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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대선 못지않은 정책 토론부터 유튜브까지 진출…‘전교회장 선거’가 달라졌다

새 학기 앞두고 치열한 초중고 전교회장 선거 풍경



2019학년도 새 학기를 앞두고 최근 전국의 여러 초중고가 학생 임원 선거를 진행한 가운데 선거 유세 모습이 크게 변화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선거 포스터를 붙이거나 팻말을 들고 학교를 돌아다니던 과거 유세 방식에서 나아가 ‘대통령 선거’ 못지않은 정책 토론을 벌이거나 10대들의 주 이용 매체인 유튜브를 활용한 영상 홍보를 선보이는 등 신선하면서도 진일보한 선거 유세가 잇따라 등장한 것. 시대 흐름에 따라 다채롭게 옷을 갈아입은 ‘전교회장 선거’ 모습을 돌아봤다.

○ ‘대선’ 만큼 치열한 정책 공방 ‘생중계’


지난달 21일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충북고등학교. 이날 오전 내내 충북고 학생들의 눈길이 쏠린 곳은 칠판이 아니라 교실 내부에 설치된 TV 화면이었다. 2019학년도 충북고 학생자치회 회장 및 부회장 선거 후보자 토론회가 TV를 통해 중계됐기 때문. 

충북고 개교 이후 처음으로 시도된 후보자 토론회는 선거관리위원장의 사회로, 1부와 2부로 나눠 2시간가량 진행됐다. 1부에는 회장 후보자 3명이, 2부에서는 부회장 후보자 4명이 참여해 충북고 재학생들의 학업 향상은 물론 학생복지 개선, 학생문화 증진 등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공약을 내놓고 상대의 공약에 대한 공방을 주고받으며 열띤 토론을 펼쳤다. 유권자인 충북고 학생들 또한 이날 오전 내내 TV로 토론을 지켜보며 각 후보의 공약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는 등 큰 관심을 보였다. 충북고는 이날 토론회에 이어 지난달 26일 선거를 진행, 2019학년도 학생자치회를 이끌 임원단을 구성했다.

보통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정책 토론은 그간 대학교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종종 등장한 바 있지만, 초중고 학생 임원 선거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등학교는 물론 초·중학교에서도 임원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토론회를 여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경기 신풍초등학교는 지난 7월 전교 임원으로 출마한 6학년 6명, 5학년 4명을 대상으로 후보자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신풍초는 토론회에 앞서 후보자를 대상으로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다짐하는 ‘매니페스토 협약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임종석 신풍초 교장은 “신뢰성을 지닌 후보자가 당선되고 공약 실천에 책임감을 가지는 선거 풍토를 조성하기 위해 토론회를 마련했다”며 “이러한 토론회를 통해 학생들이 매니페스토를 실천하는 선거 문화를 배우는 것은 물론 학생자치를 활성화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 공약부터 당선 과정까지 ‘유튜브’에 다 있네

10대들의 주 이용 매체로 떠오른 ‘유튜브’ 또한 전교회장 선거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공약 소개, 후보 연설, 선거 퍼포먼스 등을 유튜브에 게재해 표심을 호소하는 후보자부터 후보 등록과 선거 준비, 당선 과정까지 선거 전반을 영상으로 소개하는 ‘유튜버’도 등장했다.


2016년 서울의 한 고등학교 전교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는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을 패러디해 자신의 공약을 재치 있게 선보이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해당 영상은 현재까지 5만 회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또 서울 강북구 성암국제무역고등학교는 지난해 4월 2018학년도 학생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유세단이 ‘선거 송’을 부르는 유세 장면과 공약 소개 내용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하며 선거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각 학교에서 진행된 학생 임원 선거 후보자 토론회 영상과 유세 영상 등을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편 선거 과정을 담은 유튜브 영상도 눈에 띈다. 지난 12월 전교 부회장에 출마한 한 초등학생과 학부모 유튜버는 후보 등록부터 선거 포스터·팻말 만들기, 공약서 작성, 연설 연습, 탈락 후 소감 등의 내용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9분가량의 이 영상은 지난달 21일 게시된 후 현재까지 7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 ‘학종’ 영향?…“바람직한 변화” 의견도 다수

이같은 ‘전교회장 선거’ 모습 변화에 대해 일각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대표되는 수시 비중이 늘어난 탓에 학생 임원 활동으로 입시 성적을 높이고자 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노력이 반영된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입시 과열’ 현상 중 하나라는 것. 실제로 최근 큰 화제를 모으며 방영 중인 드라마 ‘SKY 캐슬’에서 ‘학생회장’이라는 입시 스펙을 얻기 위해 부모는 물론 입시 코디네이터까지 동원되는 모습이 그려져 시청자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박태희 올댓수시 컨설턴트는 “학생 임원의 경우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선거 과정 자체가 학교생활기록부 등 입시의 여러 부분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의 참여 열기가 높다”며 “선거 슬로건이나 정책, 공약 같은 부분도 입시와 연계해 자신의 가치관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되기에 이 부분을 고려해 전략을 짜는 학생도 많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입시를 떠나 정책 토론으로 충분한 공약 검증 과정을 거치고 10대에게 익숙한 매체를 통해 선거를 즐기는 현상은 진정한 민주주의 교육을 실현하는 바람직한 변화라는 시각도 다수다. 특히 그 중에서도 학생들에게 친숙한 유튜브를 활용한 선거 유세는 선거에 대한 청소년의 관심도와 흥미를 극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로 꼽힌다. ‘어른 선거’ 못지않은 진지한 토론회를 통해 친분에 좌우되기 쉬운 학생 임원 선거가 정책 선거로 탈바꿈하고, 이를 통해 선거 과정 전반은 물론 이후 학생자치 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집중도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 

정순신 충북고 교사는 “학생 임원 선거에 후보자 토론회를 처음으로 도입했는데, 이전과 달리 후보자는 물론 유권자인 학생들의 집중도가 굉장히 높았다”며 “이러한 변화는 살아있는 민주주의 교육 실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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