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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에듀칼럼] ‘창의성’은 어느 날 뚝 떨어지지 않는다… 진정 ‘과학영재’ 되려면

상상력이 창의력의 시작과 끝이라고 말한다. 아인슈타인도 상상력이 지식보다 더 중요하다고 했다. 교육현장에서도 학생들의 상상력을 키우기 위해 ‘무한상상실’이라는 것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컴퓨터를 기반으로 자신이 생각한 것을 다양하게 만들어 보면서 생각하는 것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려는 의도다.

아담 스미스는 ‘한 국가의 진정한 부는 국민총생산(GNP)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 국민의 창의적 상상력에 있다’고 국부론에서 얘기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다. 혁명이라 부를 만큼 모든 것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는 지금처럼 살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농경시대에 한 사람이 열심히 일하면 10명을 먹여 살렸다면 지금은 한 사람의 생각이 10만 혹은 100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몸에서 머리로, 육체노동에서 생각하는 노동으로 바뀐 것이다. 결국 생각하는 능력이 답이란 의미다.

생각은 누구나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인간의 뇌는 자동화를 많이 하기 때문에 생각하면서 뭔가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밥을 먹거나 운전하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을 잘 하는 아이들이 있다. 바로 과학영재들이다. 또한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끝까지 해낼 수 있는 과제집착력도 있다. 문제는 이런 특성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좋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강요에 의해 하는 일을 즐기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과학영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공부를 잘하기 때문에 이들이 그것을 좋아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이다. 때로는 그것은 즐거운 것이 아니라 부모에게 잘 보이고, 다른 사람을 이기는 수단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런 경우 그들은 새로운 것을 생각할 수 있을까.

창의력은 생각이 기본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제시한 해결방법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한 방식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것은 깊이 생각한 결과다. 에디슨은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고 했다. ‘아하! 그래!’라는 영감은 해야 하는 것에서 생기기도 하지만 하고 싶은 것에서 훨씬 많이 생긴다. 후자를 할 때는 끊임없이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것만으로 창의력이 신장될 수 있을까? 자신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은 필수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도 전혀 모르는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긴 경우는 드물다. 작가 말콤 글래드웰은 ‘아웃라이어’에서 ‘일만 시간의 법칙’을 얘기했다. 이 시간 동안 지식과 경험을 쌓고, 그것을 바탕으로 생각을 하고, 즐겨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법칙을 반박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그만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는다면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창의력도 인간이 가진 능력이기에 시간과 공을 들여 갈고 닦아야 빛날 것임은 틀림없다.

2002년 생체고분자 질량분석 방법을 고안해 노벨상을 받은 다나카 고이치는 자신이 연구하는 것에 방해가 될까봐 승진도 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그는 오로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즐겼다.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도 일에 대한 이야기만 했다고 하니 그가 얼마나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좋아했을지 상상이 간다. 노벨상 수상자로 지목되었을 때 그가 누군지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그것은 그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가에 관심을 전혀 두지 않고, 자신의 일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어느 순간도 그것을 생각지 않은 때가 없다. 그것을 우리는 열정이라 부른다. 열정은 내적 동기의 다른 말이자 밖으로 드러난 추진력이다. 혼신을 다할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기고, 당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를 것은 분명하다. 뉴턴은 그 이전에 과학자들이 했던 일들을 수년 동안 고민했기에 중력법칙을 발견했다. 이들이 나타낸 창의성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닌 것이다.

시대가 창의성을 ‘급격히’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갖고 있던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 새롭게 받아들이는 것보다 기존에 있던 것을 버리기가 더욱 어렵다고 한다. 그렇기에 아픔과 시련은 필연적일 것이다. 목표가 같았기에 다른 사람과 같은 길을 가야 했고, 그 사람들을 제치고 나아가야 더 빨리 더 좋은 자리를 차지했던 시대는 이제 갔다. 이러한 가치는 벗어던져야 한다. 성적을 바탕으로 줄 세웠던 구시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 사회의 미래를 짊어진 젊은이들은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남들과 다른 길을 가야 한다. 그 길이 가시덤불이라 할지라도 언젠가 블루오션이 될 것이다.

과학영재들이 갖고 있는 최고의 장점은 생각하는 능력이다. 그들이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기회를 주어야 한다. 어른들이 제시하는 능력이 아닌 그들이 살아가야 할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을 찾아내도록 자유를 주어야 한다. 시대가 바뀌어 가고, 패러다임도 바뀌어 가는 이즈음에 과학영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깊이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기를 희망해본다.

▶최정곤 부산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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