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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수능 계절의 풍경

이가희2016.11.14 11:05조회 1,229

수능이 일주일정도 남은 것 같다. 이 때쯤 입시학원들의 풍경과 운명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입시학원이 잘 가르친다는 입소문을 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정답은 단연코 예상문제를 족집게처럼 잘 짚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입시학원장이 점쟁이도 아니고 어떻게 콕 찍느냐며 무시해버리면 그만이지만, 절대 무시 못 할 사안이다. 이름난 점쟁이를 찾아 방방곡곡 찾아다니듯 일단 운 좋게도 그 해 수능 문제를 잘 찍어낸다고 입소문이 나면, 학원이 미어터질 만큼 학원생들이 줄을 잇는다. 그러니 학원장들은 무조건 점쟁이 같은 능력을 발휘해야한다. 또 그래야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공교육이 하지 못하는 경쟁력 있는 수준별 차등화 맞춤 수업을 도입하여 엄청난 효과를 거두고 있는 외국과는 달리, 우리의 사교육은 공교육을 무너뜨린다는 비난과 부정적인 면을 많이 감수하고도 나란히 병행하고 있는 것이 우리 교육 현실이다. 그저 돈 있는 학부모가 치맛바람 날리며 사교육을 더욱 조장하고 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것이 이미 이 시기엔 낯익은 풍경이고, 그럼에도 아직도 여전히 사교육에 많이 의지하는 것을 보면, 우리의 교육이 얼마나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수능 풍경(사진 출처 : 포커스 뉴스) 대학지상주의를 표방하는 우리의 교육 현실은 올바른 교육문화를 정착시키기에는 너무나도 멀리 와버렸다. 입시 과열은 교육과정보다는 결과에 치중하도록 만들었으며, 학교 수업은 주체인 학생들보다는 보조자가 되어야 할 선생님에게 큰 무게를 두어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고 수용하는 체제로 굳어버린 지 오래다. 때문에 자유롭게 생각하고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지 못한 공교육은 결국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몰았으나, 그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교육 역시 공교육을 쫓아 같은 폐단을 양한하고 있다. 여기에 사교육기관들끼리의 치열한 경쟁이 더해져 입사과열은 결국 부패할 대로 부패해져 연일 도마 위에 오르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문제는 사교육에 몸담고 있는 선생님조차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본디 교육자라는 사명감을 갖고 교육의 흐름이나 정책에 귀 기울이는 한편,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우리 사회가 진정 원하는 교육의 목표는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했어야 했다. 이를 바탕으로 학생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학원이 마치 돈 되는 사업인 양 너도나도 간판을 내걸고 학생들을 받다보니 치열한 경쟁을 불러와 결국 ‘제 살 깎아먹기’식 운영으로 나타났다. 보다 많은 학생을 수용하고 입시 시장에서 입소문을 타야만 경쟁에서 살아남으니 올곧은 길을 고수하던 일부 양심적인 학원 선생님들조차 문제 찍기 대열에 동참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잘 찍어주는 선생님을 찾는 학생과 학부모들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 또 그래야만 유능한 선생님으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너도나도 입시 점쟁이를 자청하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각 학원마다 무조건 문제를 잘 푸는 요령, 잘 찍는 요령만을 가르치기에 급급하다. 외국어영역의 지문은 이렇게 해석하라, 언어영역에서 주제를 묻는 문제는 대체로 문단의 맨 앞이나 맨 뒤를 살펴봐라, 주인공의 상태나 감정을 묻는 문제는 주요 단어만 짚어서 봐라, 수리영역에서 나타는 문제는 무조건 공식 A를 대입하라, 언어영역 듣기평가는 이렇게 하고 외국어영역 듣기평가는 이렇게 하라 등등 요령만 외워도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다. 우여곡절 끝에 요령을 습득했다면 이제는 지옥의 문제풀이 시간이다. 천 문제, 만 문제가가 실린 문제집을 풀고 또 풀고, 한 과목당 최소 5~6권 정도는 풀어줘야 한다. A출판사의 문제집도 풀어보고, B출판사의 문제집도 풀다 보면 어느새 시중에 나온 문제집은 모두 섭렵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결코 기뻐하지 말기를! 한 권이 아니라 수십 권을 풀어도 문제풀이 요령만 늘 뿐 지식과 정보를 받아들이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은 쉽게 향상되지 않는다. 학습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채 문제만 들입다 푼다고 해서 고득점은 따 논 당상이라는 생각도 버리자. 이러한 학습법은 단지 학생들을 문제풀이 영재로 만드는 것이나 진배없다. 문제는 문제일 뿐,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 없이는 결코 온전한 지식이 될 수 없음을 명심하자. 2017 수능을 대비하는 수험생들 (사진 출처 : 전자신문) 한편으로 이에 대해 몇몇 주입식 교육자들은 강제성을 띤 맹목적 교육방식도 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고 변명한다. 주입식 교육을 해서라도 학생들이 변화하여 좋은 성적만 올릴 수있다면 오히려 점수 상승으로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방 이후의 교육 환경에 대해 조사해보라는 과제를 내주었는데, 과제를 완성하다 보니 해방 이후의 교육사에 흥미를 느껴 좀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하게 되었다면 주입식 교육이 무조건 나쁘다고만은 볼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다. 하지만 좋은 교육은 성공 확률이 높아야 한다. 주입식 교육을 통해 효과를 거둘 수는 있으나, 문제는 효과가 나타난 학생들은 이미 집중하고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그 차이를 보여주는 것뿐이지, 결코 주입식 교육의 효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개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습득할 수 있는 학생들이 더 강력한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다. 바로 집중할 수 있고,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져 지식과 정보를 익히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만 온전한 학습이라고 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성적이 올라 동기 부여를 받았다 해도 집중력이나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담을 수 있는 그릇을 키워야 물을 더 가득 담을 수 있는 것처럼, 집중력을 길러주고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먼저 키워야만 더불어 공부도 잘할 수 있다. 교육은 공교육과 사교육 어느 한 쪽의 책임으로 전가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서로 보완관계가 되어도 모자랄 지경에 교육이라는 큰 목표로 묶여 있는 동지가 책임 전가만 하고 있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뿐이다. 이제 교육은 그 흐름이나 정책이 점차 바뀌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불성실한 안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사교육과 공교육이 합심하여 이제는 과거의 낡은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교육 상황에 맞는 미래 인재를 길러낼 수 있도록 머리를 짜내야 할 것이다. 향후 5년 내 현존하는 직업 510만개가 사라진다는 다보스포럼의 목소리를 다시 한 번 되새겨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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