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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에듀칼럼] 조기 영어유학 반드시 필요한가요?

한동안 조기유학 붐이 대한민국을 휩쓸었다. 기러기 아빠라는 별칭도 아마 이 무렵 생긴 것 같다. 옆집에서 가니 덩달아 조기유학을 가지 않으면 마치 시대에 뒤쳐진 느낌이 드는 것이 한동안 트렌드였다. 물론 요즘도 다양한 목적으로 한국을 떠나는 가족들이 생기고 있다. 사실 조기유학 열풍은 외고가 전성기를 이룰 무렵 가장 성행했고, 이후 자사고를 비롯한 특목고가 강세를 드러내자 잠시 사그라진 분위기이다. 단순히 영어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던 시절은 지나고 모든 입학 시험이 한국말로 진행되자 굳이 영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지도 모른다. 게다가 수능영어도 절대평가가 되어 굳이 영어에 절대적으로 우선순위를 두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두거나 직장생활을 조금이라도 해 보았다면 당연 사회에서 영어가 가지는 막강한 파워를 무시할 수 없다. 직장에서도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에 따라 하는 일이 달라지며, 의대의 경우도 원서로 거의 수업이 진행되기에 영어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우선 수업을 따라갈 수가 없다. 내가 재학 중인 서울대 법대의 경우도 대학원에서 진행되는 모든 수업이 원서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영어는 단순히 의사소통의 전달수단을 넘어서서 학문을 탐독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는 영어에 대해 심도있게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영어교육이 진행된 이래로 최근 영어교육을 둘러싼 정부의 방침과 더불어 영어는 핫한 이슈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특히 영어를 단순히 문법으로만 접한 부모들 세대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영어를 공부해서 팝송을 이해하고 영어 자막 없이 자녀들이 영화를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것이 어느새 부모 세대의 로망이 되어버렸고 내 자녀만큼은 기필코 영어 문맹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 부모님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 영어공부 위해 무조건 미국을 가야 하나요?  

어느 날 중학교 1학년 여학생과 학부모님이 상담을 위해 찾아오셨다. 영어권 국가에서 전혀 공부하지 않았지만 영어 디베이트에서 당당히 대상을 차지했고 이로 인해 부모님의 고심은 더욱 깊어져 진학지도 상담을 온 것이다. 이쯤하면 부모님 입장에서는 그 여학생을 외교관 시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학생 말로는 자신은 영어를 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지만, 다만 친구들과 토론 도중 은근히 자신이 유학 경험이 없음을 무시해서 자신도 모르게 위축감이 들고 자존심이 상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이 시점에서 무턱태고 유학을 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어차피 국내 대학을 목표로 한다면 지금 유학을 가서 도저히 한국에 돌아와서 상위권을 차지할 자신이 없는 것이다. 

나의 대답은 간단했다. 국내대가 목표라면 당연히 지금 이 시점에서는 주요과목을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다. 유학 대신 한국에서 진짜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며 만일 유학에 뜻이 있다고 해도 지금 이 순간에는 국내에서 열심히 유학 갈 준비를 한 후 미국 대학에 진학해도 늦지 않다는 점이다. 내가 몸담은 외대부고 국제과정을 언급하면 그 곳을 졸업하면 굳이 해외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도 충분히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다. 그리고 최근에 생긴 다양한 형태의 국제학교가 많기 때문에 가족끼리 생이별하는 아픔은 더 이상 없어도 되기에 좋다.

사실 자녀 교육을 위해 부부가 헤어지고 엄마아빠와 생이별, 자녀와 떨어져 지내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아무리 목적이 좋아도 그렇게 아빠와 떨어진 자녀는 아무래도 교감 면에서 서먹함이 존재하는 것이다.

내가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다. 초등학교 때나 6,7세 경 영어권 국가에 가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충분한 문화적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만일 자신이 배우고자 하는 언어가 영어라면 단순히 어학적인 스킬 뿐 아니라 그 나라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생활패턴, 문화적 양식과 문화유산 등을 골고루 접하고 이들과 교류를 함으로써 문화적 편견을 버리고 국제사회에서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폭넓은 이해를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 반드시 부모가 동행하는 것이 자녀의 정서 발달에 좋다. 부모와 떨어져서 단순히 어학적 지식을 쌓기 위해 유학을 가는 것은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다. 

부모와 함께 떠나는 유학이 아니라면 방학을 이용하여 한두 번 정도 다녀와서 영어권 문화에 친숙해지고 동기부여가 된다면 이 정도로 충분하다. 지난 번 칼럼에서 소개했듯이 영어를 잘 하는 제자들 중에는 굳이 영어권 국가에서 장기간 유학을 하지 않고 스스로 또는 부모님이나 한국의 교육권내에서 즐기듯 공부해서도 충분히 실력을 갖춘 경우가 허다하다. 요즘은 멀티미디어 매체가 발달하고 인공지능이 다방면에서 사용되는 시점에 비싼 돈을 들여서 유학을 못 보낸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놀이와 게임, 스토리텔링을 통해 어린 유치부 어린이들이 영어를 접한다면, 이후 초등학교에는 보다 심도 있는 멀티미디어를 통해 영어에 대한 귀를 뚫고 다독을 통해서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영어 방면으로 잘된 프로그램이 많아서 학생들이 충분히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무조건 미국이나 영국으로 상당 기간 유학을 가기보다는 방학을 이용한 캠프나 여건이 허락된다면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경험만으로도 학생들은 충분히 자신의 기량을 발휘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영어권 문화나 언어가 우리나라보다 뛰어나서가 아니라 세계 공용어로서 사용되기에 배워두면 국제화시대에 좋다는 점과 장래 세계인들과 교류를 하는데 장점이 많다는 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주입식으로 영어를 강요할 경우 어린이들은 맹목적으로 서구 문화에 대한 존경과 동경으로 한국문화에 대한 거부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한국문화와 영어권 문화를 골고루 보여주면서 각자 문화를 이해하도록 교육시키는 것이 좋다.  

당장 조기유학을 못 보낸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결론은 한국에서도 충분히 영어를 잘 할 수 있다는 점이고 만일 조금만 여건이 된다면 방학 등을 이용한 단기간의 연수도 충분히 학생들의 동기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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