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중2병, 청소년에겐 하나의 탈출구이자 해방구이다.
중2병은 왜 중2병일까? 분명히 초6에서 고1까지 사춘기의 정점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했는데, 왜 하필 중2병일까?사실, 초등학생은 아무리 사춘기가 심하다고 해도 아직까지 어린 아이 같은 면이 있다. 본격적인 사춘기에 접어들었다고 하기엔 아직은 조금 어리다. 그러다보니 사춘기를 대표할만하지는 않다. 고등학생은 사춘기가 거의 마무리 되는 시기일 뿐 아니라 입시스트레스까지 겹치다 보니 역시 사춘기를 대표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그렇다면 남은 건 중학생이다. 최근엔 각 학교들이 진로수업이 필수이기도 하고 진로를 위한 자율학기까지 있다보니 지방에 학생 수가 적은 학교들의 경우 종종 학기 초나 학년 초에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진로캠프를 하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의 진로 캠프나 워크숍에서는 ‘진로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진로에 관해서 요즘 청소년들은 초등학생 때부터 진로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접하기 때문에 어른들과는 달리 진로에 대한 정보도 많이 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아이들이 정답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년에 따라 학생들이 말하는 답에는 차이가 있다. ‘적성이요’, ‘흥미요’라고 말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1학년이다. 이들은 이제 막 중학생이 되었기 때문에 아직 학교에 적응하는 중이다. 초등학교 때 최고 학년으로 어른스러웠고 어른대접을 받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초등학교와 사뭇 다른 중학교는 아직 이들에게는 적응해야 하는 곳이다. 초등학교 때 친한 형, 누나, 언니, 오빠였던 이들이 갑자기 선배라며 어깨에 힘을 주고 분위기를 잡으려고 하고, 교복도 신경쓰이고, 교칙은 곧바로 점수와 연결된다. 초등학교에 비해 공부도 훨씬 어렵고 선생님들도 자주 바뀌니 어수선하다. 이 모든 것이 이들에게는 적응하고 익숙해져야 하는 대상이니 활개를 펴기엔 아직 때가 아니다. 노래 '중2병 - 비와이 (feat. 씨잼)' (출처 : 유튜브) ‘그런데요, 선생님, 흥미나 적성도 중요하지만 성적도 좀 봐야되지 않나요?’, ‘돈을 잘 벌 수 있느냐 하는 것도 살펴야 하지 않나요?’라고 되묻는다면 이건 분명 3학년이다. 어느 새 고등학교 입시가 코앞이고 중학교 3년을 지내다보니 현실을 보는 눈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2학년은 다르다. 진로를 정할 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내 질문에 대답다운 대답을 하는 2학년은 거의 본 적이 없다. 2학년들에게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대답은 ‘선생님, 화장 진짜 이상하거 알아요?’이다. 아무래도 아이들의 어머니들보다는 화장을 진하게 하는 내가 그들의 눈에는 화떡으로 보이나보다. ‘그래? 어디가 이상하데? 알려주면 내일은 좀 조심하고 올게. 그런데 진로에서 중요한 건 뭘까?’라고 되물어 보지만 아이들의 대답은 한결같다.‘선생님, 자식있어요?’‘자식? 딸 있지.’‘몇 학년이에요?’‘응~ 00학년이야.’‘안됐다~~’‘누가? 내가?’‘아니요, 선생님 딸이요.....’이러다간 한도 끝도 없다. 결국 ‘너 2학년이지?’하고 물을수밖에. ‘어! 어떻게 알았어요?’라는 대답에 ‘니 얼굴에 2학년이라고 써 있다. 이 녀석아.’하고 웃어넘기는 수밖에. 다시 한 번 ‘진로에서 중요한 게 뭔지 말 해 볼 사람~~.’하면 돌아오는 대답이라곤 ‘그걸 알면 우리가 여기 있겠어요? 거기 서서 선생님을 가르치지!!’뭐 이런 거다. 대체 2학년들은 왜 제대로 된 대답과 상관없는 이런 소리만 늘어놓는 걸까?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인터뷰 ( 출처 : KBS 뉴스) 중2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중학교에는 완벽하게 적응했고, 아직 현실을 파악하기엔 이르다. 게다가 꼴도 보기싫은 3학년들은 이제 곧 졸업하고 자기들이 왕이 되는 세상이 올텐데 대체 두려울 것이 뭐가 있겠냐 하는 거다. 한편 사실 우리는 중2병이라고 걱정하면서도 중2에게 가장 관심이 없다. 관심은 있더라도 신경은 안 쓴다. 1학년은 학교 적응시키느라고 신경쓰고, 부모도 중학생 부모로 정체성을 갖느라 바쁘다. 중3 부모는 어느 새 다가 온 입시 준비에 신경 쓴다. 자사고를 보낼지, 대학은 갈 수 있을지 등등 부모들이 자녀의 걱정을 대신하느라 바쁘다. 그러나 정작 중2에 대해서는 ‘저것들은 환자야’라고 치부해 버린다. 특별히 도와줄 게 없다고 느끼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중2들은 거칠 게 없다. 학교 적응도 끝냈고, 아직 현실은 모르고, 어른들은 방관한다. 키는 쑥쑥 크고, 자만심은 하늘을 찌른다. 중간에 끼인 이들이 자기 세상 만난 건 당연한 일이다. 알고보면 이런 낀 세대가 과도기를 겪는 것은 우리나라만은 아니다. 유럽 등지에서는 대2병이 우리나라의 중2병처럼 과도기적 성향을 갖는다니 말이다.사실 아이들은 자신들을 중2병 환자로 취급하는 것에 대해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론 왜 멀쩡한 자신들을 자꾸 환자라고 하는지에 대해 화를 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나 이제 중2야. 그러니까 중2병에 걸린다는 뜻이지. 이제부터 내 맘대로 해도 누가 뭐라겠어. 나 내가 바로 중2병인데.’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시키기도 한다. 실제 조카가 중2가 되던 해 전화를 해서는 대뜸 ‘이모, 저 이제 중2에요.’라고 했던 적이 있었다. ‘알지. 이모가 그것도 모를까봐?’했더니 ‘저 중2라니까요’라고 반복했다. ‘안다니까’라고 했더니 히히 웃으면서 ‘기대하세요. 저 이제 곧 중2병 걸릴거니까 제가 이상해도 엄마한테 말 좀 잘해 주세요. 엄마한테도 미리 말해 놨어요. 저 중2병 걸릴거니까 낸 맘대로 행동해도 뭐라하시지 말라고요.’하고 하는 게 아닌가? 공부에 성적에, 대학에 벌써부터 스트레스가 보통 아닌 청소년들에게 중2병에 걸린다는 것은 어쩌면 이 때만이라도 하고 싶은 말 맘대로 하고 대놓고 반항해도 된다는 그들만의 탈출구이고, 해방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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