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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자유학기제-2018.5월호] 유명 유튜버 영상보면 영어 표현력 한 단계 성장한다?

대구 범물중 김소정 교사의 영상을 활용한 영어 수업



“You're salty(너 삐졌구나).” 

미국인 유튜버 올리버 쌤의 ‘올리버쌤 영어꿀팁’ 영상(이하 올리버쌤 영상)에 나오는 이 표현은 교과서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이 문장을 직역하면 “너는 짭짤하다”이지만, 미국인들은 퉁명스레 화가 난 상대방의 모습을 묘사할 때 위와 같은 표현을 관용적으로 사용한다.  

대구 범물중 중1 학생들은 이렇듯 영어수업 시간에 원어민들이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감정을 나타내는 영어 표현 및 단어’를 유튜브 영상을 통해 배운다. 김소정 범물중 영어 교사는 학생들이 자신의 기분을 영어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유튜브 영상을 활용한 영어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유튜브 영상을 시청하고(듣기), 영상으로 배운 표현을 활용해 짝과 대화해본 뒤(말하기), 영어일기 쓰기와 교과서 본문 내용을 요약하는 글쓰기 활동(읽기·쓰기)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영어 교과의 핵심성취 요소인 듣기·말하기·쓰기·읽기 능력을 모두 길렀다. 

○교과서에는 없는 ‘일상적인 표현’ 배워요 

김 교사가 올리버쌤 영상을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학생들은 평소 화가 난 정도에 따라 △삐지다 △성나다 △열 받는다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영어로는 이 모든 감정을 “I'm angry(나 화났어)”로 표현했다. 영어 교과서에는 화난 상태를 나타내는 단어로 ‘Angry(화난)’ 정도만 제시되기 때문. 그런데 올리버쌤 영상을 시청하면 영어권 국가에서 흔히 사용되는 △You're ticking me off(성나다) △I've had it up to here with you(나 너 때문에 진짜 열 받았어) △You're getting on my nerves(신경을 거슬리게 하네) 등의 표현을 배울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 수업이 그쳐선 안 된다는 것. 학생들이 생소한 영어 표현을 실생활에서 사용하려면 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김 교사는 △활동지 빈칸 채우기 △짝과 함께 문장 외우기 △퀴즈 풀기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빈칸을 채우며 핵심 단어를 파악하고, 짝과 함께 영어문장을 말해보며 낯선 표현에 익숙해지는 것. 김 교사는 “새로운 영어표현을 익히는 것만큼 이를 제대로 발음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짝과 대화하는 활동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낯선 영어표현에 익숙해지면 ‘영어일기’를 작성하며 표현을 응용해본다. 이 활동은 ‘1차 글쓰기→교사의 교정→수정 사항을 반영해 2차 글쓰기’의 순서로 진행된다. 일기쓰기에 앞서 교사는 ‘수업에서 배운 과거시제와 영상에 등장한 표현을 사용해 10문장 이상 글을 작성할 것’ 등의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학생들이 수업과 영상에서 배운 내용을 익힐 수 있기 때문. 또한 일기에 활용하기 좋은 예문을 칠판에 적어주면, 학생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춰 예문의 단어를 변경하며 영어 표현력도 기를 수 있다.  

김 교사는 “교정 시에는 앞서 제시한 요건을 잘 지켰는가를 중점적으로 살핀다”며 “지나치게 모든 문법을 교정하면 학생들이 영어 글쓰기에 흥미를 잃을 수 있다. 이 수업의 목적은 학생들이 자신의 감정을 영어로 표현해보는 경험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 글쓰기에 필요한 ‘규칙’도 이해한다 

이어진 수업에서는 ‘감정을 나타내는 영어 단어’가 등장하는 유튜브 영상을 시청한다. 학생들이 시청한 영상에는 ‘Weary(아주 지친)’라는 단어가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지친 상태를 말할 때 ‘Tired(지친)’ 대신 ‘Weary’도 사용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영상 시청 후에는 글과 그림으로 단어의 의미를 나타내며 학습한 뒤, 해당 단어를 활용해 교과서 본문을 요약하는 글쓰기 활동이 진행된다.  

김 교사는 “학생들은 영상 시청 후 ‘Skeptical(의심스런)’이란 단어 옆에 돈을 2배로 불려주겠다는 제안을 하는 사람의 그림을 그리고, 그 옆에 ‘I was skeptical about his offer(나는 그의 제안이 의심스러웠다)’를 적는 활동도 수행했다”며 “생소한 영어 단어를 그림과 연결시킴으로서 보다 오래 기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글쓰기 활동 전, 학생들은 교과서 본문을 학습한다. 교과서에 실린 ‘강물에 눈알을 빠뜨린 하마의 이야기’를 읽은 뒤, 교사로부터 △들여쓰기 △문장 첫 글자는 대문자로 쓰기 △문장 끝에는 마침표(.) 쓰기 등 공식적인 영어 글쓰기에서 꼭 지켜야 할 규칙들을 배운다. 공적인 글쓰기에서는 이러한 기본 요소를 갖추는 것이 중요함을 배우는 것. 

교과서 본문 요약하기 활동 역시 영어일기 쓰기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단, 학생들은 1, 2차 글쓰기에서 교과서를 보거나, 스마트폰 등을 활용할 수 없다. 대신 교사는 1차 글쓰기 활동 시 학생들이 질문하는 단어를 모두 칠판에 적어주고, 2차시에는 교사의 도움 없이 학생 스스로 본문을 요약하도록 지도한다. 

김 교사는 “이미 작성해본 글을 다시 한 번 작성하는 2차 글쓰기는 학생들이 자신이 수업 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했는가를 점검하는데 효과적”이라며 “학생들이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낄 때는 교사가 간단한 힌트 정도만 제공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교사의 수업지도 도움말] 영상 시청 후 생각을 심화·확장할 수 있는 학습활동까지 기획해야

Q. 수업을 진행할 때 유의할 점은? 

학생들은 영어 영상을 통해 다채로운 영어 표현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그치면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 따라서 교사는 수업 전 영상을 반복 시청하며, 영상의 성격에 맞는 활동지를 준비해야 한다. 단, 활동지의 빈칸 채우기 등 단순히 활동지를 푸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영상에서 본 내용들을 학생들이 곱씹으며,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활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영어일기 쓰기와 교과서 본문 요약하기 활동을 활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Q. 수업의 효과는? 

유튜버들이 재미있게 영어 표현을 소개하니 학생들이 영어 학습에 흥미를 갖게 된다. 고급스럽고, 격식을 차린 영어 표현은 아니지만,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표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이 수업은 학생들이 ‘자기 자신’을 알아보는 시간이기도 하다. 영어일기를 쓰면서 자신이 어떤 상황에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곰곰이 생각하며 자신을 파악하게 된다. 이는 자신의 꿈과 끼를 찾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수행하며 자신을 탐구하는 자유학기제의 취지와도 일맥상통한다. 

Q. 영어 수업에서 영상을 활용하려는 교사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영어 수업 시간에는 무조건 영어만 등장하는 영상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영어 학습에 거리감을 느끼는 학생도 많다. 영어와 한국어가 섞인 영상을 활용하면, 학생들이 부담없이 영어에 다가갈 수 있다. 또 재미도 줄 수 있다. 학습을 목적으로 영상을 시청하는 것이므로 모든 영상이 재미있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동기유발 측면에서는 재미를 고려하는 것이 적절하다. 따라서 교사는 교사가 생각하는 재미있는 영상과 학생들이 생각하는 재미있는 영상이 다를 수 있음에 유의해 영상을 선택해야 한다. 

▶김소정 대구 범물중 영어 교사 

▶에듀동아 김효정 기자 hj_kim86@donga.com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에듀동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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