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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에서 한국이 최종 승소한 이유

-일본, WTO 패소에도 "한국은 후쿠시마산 수입해야" 

세계무역기구(WTO)가 일본 후쿠시마 인근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 한국의 조치에 대해 문제없다고 최종 판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해 2월 1심 때 일본에 손을 들어줘 한국의 패소가 예견됐지만 예상을 뒤엎고 한국이 최종심에서 승소했다.

WTO 상소기구는 4월 11일(현지시간) 한국의 일본 후쿠시마 인근 수산물 금수 조치에 대해 타당한 것으로 판정했다. 지난해 2월 WTO 분쟁해결기구(DSB) 패널의 판정(1심)을 세계 무역분쟁의 대법원 격인 상소기구(최종심)가 뒤집은 것이다.

당시 1심 패널은 한국 정부의 일본 수산물 금수 조치가 'WTO 위생 및 식품위생(SPS) 협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SPS 협정 2.3조에 명시한 '동일하거나 유사한 조건일 때는 (검역조치를) 차별하면 안된다'는 조항을 내밀면서 한국의 금수 조치가 일본에만 차별 적용한 것으로, 이 조치가 왜 합당한지에 대한 법적 근거를 우리가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후쿠시마 수산물 금수 조치 이후인 2014년 당시 박근혜 정부는 일본 수산물 위험성에 대해 두 차례 현지조사를 벌이다가 별 다른 이유 없이 중단해 조사·평가 절차를 완료하지 못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최종심에선 방사능 오염 등 식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본의 특별한 환경적 상황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1심 패널이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고, 생략한 부분들이 많았다고 판단했다. 우리 정부의 현지조사 중단 등 소극적 대처에도 1심 판결의 오류를 집어낸 것이다.

1심 판결 오류는 무엇? 


1심 패널은 또 SPS 협정 5.6조의 '과도한 무역제한' 부분과 관련해 일본이 한국의 금수 조치 이후 충분히 만족시킬 만한 대안을 제시했는데도 한국이 과한 조치를 계속 유지한 것은 잘못이라고 봤다.

SPS 협정은 위생 및 식물 검역조치의 적용에 관한 협정으로, 자국 국민의 건강보호를 위해 적정한 보호수준(ALOP)을 설정해 예방조치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ALOP로 정량적 지표인 '연간 피폭 허용치 1밀리시버트(mSv)' 이외에 '자연방사능 수준', '달성가능한 최대로 낮은 수준' 등 정성적 지표 2개를 제시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후쿠시마 인근 8개현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하지만 1심 패널은 우리나라가 제시한 지표 중 1개의 정량적 지표만 적용하고 나머지 2개 정성적 지표는 검토하지 않았다. 최종심은 이를 문제 삼았고 1심 패널이 만족시킬 수 있다고 판정한 내용 중에 우리의 보호 기준을 적절히 고려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판정했다.

최종심은 또 한국의 조치가 임시적으로 시행하는 잠정조치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1심 패널 판정에 대해서도 제소국인 일본이 제기하지도 않은 사안을 판단한 것은 월권이며 잘못인 만큼 법적 효력이 없다고 짚었다.

정부, 전문가 영입해 최종심에 철저 대응…'외교 승리' 


이번 최종심 승소에는 양국의 WTO 분쟁 현안을 이끌 산업부의 과장급 담당자를 이 분야 전문가로 영입해 대응을 한 것과,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국제소송팀의 지원도 한몫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당초 WTO 상소기구에서는 1심과 같이 '한국이 패소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면서 "1심에서는 위험성 조사를 담당한 한국 민간전문위원회가 최종절차인 보고서 작성조차 마치지도 않고 해체해, 후쿠시마 인근 수산물과 식품의 위험성을 WTO에 입증하지도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정부는 이번에 매우 적극적으로 대처했고, 식품 자체의 안전뿐 아니라 식품 안전과 환경과의 관계도 매우 설득력 있게 제시해 결국 승소했다"며 "일본산 농수산품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51개 국가 중 일본이 WTO에 제소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는 사정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인근 8개현에서 생산된 수산물 일부를 수입 금지했고, 2013년에는 방사능 오염수가 해안으로 유출됐다는 발표가 나자 모든 수산물 수입을 금지했다.

이에 일본은 한국의 조치가 부당하다며 WTO에 제소했고, 일본 요구로 진행된 WTO 분쟁해결기구(DSB) 1심 판정에서 패널들은 한국 정부의 조치가 'SPS 협정'에 위배된다며 일본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일본, WTO 패소에도 "한국은 후쿠시마산 수입해야" 


한편, 일본 정부가 '한국의 후쿠시마(福島)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가 타당하다'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최종 판단에 대해 사실상 '불복' 의사를 밝혔다.

NHK 등에 따르면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12일 오전 "(WTO에서) 일본의 주장이 인정되지 않아 실로 유감"이라며 "(WTO의) 보고서 내용을 분석해 향후 대응을 검토해가겠다"는 내용의 담화를 내놨다.

고노 외무상은 특히 "일본은 한국에 대해 (후쿠시마산 수산물) 규제 조치 전체의 철폐를 요구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서 "한국과의 협의를 통해 조치의 철폐를 요구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 발생한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 이후 인근 8개 현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는 2015년 5월 '한국의 조치는 부당하다'며 WTO에 제소했고, WTO에서 국가 간 제소사건의 '1심'을 담당하는 분쟁해결기구(DSB)는 작년 2월 '한국의 계속된 수입금지는 WTO 협정에 위배된다'며 일본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었다.

일본 정부는 이 때까지만 해도 "한국은 WTO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한국 측의 항소를 거쳐 11일(현지시간) WTO 상소기구에서 1심 판결이 뒤집히자 자신들은 WTO 결정과 관계없이 기존 주장을 계속해가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고노 외무상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규제를 계속하고 있는 다른 나라·지역에 대해서도 철폐·완화를 요구해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사진: 환경단체 회원들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오염수 바다 방출 규탄 및 일본산 수입수산물규제 WTO 제소 취하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는 모습. 2018.10.8/뉴스1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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