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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초등학교 수업, 학부모 때와는 ‘확’ 다르다고?”

2015 개정교육과정이 이끈 초등학교의 수업 변화



2015 개정교육과정이 올해부터 초·중·고교에 순차 적용된다. 하지만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교육과정의 변화를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자유학기(년)제가 시행되는 중학교, 공통과목을 이수 후 2·3학년부터 원하는 교과목을 선택해 이수하게 될(내년부터) 고등학교와 달리 초등학교에서는 가시적인 제도적 변화가 없기 때문. 하지만 초등학교에서도 새로운 교육과정 도입에 발맞춰 교사들이 ‘학생참여중심 수업’으로 교실 수업을 개선하고 있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하는 방식의 수업을 듣고 자란 학부모들에게 학생참여중심 수업은 매우 낯선 개념이다. 이는 학생들이 직접 △토의 △토론 △실험 △문제해결 활동 등을 통해 교과 지식을 이해하고, 학업역량과 인성 등의 다양한 역량을 키우는 방식의 수업. 그렇다면 실제 초등학교 현장에서는 이러한 수업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까? 

지난 4월 한국과학창의재단이 발표한 ‘2017 창의교육 우수 실천사례 공모전 현장실천사례 자료집’에 실린 사례를 통해 그 해답을 살펴볼 수 있다. 교실 수업을 효과적으로 개선한 교사들로부터 초등학교의 학생참여중심 수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러한 수업방식이 학생들에게 어떠한 교육적 효과를 가져다주는지 묻고 들어보았다.  

○ 대구현풍초… 사진 한 장으로 과거여행 떠나요
 


일반적인 사회 수업은 교사가 학생들에게 사회 교과의 주요 개념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가령 우리 고장의 옛 모습과 오늘날의 모습을 비교해보며 차이점을 알아보는 수업의 경우 교사가 ‘과거의 거리 모습 사진’ 등을 보여주며 차이점을 안내하는 식. 이러한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과거와 오늘날의 차이를 단순히 이해하는 것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학생참여중심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단순히 이해하는 것에서 한 단계 나아가는 학습이 진행된다. 예를 들어 과거와 오늘날의 차이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교사가 제시한 자료 외에 자신이 직접 다른 자료들을 찾아보며 정보탐색능력을 기르고, 서로 다른 자료들을 각각 비교해보며 분석 능력도 기를 수 있는 것이다.  
  
강경진 대구현풍초 교사는 초3 학생들이 사회 교과를 재미있게 학습하고, 수업에서 배운 지식을 일상생활에 활용할 수 있도록 수업을 재구성했다. 학생들에게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옛 모습 사진을 직접 찾게 한 뒤 오늘 날과 차이점이 무엇인지 탐구하도록 한 것. 이후 학생들과 함께 고장의 옛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곳으로 현장학습을 떠났다.  

강 교사는 “학생들은 우리 고장의 옛날 모습을 담은 사진을 찾기 위해 도서관을 방문하고, 컴퓨터로 자료를 찾으며 정보탐색 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며 “자신이 찾은 자료를 살펴보며 과거에는 사람들이 한옥에 살았지만, 요즘에는 대부분 아파트에 거주한다는 차이를 알았다. 이를 바탕으로 한옥과 아파트의 구조를 비교해보는 활동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사회의 발전에 따라 주거환경의 모습이 변화함을 이해했다”고 말했다.

강 교사는 현장학습 장소를 결정할 때도 학생들의 의사를 반영했다. 교사가 우리 지역의 옛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체험 장소 몇 곳을 제시한 뒤 학생들에게 모둠별 토론을 통해 현장학습 장소를 논의하게 한 것. 이후 투표를 통해 최종 장소를 결정했다. ‘남평 문씨 세거지’를 체험학습 장소로 선정한 학생들은 체험학습장소에서 어떤 활동을 할 것이며, 무엇을 관찰할지 직접 계획을 세우고 친구들과 의견을 나눴다. 이 과정에서 논리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을 배우고, 친구들의 의견을 경청하며 배려의 자세도 길렀다.

강 교사는 “학생들은 체험학습 장소에서 교사가 제시한 활동지를 채우며 옛 문화를 깊이 있게 탐구했다”며 “일부는 옛 사람들의 지혜를 시시하게 여기기도 한다. 하지만 체험학습 현장에서 과학적 원리가 담긴 자물쇠를 보며, 오늘날의 도어락처럼 옛 조상들도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과학적 지식을 활용했음을 깨닫고 조상의 지혜의 감탄했다”고 말했다.  

○ 대전 서부초… 초등생이 빅데이터로 문제 해결을?  

“쓰레기 분리수거는 철저히 해야지” “물건을 아껴 써야지” 

초등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할 때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교사의 지도는 학생들에게 ‘잔소리’로 느껴질 수 있다. 대전 서부초 이보라 교사는 학생들이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몸소 깨닫게 하기 위해 프로젝트 수업 ‘빅데이터(Big Data), 지구를 구하다’ 수업을 기획했다.

6학년을 대상으로 진행된 이 수업은 △과학 △미술 △국어 △수학 △사회 교과가 융합된 수업.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일주일동안 교실과 가정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종이, 비닐, 플라스틱, 병 등으로 분류해 모은 뒤 무게를 재며 기초 데이터를 수집하고(사회, 과학) △이렇게 모은 기초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논의한 후(국어) △이를 막대그래프, 단위넓이 등으로 표현해보고(수학) △다른 사람들에게 쓰레기 양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예술작품을 제작했다(미술). 이를 통해 빅데이터가 어떻게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수집되는지 파악하고, 방대한 양의 쓰레기를 살펴보며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느끼고, 자원을 아껴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 것.



이 수업에서는 한 학생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빛을 발했다. 한 학생이 쓰레기의 무게를 면적으로 표현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내자, 교사가 이를 활용해 미술작품을 제작해 보도록 한 것. 가령 학생들이 수집한 쓰레기의 무게가 △종이 43kg △비닐 2kg △페트병 5kg △병 30kg 이라면, 변의 길이가 각각 43cm인 정사각형, 2cm인 정사각형, 5cm인 정사각형, 30cm인 정사각형을 각 모둠에게 제공한다. 이 때 각 정사각형의 색은 서로 달라야 한다.  이후 학생들은 정사각형 종이를 직사각형 형태로 잘라낸 뒤, 직사각형 종이를 4절지에 수평으로 배열해 붙였다. 그리고 각 종이의 경계를 검정 띠로 둘러 몬드리안의 그림처럼 꾸몄다.

이보라 교사는 “색종이의 면적이 넓을수록 버려진 쓰레기의 양이 많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미술작품 제작을 통해 쓰레기 양의 심각성을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었다”며 “이렇게 제작된 작품은 ‘빅데이터 아트 전시회’라는 이름의 전시회에서 전시됐는데, 학생들은 전시회에 온 시민들에게 쓰레기의 심각성을 알리며 자신의 학습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 전남 고흥동초… 우리 반 주인은 나야 나! 

  

유치원을 갓 졸업한 초1 학생들은 심화된 교과지식을 갖지 않을뿐더러, 이를 가르쳐도 단번에 이해하기 어렵다. 이처럼 어린 학생들은 학생참여중심 수업에 참여하기 어려울까? 아니다. 전남 고흥동초의 차선령 교사는 1학년 학생들이 초등학교 생활에 원활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통합교과서 ‘봄’을 재구성한 프로젝트 수업을 기획했다. 

차 교사가 진행한 수업은 ‘우리 반의 주인은 나야 나!’로, 학생들이 반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스스로 만들어보며 규칙의 중요성을 체감하는 수업이다. 초등학교는 유치원과 달리 원하는 시간에 화장실을 갈 수 없으며, 정해진 시간 동안 책상에 앉아있어야 하는 등 규율이 다소 엄격하다. 차 교사는 학생들이 이러한 초등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해당 수업을 기획한 것. 

차 교사는 “학생들은 규칙의 중요성을 알리는 동화책을 읽으며 규칙을 왜 지켜야 하는지를 생각한 뒤 △거짓말하지 않기 △읽은 책은 스스로 정리하기 △교실과 복도에서 뛰지 않기 등의 규칙과 규칙을 어겼을 때 받을 벌칙도 만들었다”며 “교사가 칭찬 스티커를 제공하며 학생들의 올바른 생활태도를 유도할 수도 있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규칙을 세우고 지킴으로서 자기주도성과 올바른 인성을 기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에듀동아 김효정 기자 hj_kim86@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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