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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아이를 망치는 말, “책 보지 말고 공부해!”

잡지에 주목하면 '아이'와 '부모'의 진심이 보인다



취재 중 이런 연락을 받았다. “우리 애는 공부하기도 바쁜 시간에 책이나 보고 앉아 있어 속이 터질 것 같다.”는 학부모였다. 다른 것도 아니고 청소년 잡지를 보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우리 역사상 최초의 어린이 잡지 <어린이>를 펴낸 방정환 선생은 “잡지는 어린이의 마음속 내재된 착한 성품을 그대로 길러줘, 조선의 소년, 소녀가 다 같이 좋은 사람이 되도록 돕기 위한 목적을 가진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잡지가 엄마들에게는 눈엣가시가 되어버린 까닭은 무엇일까.

짧고 쉬운 글, 흥미 위주의 주제들과 간간히 섞인 만화들. 어른들의 눈에 비친 ‘어린이 잡지’의 모습은 심심할 때 시간 때우기 적합한 ‘땅콩’같은 모습이다. 따라서 자녀들이 잡지를 잡고 있는 것 보다는 책상에 앉아 교과서와 문제집을 들여다보기를 더 희망한다.

아이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슬그머니 잡지를 집어들 때마다 한바탕 잔소리를 퍼붓고 “다 너를 생각해서 그러는 엄마 마음을 왜 이렇게 몰라주느냐”고 속상해 한다.

엄마는 몰라! ‘잡지 읽는 아이’의 속사정

이에 아이들이 반격하는 주특기가 있다. “엄마는 내 마음을 얼마나 알아주는데?”라는 말이다. 전쟁의 서막을 올리는 상투적인 반항이지만, 부모라면 한번쯤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 입에서 나오는 이 문장은 굉장히 함축적이고 간결하게 집약된 '진심의 표현'이다. 부모는 교과서는 뒤로하고 잡지를 읽는 아이들의 ‘진심’에 주목해야 한다.

아이들이 잡지를 읽는 이유에 대해 ‘그냥 재밌으니까’라고 생각한다면 자녀들을 너무 ‘띄엄띄엄’ 보고,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이 잡지를 원하는 이유는 그리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다. 특히 요즘 아이들의 일과를 살펴보면 더욱 그렇다.

현재 아이들의 일상 중심에는 ‘학교 공부’가 자리를 잡고 있다. 중학생이라면 8시 반까지 학교에 등교하고, 고등학생이라면 8시도 안된 시간에 등교해 학교 수업과 방과후 교실, 학원, 심지어 동아리까지 거의 대부분의 깨어있는 시간을 ‘공부’에 투자한다.

이렇게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입시를 ‘지옥’이라고 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집에서도 공부, 학교에서도 공부, 학원에서도 공부, 공부만 외친다면 아이들은 언제 공부의 중압감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숨을 쉴 수 있을까? 또 어디서 세상을 배우고, 세상과 소통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

아이들은 ‘잡지’를 통해 세상과 소통한다

‘잡지’야 말로 아이들에게 숨통이 탁 트이는 창구다. 또 세상과 소통하는 문이기도 하다. SNS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SNS에는 오롯이 아이들을 위한 정제된 콘텐츠만 제공할 수 있는 여과기능이 없기에 잡지와 비교할 대상이 아니다.

학생들의 눈이 잡지로 향하는 이유는 만화와 짧은 글에도 있다. 잡지는 신문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쉬운 말을 사용하고, 더 쉽게 전달하기 위해 만화를 사용하기도 한다. 또 그 나이 대에 맞춘 흥미로운 콘텐츠와, 앞으로 살아갈 세상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엄마에겐 '땅콩'정도인 이런 잡지는 오히려 공부에 쫓겨 시간이 없는 아이들에게 훨씬 효과적으로 지식이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다. 지식과 감성도 패스트푸드처럼 습득하는 아이들의 상황이 안쓰럽기는 하지만 이렇게라도 아이들은 공부 외의 더 큰 세상을 갈망하고 있다.

잡지, 띄엄띄엄 보지 말고 찬찬히 살펴보라!

엄마들의 큰 오해는 '자녀'와 '잡지'를 너무 띄엄띄엄 보는데서 생겨난다. 우리 아이의 생활을 찬찬히 살펴보면 또 다른 면이 보이듯이, 잡지도 그렇게 살펴보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보통의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잡지를 주르륵 넘겨본다. ‘내용’보다는 ‘구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만화가 많고, 글이 짧고, 왠지 공부와는 거리가 먼 것 같은 큰 제목들을 죽 보고나면 잡지에 대한 오해가 쌓이고 만다. 하지만 기억하자. 아이에게 '공부하라'는 말을 포기할 수 없는 만큼 아이는 시간이 없다. 오히려 짧은 시간이라도 효과적으로 아이의 시각을 틔워줄 수 있는 매체가 있어야 한다.

잡지에는 평소 엄마가 ‘공부’말고도 해주고 싶었던 따뜻한 이야기, 아빠가 해주고 싶던 삶의 충고가 모두 고스란히 녹아있다. 딱 1개의 콘텐츠라도 천천히 텍스트를 음미하며 진짜 내 아이처럼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라. 평소 ‘공부하라’는 잔소리 뒤에 숨어 말하지 못한 엄마, 학부모의 진심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부터 아이에게 ‘공부하라’는 말을 하지 말자. 그리고 ‘잡지를 읽어라’라고 말할 수 있는 부모가 되자. 아이들의 숨통을 트여주고, 자신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을 미리 보고 꿈꿀 수 있도록, 진짜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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