 그 ‘엑소’ 애들 회사 어디랬지? 우리 영진이 정말 미쳤나봐. 얘 오늘 학교 또 안 갔대.”딸 영진이가 결석했다는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단짝인 혜림엄마에게 전화를 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나도 담임한테 전화 받았어. 우리 혜림이도 안 갔대. 둘이 어제 늦게까지 ‘카톡’하더니 오늘 학교 안갈 꿍꿍이 했나봐. 일단 준비하고 있어요. 내가 집 앞으로 갈게. 차 갖고 나가야지 안 그럼 이것들 못 잡아.”란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 동지가 있다는 게 고맙게 느껴졌다. 결석 동창생 혜림이는 이미 언니가 일명 ‘빠순이’로 팬클럽 지부장까지 지낸 화려한 경력이 있어서인지 혜림 엄마는 나보다 이해의 폭도 넓고 대처 능력도 빨라 큰 의지가 된다.엑소가 속해있다는 기획사 앞에 가니 한국 아이들 뿐 아니라 중국 아이들까지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아이들을 찾느라 눈에 불을 켜고 있는데 갑자기 아이들의 괴성이 터지고 유리문이 열리고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와 밴으로 속속 들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두 녀석을 잡아 데리고 나와 차에 타서 폭풍처럼 잔소리를 해댔다. 아이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 그런지 도망갈 엄두도 못 내고 순순히 따라 들어와 나란히 앉았다. 처음엔 가슴이 떨려서 아무 말 못하겠더니 아이들 얼굴을 보며 야단을 치기 시작하니 점점 더 부아가 났다. “영진아, 너 왜 그래, 대체? 무슨 좋은 일이라고 학교를 빠지고 여기를 와, 미쳤어? 응?”아무 말 없이 고개만 처박고 있는 영진이에게 무슨 말이든 좀 해보라고 재촉했더니 기껏 고개를 들고 하는 말.“엄마! 나 앞으로 학교 절대 안 빠질 테니까 이번 토요일에 ‘아이돌 육상대회’ 보내줘, 응?” 아무래도 단단히 미친 거 같다. 말로만 듣던 ‘사생팬’이 내 딸이라니…. 집 안에 가둬둘 수도 없고 이를 어쩐단 말인가. 정말 울고 싶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스타를 사랑하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조언을 해 주세요 감수성이 예민한 이 시기에는 화려한 외모를 가진 스타에 빠지기 쉽다. 특히 여자아이들은 단순히 좋아하고 응원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파악하며 따라 다니는 것을 일종의 놀이처럼 한다. 다 한때이기 때문에 무조건 막을 일은 아니지만 스타를 위해 용돈을 다 갖다 바친다거나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자녀의 팬 활동은 인정하되, 자신의 우상을 위해서라도 사생팬이 아니라 진정한 팬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설득해야 한다. 시끄럽게 몰려다니면서 주변에 피해를 줘서는 안 되며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것도 주지시키자. 무엇보다 그게 자신의 우상을 욕 먹이는 일이라고 말하면 충분히 알아들을 것이다. 또 좋아한다는 이유로 매일 따라 다니면서 상대를 불편하게 한다면 그건 진짜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말해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그의 눈에 띄려고 애쓰기보다 그 스타처럼 노력하게 만들어라. 스타가 어려움을 이겨내고 열심히 활동하는 것처럼 팬으로서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게 진정한 팬 아니겠냐고 물어보라. 아이의 우상을 건전한 롤 모델로 만드는 것이다. 처벌보다 관심! 불안한 아이의 삶을 찾아주세요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외국에 비해 열정과 욕구를 발산할 기회가 흔치 않다. 하루 종일 공부만 해야 하는 억눌린 생활을 하다 보니 아이돌 그룹을 따라 다니며 소리를 지르고 열광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누군가가 자신을 봐주고 좋아해주기를 바란다. 아이돌 그룹을 쫓아다니는 아이들은 그들이 자신을 좋아해준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욕구는 또래집단에도 적용된다. 아이돌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친구들에게 인정받기 때문에 점점 강도가 세지다가 급기야 사생팬이 되는 일이 빈번하다. 더 극단적인 행동을 할수록 친구들이 우러러본다고 생각하고 서로 경쟁까지 하게 된다. 그런데 이들은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경우가 많다. 일상에서 만족을 찾지 못하고 열등감에 빠져 있거나 위축되어 있어 뭔가에 집착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또 남들이 모르는 은밀한 정보를 캐내서 일종의 특권의식을 느끼고 자신의 가치를 확인한다. 이때 필요한 것은 처벌보다 관심이다. 아이가 친구관계 혹은 이성 관계에서 문제나 두려움은 없는지, 열등감을 느끼고 있지는 않은지, 너무 내성적이라 적응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등을 알아보자. 다른 관심사나 취미활동을 갖게 해서 스트레스를 풀고 에너지를 쏟으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좋다. 아이들은 부모의 관심이 있어야 연예인 중독인 사생팬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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