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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력보장 어떻게? 프랑스, 유급제도 대신 학업성취 맞춤 프로그램

최근 기초학력보장법안이 재 발의되면서 법안 찬반 논란이 점화되고 있습니다. 법안의 핵심은 ▲학생지원을 위한 예산과 지원센터 설치 ▲별도인력지원 방안 마련 ▲국가적 차원의 종합계획 수립 등입니다. 이 법안에는 유급 등의 조항은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학업성취도를 기준으로 유급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도 있습니다. 프랑스 역시 그런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노선주 한불교육교류협회 대표가 프랑스에서 유급제도가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와 학업성취 맞춤 프로그램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 지를 분석해 주셨습니다. 


[에듀인뉴스] 프랑스는 학업성취도에 따른 유급과 승급제도(월반)가 있습니다.


유아학교와 초등학교 초반에는 유급보다는 승급하는 학생의 숫자가 많고, 유급은 초등학교 3학년 혹은 4학년 과정에 해당하는 CE1, CE2 과정에서 주로 이루어집니다. 중학교 과정을 듣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학생의 경우 유급이 이루어집니다. 


학년을 뛰어 넘는 승급의 경우, 학업성취도 뿐 아니라 학생의 인성, 사회성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아무리 학업이 뛰어나고 IQ가 높더라도 인성 측면에서 부적응 상태로 판단되면 승급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반면, 유급의 결정적인 원인은 학업성취도입니다. 학업성취도를 결정하는데 있어 출석일수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최소학업일수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개근상은 존재하지 않고, 결석이 불문명한 이유로 잦아질 경우 학교장은 교육청에 학부모를 형사고발할 수 있습니다. 


결석으로 간주되는 경우는, 학생이 아프거나 가족 중 전염병에 걸린 경우는 전화 한 통으로 결석을 통보하고 출석할 때 알림장 결석계에 사인을 하면 됩니다. 결혼식, 장례식 등 가족 행사에 참여하는 경우나 방학 이외 기간 동안 학생이 보호자와 함께 이동하는 경우 미리 학교장에게 정중히 사유서를 제출 허락을 받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학업 환경이 바뀌었지만 학업시수 혹은 출석일 간주에 그리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보면 학업상태를 알 수 있다고 간주하기 때문입니다. 


유급은 보통 담임교사의 판단이 제1기준입니다. 학생의 학업상태를 보고 학교장에게 통보한 후 부담임교사, 학교내 학업특별지원팀과 함께 학생의 상태를 결정합니다. 학교의 유급제안은 학부모와 면담을 통해 교육부 담당 장학사의 의견으로 최종 결정됩니다. 


프랑스의 유급은 단순히 학년을 꿇어 다시 같은 학년을 듣는 의미를 넘습니다. 


학업성취 맞춤 프로그램(programme personnalisé de réussite éducative)을 통해 학생이 부족한 영역만을 특별히 듣게 하면서 학생의 시간표를 조절하고 맞춤별 프로그램을 짜줍니다. 


그래서 현재 프랑스의 경우 형식상 유급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학업성취 맞춤 프로그램은 다문화 학생, 특정 과목에 어려움을 보이는 경우, 학교생활 부적응 학생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한 학교생활의 어려움을 체크할 수 있어 학생의 학업이탈을 막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특정 교사 때문에 학업이 어려운 경우, 교육청에서 마련한 <특별 수업지원팀>에서 수업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최대한 학생의 어려움에 눈높이를 맞추고 개인별로 고유한 학업프로그램을 짜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프랑스에서 출석일수에 크게 좌우되지 않고 학업성취도에 따라 유급제도가 존속할 수 있는 사회적 배경이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사교육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학교에 안 다니고 학업성취를 이룰 수 있는 길이 많지 않습니다. 홈스쿨링을 위한 <국립원격교육센터>(CNED)는 특별히 학업이탈이나 학교공포증이 있는 경우가 아니면 듣지 않습니다. 몇몇 사교육 학원은 보통 프레빠 등 엘리트 고등교육기관을 가기 위한 특별과정에 한합니다. 가정교사를 한 두 시간 들이는 것 이외에 초중등 사교육 단체는 전무합니다. 


둘째, 유급을 실패나 부족으로 간주하지 않는 학부모와 학생의 태도입니다. 


대부분 "공부 좀 하지 그랬어"하고 장난 정도로 애를 꾸짖거나, "아, 그런가요? 그럼 뭘 어떻게 하면 되죠 ?"하고 학교에 기대는 편입니다. 점수가 적힌 객관적 자료 앞에서 수긍하지 않는 부모는 극히 드뭅니다. 유급을 해서 부족한 학업을 보충한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유급으로 인한 학교생활 갈등을 최대한 줄입니다. 


같은 반 친구들이 다른 학년으로 올라가는데, 혼자만 가지 못했을 때 학생이 느낄 수 있는 심리적 어려움에 대해 최대한 배려합니다. 같은 반 친구들과 보낼 시간도 따로 마련해주고, 저학년이었던 학생들 속에서도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특별한 관심을 쏟습니다. 


나이에 따른, 학년에 따른 위계가 전혀 없는 프랑스 학교이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그리고 학업 우수학생, 미달학생과 같은 서열이 전혀 없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나이 한 살 많다고, '선배님'이란 호칭으로 깍듯이 부르는  한국 학교의 교실 문화에서 유급된 학생들은 어떤 모습일까요. 


일정 학업성취가 이루어지지 않아도 출석만 하면 졸업을 할 수 있는 현재 한국의 모습은 분명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학교와 학부모, 교실 문화가 이렇게 차이나는 한국사회에서 유급을 논하는 것은 여전히 조심스럽게 느껴집니다. 이럴 때,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맞추어 주는 <학업 성취 맞춤 프로그램>은 학생을 배려하고 고유성을 인정하는 프로그램으로 적절해 보입니다.


노선주 한불교육교류협회 대표/부르고뉴대학 한국어 강사<br>
노선주 한불교육교류협회 대표/부르고뉴대학 한국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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