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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19년 교육, 20년 교육] 모든 아이를 위해... "교육을 백년지대계로 만드는 해가 되길"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바뀐 2019년 교육이다. 인공지능 교육, 고교학점제를 한다면서 수능 정시가 강화됐다. 옳고 그름을 떠나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비판이 컸다. 그 말의 영향력은 2020년 교육에 또 무엇을 몰고 오게 될까. 2019년 교육정책 평가와 함께 2020년 교육 예상과 바람을 전한다.


천경호 경기 성남서초등교 교사
천경호 경기 성남서초등교 교사

[에듀인뉴스] 100년. 인간의 기대 수명이 어느 덧 100년을 향해가고 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한다. 왜 사람들은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했을까? 정말 교육은 백년지대계가 맞을까? 도대체 백년지대계의 의미는 무엇일까? 먼저 그 까닭을 살펴보자.


하버드 그랜트 연구(GRANT STUDY)라는 것이 있다. 인간의 출생부터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추적 조사한 대표적인 인간발달 연구다. 1937년에 시작하여 2009년까지 무려 72년간 하버드생 268명의 일생을 추적하고 분석한 결과를 2009년 5월 12일에 발표하였다.


인간의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었을까? 바로 ‘관계’였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직·간접적으로 만난다. 이들의 삶을 이해하고, 마음에 귀 기울이며, 더 나은 자신으로 성장하기 위해 배우려는 삶을 태도를 가진 사람들이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백년을 바라본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할 것은 바로 ‘관계’인 셈이다.


이 연구를 보면서 우리나라 노인 자살율이 OECD 국가 중에서 1위라는 것과 청소년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것이 생각났다. 무엇이 아이들과 노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갈까? 전체 인구의 7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사회라면 교육이 성공한 사회가 아닌가? 도대체 왜 아이들과 노인들은 자살로 내몰릴까?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하게 된다.


교육은 인간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가? 학벌을 위해 존재하는가? 우리 사회는 인간의 행복이 아니라 학벌을 위해 교육이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유는 바로 ‘공정성’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에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가 있다. 2017년 12월에 국가교육회의가 발족하고 지난 2019년 3월에는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마련되었다. 많은 교육계 인사들의 가슴이 설레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교육부는 ‘대입 사전 예고제’를 기존 3년에서 4년으로 늘리면서 예측 가능한 정책을 마련하고자 노력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왜 만들고자 했을까? 이는 정권의 변화에도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위한 교육이 혼란을 겪지 않도록 일종의 교육권 독립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교육 선진국으로 불리는 북유럽 국가들의 교육개혁. 특히 핀란드 교육개혁의 핵심에 바로 유초중등교사들이 있었다. 교육개혁을 계획하고 실현하는 사람들은 정치인이 아니라 교육자였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대입과정 공정성 논란은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교육의 목적이 인간의 행복이 아니라 학벌에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사라져버렸다.


‘수학능력’을 측정하는 방식은 개개인의 ‘다양성’보다 선발의 ‘공정성’이 중요하다는 감정적인 주장들은 일거에 학생중심 교육을 실천해온 교육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는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위해 존재한다. 학생의 성장과 발달은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사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다. 교실이라는 공간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며 생기는 갈등과 오해를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과정 속에서 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필고사의 ‘공정성’만을 추구하는 교실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나눌 다양한 수업이 존재하기 어렵다. 제한된 시간 내에 주어진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풀어낼 기술만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공정성을 추구하는 학생에게는 다양한 방식의 수업을 하는 학교교사보다 족집게 일타강사의 수업이 더 뛰어난 수업이라고 여겨진다. 따라서 교실 속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은 존재하지 않는다.


교사가 작성하는 학생생활종합기록부를 불신하는 사람들, 학생의 행복이 학벌에 있다고 맹신하는 사람들. 그들이 공통적으로 놓치는 점이 있다.


바로 학교는 ‘모든’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사회를 이루고 산다. 해가 갈수록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함께 어울린다. 이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기 위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경험을 해야 한다. 학교는 교사라는 성숙한 존재를 통해 이들의 갈등을 화합의 계기로 만든다. 본능이 가진 비과학적 편향을 교과라는 학문을 통해 이성을 일깨워 불안을 잠재운다.


교육은 사람과 사회에 대한 신뢰를 만드는 과정인 셈이다. 인간에 대한 신뢰. 그것은 곧 사회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 사회를 이루고 사는 것이 바로 사람이니까. 하버드 그랜트 연구에서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긴 것도 역시 관계였다.


2020년 1월1일, 강원도 속초해수욕장에 떠오른 해.(출처=속초시)
2020년 1월1일, 강원도 속초해수욕장에 떠오른 해.(출처=속초시)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 보자. 백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는 가치. 인간으로서 추구해야할 가치를 가르치는 교육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은 무엇일까? 바로 인간에 대한 깊은 신뢰가 아닐까? 그렇다면 학벌보다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을 중요하게 여기는 교육을 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어떻게 해야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으며 모든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을 중요하게 여기는 교육을 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바로 유초중등교육에 있다. 미성숙한 아이들이 처음으로 다양한 또래를 만나는 시기. 배움이라는 이름으로 교과라는 학문을 통해 다양한 또래와 상호작용하는 시기.


신체, 인지, 정서가 가장 급격히 성장, 발달하는 아동 청소년기에 아이들은 사람을 이해하고, 사회를 알아가는 눈을 얻는다. 이 발달의 결정적 시기에 각 개인이 가진 다양성을 무시하고 공정성만을 외치는 사회. 아이들이 만나는 교사를 불신하도록 조장하는 어른들. 이들이야말로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물이 아닐까?


2020년. 새해에는 행동으로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을, 교사를 신뢰하는 사회를 만드는데 다같이 노력하는 한 해가 되는 것이야말로 바로 교육을 백년지대계로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의 목적도 바로 이점에 있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청소년과 노인의 자살을 가로막는 신뢰와 연대의 토대가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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