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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서민수경찰관의 ‘요즘 자녀學’] 하필이면 ‘엽기 챌린지’에 푹 빠진 아이들

-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을 걱정해야 하는 20가지 이유

사진출처:에듀팡
 
챌린지 문화에 있어 부모의 역할은 아이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시작해 아이의 안전을 유지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 주는 것이다.
 

얼마 전, 한 청소년 단체에서 주관하는 발대식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강연한 적이 있습니다. 근데 행사장에 들어갔더니 생각보다 분위기가 흥겹지 않더군요. 원래 아이들을 위한 행사는 흥겹고 신나야 하는 법이잖아요. 그래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초등학생 사이에서 인기 있는 ‘이마세(Imase)’ 가수의 ‘나이트 댄서’ 노래를 틀어 준 후 대뜸 아이들을 향해 “혹시 선생님이랑 ‘나이트 댄서’ 챌린지할 사람 있으면 나와주세요”라고 했죠. 그랬더니 초등학생 고학년으로 보이는 한 여학생이 앞머리를 급하게 만지면서 뛰어나오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아이와 저는 무대 위에서 ‘나이트 댄서’ 챌린지를 공연했고, 덕분에 강연은 유쾌한 시간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초등학생 사이에서 ‘이마세(Imase)’라는 남자 가수가 인기죠. 언론에 따르면, 일본 싱글 가수가 대한민국 가요 순위 안에 이름을 올린 건 꽤 이례적이라고 하더군요. 아이들이 이마세 가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귀여운 외모와 감성을 건드리는 목소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건, 아이들 사이에서 대표곡 ‘나이트 댄서(Night Dance)’가 ‘댄서 챌린지’로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급부상했기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이마세 이름은 몰라도 ‘나이트 댄서’ 춤을 모르는 아이는 없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요즘 아이들의 대표 문화로 ‘챌린지(Challenge)’ 문화를 지목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숏폼’, ‘숏확행’을 대표하는 예능 버전이라고 말하고 싶고요. 원래 ‘챌린지’ 문화는 갑자기 등장한 건 아닙니다. 2014년 미국에서 시작된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기억하시나요? 당시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해 시작된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SNS의 파급력과 함께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 나갔죠. 당시 유명인들이 얼음물 세례를 받는 모습은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을 준 게 사실입니다. 이후 주춤하던 ‘챌린지’ 문화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에 들어서 ‘틱톡’이라는 SNS를 통해 춤추는 쇼츠(짧은) 영상들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참여 주체가 아이들 세대로 점차 바뀌면서 지금은 누구든 도전(Challenge)할 수 있는 일종의 ‘놀이’가 됐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러한 아이들의 ‘챌린지’ 놀이에는 이마세의 ‘나이트 댄서’ 챌린지처럼 매력적인 콘텐츠만 있는 건 아닙니다. 최근 들어 동영상 플랫폼을 중심으로 아이들 사이에서 폭력적이고 엽기적인 챌린지가 올라오고 있어 전문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죠. 그중에서도 최근 한 초등학생 유튜버가 ‘나는 실패작이래’라는 ‘엽기 챌린지’를 따라 하며 모형 칼로 자기 목을 찌르는 장면을 연출해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또, 지난해에는 ‘눈 스프레이’로 땅바닥이나 벽면 등에 하트를 그려 불을 붙이는 일명 ‘불 하트 챌린지’까지 유행해 한때 한 지역에서는 마트에서 눈 스프레이가 동나는 현상까지 벌어지기도 했죠. 그러니까 선한 영향을 주었던 ‘챌린지’ 놀이가 지금은 아이들 사이에서 위험한 문화가 됐다는 게 더 걱정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아이들의 위험한 행동이 재미나 장난으로 그치지 않고 실제 극단적인 선택이나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경고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해외는 더 다양한 ‘엽기 챌린저’가 등장해 말들이 많습니다. 미국의 일부 주(州)에서는 ‘선생님 때리기(Slap a Teacher)’라고 해서 아이들 사이에서 교사를 폭행하는 ‘패륜 챌린지’가 유행해 선생님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고 또, ‘블랙 아웃(Black Out)’ 챌린지라고 해서 기절할 때까지 자기 목을 조르거나, 강제로 숨을 참아 기절하는 챌린지까지 인기를 끌면서 얼마 전 한 초등학생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미국의 31개 주에서 82명의 어린이가 ‘블랙 아웃’ 챌린지로 사망했고, 사망한 어린이는 대부분 11~16세였다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무모한 행동을 해서라도 엽기적인 챌린지를 시도하는 이유에 대해 먼저, 주인공이 되려는 또래 집단 속 경쟁 풍토를 꼽습니다. 여기에 SNS 공간 특유의 ‘보이지 않는 선동’ 행위도 주의 깊게 보고 있죠. 특히, 아이들이 우상으로 여기는 유명 유튜버나, 인플루언서가 아찔한 챌린지를 시도하면 아이들은 맹목적으로 따라 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아이들은 챌린지가 다소 위험해 보여도 또래 집단의 동조 압력이나 모방 압력을 피할 수 없고 또, 상대가 유명인이라면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 무리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죠.

 

그럼, 부모는 자녀의 안전을 위해 어떤 역할이 필요할까요. 일단 아이에게 필요한 건, 챌린지를 구별할 수 있는 ‘분별력’일 겁니다. 먼저, 부모는 ‘챌린지’ 자체가 나쁘다는 인식을 앞세워서는 효과를 볼 수 없다는 걸 기억해 주시고요. ‘챌린지’ 문화는 ‘공부 챌린지’, ‘운동 챌린지’처럼 아이들에게 유익한 주제도 많아서 항상 ‘양면성’을 가진 문화라는 걸 인식하고, 우리 자녀가 수많은 챌린지 중 어떤 챌린지에 관심과 경험이 있는지를 확인해 주세요.

 

또한, 부모는 자녀 세대의 문화를 배운다는 마음으로 이마세의 ‘나이트 댄서’ 챌린지와 같은 건전한 챌린지를 발견하게 되면 자녀와 함께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현재 동영상 플랫폼에 들어가면 부모와 자녀가 함께 도전하는 챌린지들이 꽤 많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문화를 공유한다는 건, 어쩌면 자연스럽게 부모와 자녀가 소통 관계를 넓혀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걸 꼭 기억해 주세요.

 

만일 자녀가 호기심이나 또래 친구들의 영향으로 엽기적인 챌린지를 해봤다고 고백한다면, 아이에게 “무조건 하지 마”라고 굵은 선을 긋는 행동은 오히려 아이에게 반항심을 심어줄 가능성이 큽니다. 먼저 대화나 토론을 고민해 주세요. 특히, 아이가 집에서 무심결에 위험한 챌린지를 흉내 낸다면, 부모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게 중요합니다. 야단을 치자는 게 아니고 붙잡는 게 중요한 거죠. 아이는 부모의 예민한 반응에서 학습효과가 더 크다고 강조한 적이 있죠. 아이의 말과 행동을 붙잡고 차근차근 위험성에 대해 대화를 나눠주세요.

 

아이들의 챌린지 문화에서 중요한 건, 문화는 법과 제도와 달리 ‘하고, 하지 말고’의 단순한 방식으로 훈육할 수 없는 주제라는 것입니다. 부모의 역할은 아이들의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에서 시작해 아이의 안전을 유지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 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서민수경찰관의 ‘요즘 자녀學’] 하필이면 ‘엽기 챌린지’에 푹 빠진 아이들
 
출처:조선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