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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서민수 경찰관의 요즘 자녀學] 신학기 부모가 꼭 알아야 할 학교폭력 : ③ 잘못된 감수성 ‘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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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야동’을 시청하는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면 부모로서도 당황스럽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임시 휴업기를 맞아 집에만 있게 되었고, 등교 대신 온라인 학습으로 대체한다고는 하지만 교육부의 당찬 발표만큼 아이들의 적응이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습니다.

한 초등 남자아이가 온라인 수업을 들어야 할 시간에 ‘야동’이라는 음란 영상물을 보게 되었고, 이를 알아챈 어머니는 아이에게 고약한 말까지 내뱉게 됩니다. 아이는 무릎을 꿇고 “죽을죄를 지었습니다.”라며 석고대죄를 했다는군요. 요즘 아이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그런 아이를 보는 부모의 잔소리만 늘어나 오히려 아이와의 관계가 전보다 더 안 좋아졌다는 불평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습니다.

부모의 시선에서 보면, 아이는 마치 무언가 잔뜩 담은 배낭을 둘러멘 채 아동기에서 성인기로 떠나는 ‘지구별 여행자’ 같아 보입니다. 여행 과정에서 아이는 신체적· 정서적 성장통을 겪게 되고, 때로는 뜻하지 않은 성취감과 좌절감도 맛보게 되죠. 그러다 아이는 예상치도 않았던 ‘성(性)’이라는 낯선 여행지를 만나 조금씩 달라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성(性)’이라는 낯선 여행지는 아이에게 호기심을 자극하고, 궁금하면 당장 실험해 볼 것을 재촉합니다. 그래서 아이는 호기심에 떠밀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자신의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정답을 찾지 못한 채 소소한 사건들을 거치며 여행을 이어가죠. 결국, 누구의 도움도 없이 여행 과정에서 얻게 된 어설픈 ‘성 정체성’은 여행의 종착역을 지나서야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어른으로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여행 과정에서 아이가 품고 있는 ‘성 정체성’을 알 수 없다는 데다 지금껏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부모는 ‘성(性)’이라는 여행지에서만큼은 아이의 여행 과정에 꼭 나타나 줘야 하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에게 틀린 길은 왜 틀렸는지, 맞는 길은 또 왜 맞는지를 알려줘야 하고, 또 다음 여정에서 조심할 수 있도록 든든한 안내자가 되어줘야 합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 사회는 ‘야동’의 존재와 소비에 대해 무턱대고 관대했던 게 사실입니다. 모두가 “어떻게 저런 걸 볼 수 있어?” 하면서도 손가락 틈 사이로 ‘야동’을 ‘소비해왔고, 사회악이라고 하면서도 진열된 야동을 암묵적으로 방치했습니다. 그래서 “‘야동’을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야동’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게 된 것이죠.

하지만 이제 ‘야동’을 포함한 ‘포르노그라피’를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담론은 아이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해칠 위험이 크다는 데 공감하고 있고, 그래서 국가가 나서 경로 자체를 차단하고 있지만 그리 녹록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시 말해, 부모의 인식과 교육이 없이는 힘들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회 분위기 또한 ‘성(性)’을 대면하는 태도가 크게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몇 년 전 불거진 유명 정치인의 성범죄 재판과정과 ‘미투 운동’에서 쏟아져나온 부끄러운 자화상이 우리 사회에 ‘성적 자기 결정권’과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새로운 진단 도구를 들이댔습니다. 하지만 교육 외에 뾰족한 예방책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세대와 남녀 간 갈등만 증폭되어 사회 안팎으로 ‘으르렁’거리는 소리만 더 커졌습니다. 그래서 부모는 당장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부모의 우려는 아이들의 학교에서 보여주는 성범죄 사안들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여학생의 기숙사를 출입하여 속옷을 훔친다든지, 체육 시간 빈 교실에 들어가 여학생의 물건에 정액을 뿌려놓는가 하면, 심지어 화장실에서 불법 촬영은 물론, 어린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성희롱들은 더 걱정스러울 지경입니다. 예컨대, 하굣길에서 친구들끼리 장난치며 여자아이에게 ‘가슴이 빵빵하다’라고 놀린다든지, 친구들끼리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성관계를 갖고 싶은 여자아이의 순위로 품평을 매긴다든지, 선생님 앞에서 대수롭지 않게 ‘앙~ 기모띠~’라고 내뱉는 말투에서 아이들의 부족한 성인지를 확인할 수 있어 부모의 우려는 점점 더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폭력에서 ‘성범죄’는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을 포함합니다. 특히, 학교폭력이라 하더라도 성범죄만큼은 점점 법의 정서 안에서 해석되고 있다는 게 최근 흐름이고, 특히, ‘성인지 감수성’이 학교폭력이나 형사 절차에서 중요한 판단요소라는 사실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부모는 당장 아이를 앉혀 놓고 ‘성인지 감수성’을 측정해야 할 판입니다. 부모의 실천은 말할 것도 없고요.

‘양성평등’은 ‘성인지’ 교육의 핵심입니다. 생물학적 차이를 이해시키고, 사회적 성 역할에 대한 올바른 관념을 심어주는 것은 물론, ‘성’과 관련된 잘못된 말과 행동은 언제든지 ‘폭력’으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해주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부모는 아이에게 ‘노 민즈 노(NO means NO)’라는 공식 즉, 상대가 저항이나 의사가 없더라도 그것을 동의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과 또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매체를 통해, 학창 시절 힘들게 노력해서 우수한 결실을 얻고도 잘못된 ‘성인지 감수성’으로 인해 한순간에 무너지는 모습들을 봐왔습니다. 그 때문에 피해자는 지울 수 없는 고통 속에서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고, 가해자는 사회적 존재감을 상실한 채 꼬리표를 감추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결국, 지금은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를 따지기보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를 먼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교육이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성인지 감수성’ 교육은 단순히 ‘성’ 자체만을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사람’에 대해 배우게 되는 인문 수업이자, 아이의 ‘자아’를 도덕적으로 완성해가는 철학 수업이기 때문입니다.

『어린 왕자』의 저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는 사막 어딘가에 아름다운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습니다. 우리 아이가 아름다운 이유 또한 아이 어딘가에 아름다운 샘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생각하게 됩니다.

부탁하건대, 아이들이 간직한 소중한 샘을 위해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 다른 교육에 밀리지 않도록 해주세요. 그래서 우리 아이가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소중하다.’라는 사실을 부모가 먼저 알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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