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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서민수경찰관의 ‘요즘 자녀學’] 자녀에게 ‘골목길 교육’을 해주세요

우리 사회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로 곤욕을 치른 지도 꽤 됐습니다. 이런 시기에는 무엇보다 부모가 관심 갖고 자녀에게 교육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지난해 5월, 언론들은 ‘바바리맨을 잡은 초등학생 4총사’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속칭 ‘바바리맨’ 하면 어떤 사람인지 다 아실 겁니다. 대개 몸을 가리기 위해 긴 옷을 입고 신체 주요 부위를 갑자기 노출한다거나 공공장소에서 음란 행위를 하는 사람을 말하죠. 근데 당시 바바리맨이 초등학생들을 우습게 보고 바바리를 펼쳤다가 혼쭐이 났습니다. 아이들의 재치로 범인은 5분 만에 경찰에 검거됐고 덕분에 아이들은 일약 스타가 됐죠. 특히, 4총사 중 한 아이는 한 라디오 방송에서 앵커가 “왜 바바리맨을 따라갔나요?”라고 물었더니, “다른 친구가 또 피해를 볼까봐 꼭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더군요. 아이의 말본새 하나하나가 너무 근사하죠.

 

새 학기가 되니 바바리맨이 걱정입니다. 그들의 무대는 주로 골목길이잖아요. 더 걱정되는 건, 바바리맨이 나타나는 장소가 점점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한때 여자대학교에서 여자고등학교로 옮겨 나타났다가 최근에는 여자 중학교에서 초등학교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실제 코로나 기간이 종료된 최근 2년간 언론 분석사이트 ‘빅카인즈’에서 ‘골목길+음란 행위’을 검색했더니 ‘초등학생’과 깊은 연관성을 보였습니다. 그만큼 바바리맨이 중·고등학생에게 접근하면 스마트폰으로 촬영 당해 SNS에서 망신당하거나 검거될 확률이 높다고 보고 초등학교로 향한다고 볼 수 있죠.

 

저와 마찬가지로 부모님들에게 골목길은 ‘응답하라 1988’처럼 쌍문동 골목길이 떠오를 겁니다. 부모 세대에 ‘골목길’이란 수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동화책이었고, 근접성이 좋은 놀이터였습니다. 하지만 요즘 자녀 세대에게 골목길은 그렇게 근사한 장소는 아닌 듯 보입니다. 최근 사건들을 보면, 한 성인이 초등학생에게 접근해 “성관계하자”라는 말을 해 아이 신고로 검거되고, SNS에서 알게 된 성인이 대놓고 초등학교 앞에서 기다리다 체포된 사례도 있습니다. 또 스마트폰 하는 초등학생을 따라가 성추행하거나, 초등학생에게 길을 묻는 척하며 불법 촬영을 하다 경찰에 붙잡히는 일도 있었죠.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중 연령의 특성을 보이지 않는 것도 걱정입니다.

 

이렇다 보니 자녀에게 학교나 집 근처 골목길은 안전할 수 없는 ‘사각지대’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마음은 부모님도 다르지 않겠죠. 한 지역 연구기관에 따르면,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님 중 절반 이상이 아이가 다니는 “골목길이 불안하다”고 답했습니다. 부모님들은 하나같이 맞벌이 때문에 자녀와 24시간 붙어 있을 수 없어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털어놓습니다. CCTV만 있으면 될 줄 알았는데 범죄자들이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착용하니 예방도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경찰도 새 학기를 맞아 학교 주변 순찰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런 시기에는 부모도 관심갖고 자녀에게 교육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우리 사회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로 곤욕을 치른 지도 꽤 됐습니다. 10명 중 10명이 스마트폰을 갖는 사회에서 온갖 범죄들이 사이버공간으로 집결하는 걸 여러 차례 목격했습니다. 특히 성범죄는 더 큰 덩치로 변하는 걸 직관했고요. 특히, N번방이라는 거대한 범죄 집단을 감옥에 보낸 이후 다른 성범죄자들이 등장해 얄팍한 눈치를 보며 사이버공간에서 피해자를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어리고 약해 보이는 상대를 골라 ‘친절’을 앞세워 오프라인 공간에서 만남을 시도하려고 하죠. 맞습니다. 지금 성범죄자에게 초등학생은 ‘한번 접근해 볼 만한 상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자녀에게 ‘골목길 교육’부터 실천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3가지를 알려주세요. 다만, 이 교육은 한 달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등하교·등·하원 할 때 꼭 해주셔야 합니다. 자녀가 귀찮아해도 이 교육은 귀가 따갑도록 해줘야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

 

첫째, 자녀에게 ‘낯선 사람’과 ‘약간의 거리’를 두라고 해주세요. 여기서 중요한 건, ‘낯선 사람’입니다. 평소 자주 보는 문방구 사장님이나 분식집 사장님 또는 골목길을 지나가면 늘 인사하는 어르신은 해당하지 않습니다. 특히, 낯선 사람 중 중·고등학생도 조심해야 하고요. 제가 지금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고 있는 것처럼 부모님들은 자녀에게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셔야 합니다. 또 약간의 거리를 둔다는 건, 자녀의 보폭으로 ‘다섯 발짝’ 정도 물러선 거리를 말합니다. 다섯 발짝 정도의 거리면 대화하는 데는 어렵지 않고 피해도 줄일 수 있죠. 또, 상대에게 무례해 보이지도 않고요.

 

둘째, 등하교·등·하원 할 때 꼭 또래 친구들과 함께 다니라고 해주세요. 대신 친구들과 함께 다니더라도 가급적 좁은 골목길보다는 큰 도로가 있는 곳이나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을 선택해 다니라고 해주세요. 앞선 사례처럼 범죄를 당하거나 목격하게 되면 절대 따라가서는 안 됩니다. 자칫 잘못하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어 위험한 상황이 생겼을 때는 112신고를 하거나 주변 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소리’를 질러 도움을 요청하라고 알려주세요. 최근에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전자 호루라기’도 성행하고 있어 자녀 가방이나 목걸이로 달아주시는 것도 추천해 드립니다. 생각보다 범죄자들은 호루라기를 보면 행동을 멈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셋째, 길을 걸을 때는 절대 스마트폰을 봐서는 안 된다고 약속해 주세요. 스마트폰을 보고 걷다 보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 낯선 사람이 다가와도 모를 수 있어 범죄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더구나 딴 곳에 집중하고 있어 피해를 봐도 다음 행동이 선뜻 기억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알려드린 사항은 예방을 위한 교육입니다. 하지만, 혹여라도 우리 자녀가 피해를 보게 되면 부모는 절대 자녀에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것도 기억해 주세요. 성범죄는 어떤 경우에도 피해자의 행동이 원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부모님 중 일부는 이 글을 보고 제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요”라고 질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통계와 현상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글을 쓰면서 적지 않은 고민도 있었습니다. 혹여 자녀에게 사회와 어른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건 아닌지도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자녀를 걱정하는 저로서는 욕을 듣더라도 아이 안전부터 챙겨야겠습니다. 대신 이 말도 자녀에게 해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방금 말한 건, 만일을 대비하기 위해서야. 어른 중에는 엄마 아빠처럼 착하고 좋은 사람도 많아. 하지만 우리는 나쁜 사람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하는 데 그러려면 방금 말한 걸 꼭 기억해야 해.”라고 말이죠.

 

[서민수경찰관의 ‘요즘 자녀學’] 자녀에게 ‘골목길 교육’을 해주세요
 
출처:조선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