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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출범이 코앞인데… 국가교육委 밑그림에 ‘중립성’과 ‘대표성’이 없다

연내 출범 국가교육위원회, 이대로 괜찮나



‘5년짜리 국가 대계(大計)’
오늘날 대한민국 교육이 처한 현실을 빗댄 말이다. 교육 정책은 100년 앞을 내다보고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하는 국가의 ‘백년대계’임에도 5년마다 바뀌는 정권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며 교육 현장의 혼란과 갈등이 극대화되고 있기 때문. 특히 입시 열기가 뜨거운 한국에서 입시제도의 급변은 학생과 학부모의 고통을 필연적으로 수반하고 있다. 당장 올해 고1, 고2, 고3이 각기 다른 수능으로 대입을 치러야 하는 것은 물론 고입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자율형사립고등학교 입시 또한 시기는커녕 진행 여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현재 상황이 그 단적인 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로, 연내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 국가교육위원회는 정파를 초월해 이러한 근시안적인 교육을 탈피하고 미래사회에 걸맞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마련되는 기구다. 그야말로 ‘백년대계’에 걸맞은 중장기 교육 개혁을 통해 미래 100년의 대한민국 교육을 바로 세우겠다는 것. 최근 이를 위한 국가교육위원회의 초안이 공개됐으나, 백년대계 수립을 위해 가장 중요한 ‘중립성’과 ‘대표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에 위원회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보다는 교육부의 ‘옥상옥’으로 전락해 오히려 혼란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 새로운 교육 100년과 국가교육위원회’를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가 지난달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운데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교육계 관계자들이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미래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계 공동선을 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 15명 중 10명이 정부·여당 추천… ‘초당적’ 교육 세운다더니 중립성은 어디로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 등은 지난달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한민국 새로운 교육 100년과 국가교육위원회’를 주제로 하는 정책토론회를 열고 국가교육위원회의 밑그림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날 가장 관심을 모은 부분은 단연 위원 구성안이었다. 어떤 위원들로 구성되느냐에 따라 위원회의 정체성과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 특히 정파를 초월해 미래 중장기 교육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위원회의 출범 이유이자 핵심 역할이라는 점에서 더욱 시선이 쏠렸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위원 구성안에 따르면, 위원 대부분이 정부와 여당 추천으로 구성돼, 정권에 따라 바뀌는 교육의 중심을 잡겠다는 위원회의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교육부, 국가교육회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가 구성해 이날 발표한 법률안에 따르면, 국가교육위원회 위원 15명은 △대통령 지명 5명 △국회 추천 8명 △당연직 위원 2명(교육부 차관·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대표)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꾸려진다. 국회 추천 인사를 여여가 절반씩 나눠 가진다고 가정하면, 15명 중 10명이 정부와 여당 추천 인사로 꾸려지게 되는 것. 여기에 위원회의 지위를 대통령 소속 합의제 행정위원회로 명시해 ‘정파 초월’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잇따라 나왔다.

권종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뒤바뀌는 혼선과 단기적 교육대책이 가져온 폐해를 막고자 위원회가 출범하는 것인데 이 기구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것은 여전히 정권 차원의 문제로 기구를 바라보고 있는 것 아닌지 염려된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같이 헌법상 합의제 독립기구로 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인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부회장도 “지금 제안대로라면 특정 정당에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없는데다 지위 또한 대통령 소속 중앙행정기관 성격이 돼 국무총리 통제 아래 놓일 수밖에 없다”며 “기존 취지를 살리려면 다양한 주체와 단체에 추천권을 부여해야 하며, 지위는 법률상의 기구로서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초정권적 비행정기구가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새로운 교육 100년과 국가교육위원회’를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최유란 

 


○ 국가교육委·교육부·시도교육청 3중 체제… “대표성 없으면 현장 혼란만 커질 것”

‘정파 초월’ 못지않게 국가교육위원회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교육계를 모두 아울러 중장기 교육 방향을 설정하는 ‘컨트롤 타워’가 되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위원회 출범 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권한을 조정, 3중 체제로 교육 거버넌스 개편을 진행할 것이 예정된 만큼 위원회가 이를 모두 통합할 수 있는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 과제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된 국가교육위원회 출범 계획대로라면 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이 모호해 실질적으로 교육계를 통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출범과 함께 이뤄질 교육 거버넌스 개편 방향을 공개했다. 위원회가 출범하면 유·초·중등 교육 업무는 시도교육청으로, 교육과정 연구·개발·고시 및 지방자치 강화 사무는 위원회로 이관하고 교육부는 고등·평생·직업 교육 업무를 맡는다는 것이 그 골자다. 결국 크게 보면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의 장기 비전을 설정하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각각 고등과 유·초·중등 교육 업무를 담당하는 3중 체제가 형성되는 것.

이 상황에서 위원회가 당초 목표대로 정권을 초월한 장기적이고 일관된 교육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교육계 전체를 대표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을 통합하는 권한과 능력이 필수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데 현재 계획상 위원회는 대통령 소속 행정기구인데다 위원장이 장관급이기 때문에 교육부는 물론 유·초·중등 교육 업무를 이관받아 더욱 권한이 막강해질 시도교육청을 통합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호성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은 “위원회가 출범 목표대로 10년 단위의 국가교육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흔들림 없이 추진할 수 있으려면 위상을 더욱 높여야 한다”며 “위원장을 장관급이 아닌 부총리급으로 하고, 사무처장도 일반직 고위공무원이 아닌 차관급으로 해서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입시제도의 경우 초·중등과 고등을 아울러야 하는 만큼 위원회의 역할이 더욱 막중한데, 대표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3개 기관의 엇박자 정책으로 더욱 혼란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2020 대입 개편’ 논쟁을 둘러싸고 이 같은 혼란은 현실화되기도 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8월 국가교육회의의 권고안을 받아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확정했으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에 반발, 자체적으로 대입제도 개선 연구를 진행해 지난달 말 1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교육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국가교육회의는 뚜렷한 역할을 찾지 못했다.

나명주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국가교육회의 1기는 소위 실세 장관들이 당연직일 정도로 위상이 높았고 나름 다양한 집단의 대표자들이 위원으로 참여했음에도 정작 입시제도 개혁과 같은 중요한 문제는 공론위원회라는 형식적 민주적 절차에 맡기며 교육문제 해결에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 난제 해결에 무력하지 않고 제 역할을 다하는 기구로 자리 잡으려면 이러한 오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원 구성에 있어 단순히 대통령과 국회가 교육단체, 학부모 등 다양한 사회계층으로부터 위원을 추천받도록 법률에 규정해 간접적 대표성을 확보하는 것을 넘어 좀 더 직접적으로 교육 전문가들과 당사자들의 참여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교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부회장은 “현장성에 기초한 교육정책 수립을 위해 현장 전문가인 교사와 교수가 적정 비율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으며 구희현 학교교육정상화를위한교육혁신연대 공동대표도 “교육의 전문성 확보와 정책의 현장 적합성 확보를 위해서는 위원 구성안을 수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는 “대통령과 국회가 추천하고 임명하는 위원회가 정치적 중립성과 대표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며 “또한 기존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체제에서도 협력이 쉽지 않았는데, 여기에 하나의 기구가 추가로 생기며 ‘옥상옥’이 돼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가교육위원회의 출범 이유나 목표는 이상적이나, 이대로 진행된다면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위원회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에듀동아 최유란 기자 cy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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