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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순영의 논술개런티] 인간의 본성, 선인가? 악인가?

아직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근원적인 논제 중 하나

  • 아직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근원적인 논제 중 하나가 바로 ‘인간의 본성은 선한 것인가 아니면 악한 것인가’에 대한 논의다. 인간 본성에 관한 연구는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그 해답을 찾지 못했다. 인간의 본성을 선, 악으로 양분해 단순화시키는 것 자체가 곤욕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의식이 작동하지 않는 극한 상황 속에서 무의식의 지배를 받아 튀어나오는 본능은 과연 선한 것인지, 악한 것인지에 대한 예측과 고민이 흥미로운 건 사실이다. 

    인간은 악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성악설을 주창한 대표적인 학자로 토마스 홉스(1642~1651)를 꼽는다. 그는 인간을 이기적이고 폭력적인 존재로 간주한다. 자연 상태에서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에 놓이게 된다고 본다. 따라서 자연 상태의 자유보다 국가를 형성해 안전을 보장받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사회계약을 통해 강력한 국가 권력을 만들고 개인은 자유의 권리를 국가에 반납하고 보호를 받는 것에 적극 찬성한다. 홉스에 따르면 인간 본성의 부정적인 면이 더 쉽게 발현이 되는 이유는 생존 투쟁과 같은 극한 상황을 만드는 외적 환경이나 조건들이 삶의 현장 곳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성악설은 동양의 순자 역시 주장했다. 순자에 따르면 사람이 태어나면서 내면에 가지고 있는 욕망을 그대로 놔두면 사회는 혼란스러워진다. 그러니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후천적인 훈련과 예의를 통해 교육해 악한 본성을 선하게 교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교육받지 못한 어린이가 가장 잔인하고 악할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이와는 반대로 성선설을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 대표적 인물이 바로 맹자(B.C 372~B.C289)다. 그는 인간은 누구나 네 가지 착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봤다. 이는 사랑하는 마음, 정의로운 마음, 예의바른 마음, 지혜로운 마음의 4덕이고 이를 입증하는 4단으로는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惻隱之心 측은지심), 자신을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잘못을 미워하는 마음(羞惡之心 수오지심), 겸손하여 남에게 양보하는 마음(辭讓之心 사양지심), 옳고 그름을 다스리는 마음(是非之心 시비지심)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했다. 따라서 선한 백성을 다스리기 위해서 위정자는 덕을 쌓아 백성을 덕으로 다스려야 이상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고 봤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을 사랑하고 악을 미워하기 때문에 선한 것을 보면 마음도 안정되고 평온하지만, 악을 보면 불편해지는 성질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 하듯 언어학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쓴 ‘오래된 미래’에 따르면 실제로 인도의 라다크(Ladakh)라는 마을의 사람들은 세속적인 문명에 때 묻지 않은 자연 상태 속에서 남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씨로 평화롭고 여유롭게 살아간다. 그러나 외국 관광객들로 인해 유입되는 서구화 문명이 이를 파괴해 과정을 본 작가는 우리가 지향해 나가야 할 미래는 과거에서 터득한 자연 상태로의 귀환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상태 속에서 인간의 선한 본성을 발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성악설과 성선설과는 다른 입장에서 본성에 접근하는 학자도 있다. 그가 바로 존 로크(1632~1704)다. 그는 인간을 자연 상태에서 질서 있고 조화롭고 평화롭게 지내는 존재로 인식했다. 로크가 성선설을 주장하는 것처럼 분류되기도 하지만 그는 ‘백지설’을 통해 인간에게 천부적으로 본유관념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관념은 후천적인 경험을 통해서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정신은 순백의 종이처럼 아무 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상태로 태어나서 주위 환경과 상호작용을 통해 이를 채워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선악은 자신의 선택과 판단 그리고 환경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는 동양사상가 고자의 성무선악설과 상통한다. 

    고자는 “성은 흐르는 물과 같아 동쪽으로 터놓으면 동쪽으로 흐르고 서쪽으로 터놓으면 서쪽으로 흐른다. 이것은 인성에 선과 불선의 구별이 없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인간의 본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후천적인 환경에 따라 영향을 받으며 학습되는 것이란 입장이다. 재밌는 사실은 이러한 주장에 대해 “물의 흐름에 동서가 없는 것은 사실이나, 위아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성이 선한 것은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다”며 반박한다. 인간의 본성이 선한 것은 자연의 법칙과도 같다고 말이다. 

    물론 오늘날 이를 입증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현대 과학은 인간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이와 함께 인간에게는 타고난 본성이 있다는 것을 예측해볼 수가 있다. 이것이 선이든 악이든 인간은 어떤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같은 환경 속에서 자라더라도 선천적인 기질에 따라 환경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정도도 다르기에 각기 다른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기독교에서는 인간의 조상인 아담과 이브가 금기되었던 선악과를 따먹으면서 죄인이 되었고 모든 인간은 죄인의 피를 물려받았기 때문에 원초적으로 죄인이라고 인식한다. 선악설의 관점이다. 그러나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기 전의 상태는 성무선악설의 논리가 작동한다. 또한 예수가 이 땅에 오면서 인간을 원죄로부터 구원해주면서 인간의 원초적 죄는 사해진다. 그러니 예수 이후의 시대는 성선설의 시대가 오는 것이다. 기독교에서 성무선악설, 성악설, 성선설이 시기마다 등장하는 것을 보더라도 인간 본성을 정의 내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인간 스스로도 자신의 내면 깊숙이에 있는 본성이 선한지 악한지 아는 것은 힘들다. 그러나 인간의 이성이 작동하지 않은 상황을 떠올려 이때 무의식적으로 나올 거 같은 인간의 본성을 가늠해보면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윌리엄 골딩이 쓴 ‘파리대왕’은 소설 속에 이와 같은 상황을 설정해 인간을 악한 것으로 보았다. 만약 인간이 소설 속 소년들처럼 문명과 동떨어진 무인도에 갇히게 되고 그곳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극한 상황에 처해진다면 그제야 우리는 인간의 본성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남을 죽여야만 내가 살 수 있는 전쟁 같은 환경 속에서 과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이 인간 본성에 가장 근접한 해답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무의식중에 튀어나오는 인성은 날 것의 가장 본성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그 어떤 본성을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인간은 교육을 통해 충분히 교화될 수 있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라. 이성을 얼마나 발휘하느냐에 따라서 본성을 통제할 수 있고 이런 것들이 삶 속에서 숱하게 반복이 되면 본성에 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공공선을 위해 독립운동가처럼 개인의 삶을 희생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난신적자(亂臣賊子)와 같이 자기 혼자 잘 살자고 조국과 민족을 사지에 몰아놓거나 부모 등에 칼을 꽂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인간의 인성이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는 것은 결국 타고나는 본성보다 자신이 쌓아 올린 가치관과 인성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인간이 어떤 사람으로서 세상을 살아갈 것인가는 가치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간 본성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결론은 없지만 이에 관한 연구는 필요하다. 사람들의 일반적인 성향을 이해하는 것은 일반적인 사고방식과 행동을 예측해볼 수 있는 주요한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작업을 통해 우리 사회에 적절하고 효과적인 사회계약과 같은 법제도, 사회제도, 교육제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실제로 사회계약론도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해로부터 나온 이론이지 않은가? 우리 사회가 보다 살기 좋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인간에게 선한 본성을 보다 많이 꺼내 쓸 수 있게 하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인간 본성을 악하다고 본다면 이를 잘 교화시켜 나가 선한 인성으로 사회화 시킬 방법을 더 많이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고 인간의 본성을 선하게 본다면 이를 온전하게 유지시킬 수 있는 체계적 기틀을 잡아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 생각해 볼 문제

    1. 인간본성에 관한 이론들을 정리해보고 각각을 반박해보자

    2. 인간본성에 관한 연구는 왜 필요할까?

    3. 남을 죽여야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와 관련된 인간의 본성은 무엇일까?

    4. 성악설, 성선설, 성무선악설 중 인간 본성에 대해 가장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는 이론을 고르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서술해보자.

  • [이순영의 논술개런티] 인간의 본성, 선인가? 악인가?
     
    출처:조선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