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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폭풍 지적질' 하는 아이

이진아2017.04.03 15:30조회 1,103

아들 지욱이의 학교 상담 기간 때의 일이다. 담임선생님과 약속한 날, 집을 나서려는데 마침 지욱이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상담하러 간다고 했더니 지욱이는 나를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쭉 ‘스캔’했다. “그렇게 하고 간다고?”“응, 왜?”“화장은 한 거야? 정장 같은 거 없어? 현민이네 엄마는 직장 다니니까 엄청 멋있게 하고 왔던데…. 아무리 집에 있다지만 너무한 거 아냐? 창피하게….” ‘창피하다’는 말에 울컥했지만 시간도 없고 해서 “너나 잘해!”라고 쏘아주고는 집을 나섰다. 요즘 들어 아이는 어찌나 잔소리에 ‘지적질’이 심한지, 아들인지 시어머닌지 모를 정도다. 집에서 다 늘어진 티셔츠를 입고 있다고 잔소리, 입가에 뭐 묻었다고 잔소리, 반찬통째로 줬다고 잔소리, 컵이 더럽다고 잔소리…. 남편에게도 평생 안 듣던 잔소리를 아들한테 듣고 있으려니 자존심이 상하는 건 이루말로 할 수 없다. 텔레비전을 볼 때도 아이는 그냥 보지 않는다. “연기 더럽게 못하네. 저럴 때는 감정을 좀 더 실어줘야지”, “쟤는 춤을 너무 못 춰. 차라리 노래 연습을 하지”, “저렇게 다리 짧은 애는 반바지는 안 돼.” 등등 나오는 연예인 한 명 한 명을 다 지적하면서 본다.같이 밖에 나가도 마찬가지다. “점원이 진짜 싸가지 없네. 고객한테는 항상 친절한 미소를 지어야 또 가고 싶지”, “저 아저씨는 길에서 왜 저렇게 시끄러워? 공중도덕을 몰라” 등 보이는 사람 모두에 대해 비판한다. 무슨 ‘거리 평론가’라도 되는 것 같다. 성가셔서 한마디 하고 싶어도 아이가 틀린 소리를 하는 것도 아닌지라 뭐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상담 가서 만난 같은 반 지현이 엄마를 만나 한참 하소연을 했더니 지현이 엄마는 전혀 놀학교에 상담하러 갔다오니 마음은 더 복잡하다. 같은 반 지현이 엄마 말로는 학교에서 지욱이 별명이 ‘지적질 대마왕’이라고 했고, 담임선생님이 역시“어머니, 지욱이가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끊임없이 지적이나 잔소리를 합니다. 일부러 나쁜 점을 찾으려고 그러는 건 아닐 거예요. 다만 그걸 말하는 과정에서 반 친구들과 트러블이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만 조심시켜주세요.”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더니. 집에 오자마자 지욱이를 불러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물었다.“왜 하긴 뭘 왜 해? 그냥 눈에 보이니까 말해주는 거야. 고치면 좋잖아. 난 욕하는 게 아니라 좋은 방법을 알려주는 거라고.”아이고, 꿈보다 해몽이 좋다. “너는 상대방 생각해서 지나가는 말로 해도 상대방은 상처받을 수 있으니까 생각하는 걸 다 말로 내뱉는 거 아냐. 그런 건 혼자 생각만 하든지 차라리 일기에 써. 알았지?”라며 타이르고 넘어가려는데 지욱이 왈,“알았어. 근데 엄마, 우리 담임선생님 말할 때 혀 좀 짧지 않아?”어휴, 이 아이를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할까요? 비판은 청소년의 힘! 긍정적인 피드백으로 아이를 변화시키세요. 발달심리학자 에릭슨은 ‘청소년기는 심리적 유예기의 특성을 지닌다’고 했다. 자신에 대해, 또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과 사회에 대해 재검토하고 재평가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자신과 타인, 가정과 학교, 사회 등 모든 것에 대해 비판적 검토를 실시하고 있는 아이들이 주변에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당연하다. 오히려 건강하게 성숙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사실 아이가 다른 사람의 단점을 지적한다는 것은 타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더 많이 관찰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지적을 잘하는 것은 통찰력이 있다고도 볼 수 있는데 통찰력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능력은 아니며 좋은 쪽으로 살리면 훌륭한 능력이 될 수 있다. 이런 아이의 관찰력과 통찰력을 충분히 칭찬해서 부각시키자. 다만 안 좋은 점들을 우선적으로 본다는 것은 문제다.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이 있고 아이 자신도 마찬가지란 점을 알려주자. 장점보다 단점에 민감한 아이는 집에서 칭찬보다는 혼이 많이 나거나 고쳐야 할 점에 더 비중을 둔 평가를 받아왔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아이를 지도하는 것 못지않게 집안의 분위기와 부모의 태도를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욱아, 넌 왜 그렇게 지적질을 해? 그건 다른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잖아.”라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이미 부모가 지욱이에게 지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말하는 방식을 바꿔보자. “지욱아, 넌 어떻게 그렇게 사람들 특징을 잘 봐? 관찰력이 대단하구나. 넌 지적만 하는 게 아니라 대안도 마련해주잖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대단한 능력이야” 정도면 충분하다. ‘친절하게 말하라’든가 ‘다른 사람이 기분 나빠 한다’는 말 같은 잔소리나 부정적인 말은 빼도 좋다. 이처럼 아이의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춘 평가를 반복하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단점보다 장점을 보는 습관이 몸에 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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