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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게 크게… 은유가 만들어낸 조화로운 아이러니 ‘오세열’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mixed media on canvas, 90.9×72.7cm, 2022 /아트조선
 
어린아이의 그것과 같이 삐뚤빼뚤한 글씨체, 어눌한 듯하면서도 자유로운 필치, 그리고 생각지 못한 곳에 불쑥 자리한 작은 오브제에 이르기까지 소박하고 수수한 존재감을 지닌 이들이 모여 이뤄낸 잔잔한 화합. 오세열(77)의 그림은 그러하다. 작고 하찮은 것들이 빚어낸 밀도 높은 그의 화면에서는 마주할 때마다 다른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폐지, 단추 등 작가가 직접 일상에서 수집하고 채택한 대수롭지 않은 오브제는 이따금 캔버스 위로 감초처럼 등장해 그림 기저에 숨은 이야기의 첫머리를 열어주듯 열린 결말의 단초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들 콜라주는 자신을 직설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각자의 위치에서 조용한 존재감을 은유적으로 암시할 뿐이다. “은유성은 제 작업의 근간을 이루는 큰 갈래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특성이 감상자로 하여금 작품 앞에서 발길을 오래 머물 수 있도록 돕는 요소죠. 볼 때마다 다르고 보는 사람마다 또 다르고.”
 
이러한 감상을 두고 혹자는 ‘깊은 맛이 있다’라고 할 수 있겠고,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묵은지 같은 그림’이라고도 한다. 오세열의 회화에서는 자극적이고 강렬한 조미료맛과는 구별되는, 미감(美感)을 일깨우는 고상한 숙성의 풍미가 이는 듯하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mixed media on canvas, 60.6×72.7cm, 2022 /아트조선
 
작가는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는 생각이 일반적이지만, 오세열은 잘 못 그려야 한다고 말한다. 여전히 그의 안에는 어린 소년이 있다. “어린아이가 어떤 대상을 그릴 땐 있는 그대로, 자기 눈에 보이는 그대로 그릴 뿐이죠. 저도 애써 잘 그리려고 노력하지 않아요. 겉보기에 그럴싸한 테크닉이나 현란한 기교는 배제하고 단순해져야 화가로서의 진정성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동심을 반추하는 특유의 반추상화로 마니아층이 두터운 오세열이 23일부터 7월 23일까지 서울 중구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개인전을 가진다. 작가의 미공개 최신작의 첫선을 보이는 자리다. 아울러, ‘제3회 한국일보사 한국미술대상전’(1976)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다락방’(1975)을 비롯해 작가의 1970~1980년대작도 함께 내걸린다. 전시 개막을 앞두고 경기 양평군에 위치한 작가의 스튜디오를 찾았다. 자연채광이 흠뻑 들어오는 작업실 곳곳에는 화구와 재료가 그의 그림처럼이나 꾸밈없이 놓여 있었다.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mixed media on canvas, 90.9×72.7cm, 2022 /아트조선
 
─이번 전시에 출품되는 신작들을 보니 수수한 진달래 빛 분홍, 원색의 파랑이라기보다는 쪽빛이라든지 또한 검은 빛깔도 칠흑이라기보다는 빛바랜 자연스러운 흑색인데요. 소박한 이들 색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그러한 색감이 다른 작가와 차별되는 나만의 특성일 테지요. 예를 들어 흰색을 좀 보여주고 싶으면 흰색 자체를 원색으로 칠하는 게 아니라 다른 색을 거기에 섞어요. 섞어서 서너 번 그걸 혼합한 다음에 최종적으로 원색을 거기다가 가미하다 보면 거의 흰색에 가까운 색이 나옵니다. 그런 것들은 무게감을 주기 위해서 필요한데요. 흰색도 그냥 한 번에 칠하면 가볍거든요. 저는 가벼운 걸 아주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작품을 이렇게 위로 들어 보면 아마 제 작품이 제일 무거운 무게가 나올 거예요. 검정색도 그냥 검정 물감 그대로를 칠하는 게 아니라, 이를테면 엄버(umber)나 번트 엄버(burnt umber), 세피아(sepia)와 같은 컬러들을 약간씩 섞어서 거의 검정색에 가까운 색을 만들어내죠. 그렇기 때문에 같은 검정이면서도 차별화되는 품위 있는 색이 나오는 겁니다.”
 
─일전에 이런 말씀을 해주셨거든요. ‘겉절이보다는 묵은지 같은 그림이 좋다’라고. 방금 설명해주신 색을 내는 방식과 연관되는 말씀인 거 같습니다.
 
“맞아요. 깊은 맛이라고 해야 하나. 어떤 작품이 있다고 칩시다. 그 작품을 처음 봤을 때와 여러 번 봤을 때 느낌이 다르거든요. 저는 감상자들로 하여금 여러 번 보게끔 하기 위해 은근히 유도하죠. 수 번 봐야 비로소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있는 법이니까요. 작가의 의무는 작품 앞에서 감상자가 오래 머물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합니다. 전시장에 들어와서 쓱 훑어보는 것과 작품 한 점 한 점을 지그시 오랜 시간 보는 것은 작가에게도 벌써 기분이 완전히 다르죠. 저는 그런 거를 중시여기고 예민한 편이에요.”
 
─그렇다면 감상자의 발길을 머물게 할 수 있는 건 어떤 요소일까요.
 
“그건 온전히 작가의 책임입니다. 제 작품을 본 사람들의 한결같은 얘기가 ‘작품을 한 번 봐서는 안 되더라’라고 하는데, 처음 한 번 보고, 다시 갤러리에 돌아가서 보면 또 다른 느낌으로 보게 된다는 거죠. 사실 그건 제가 의도한 바입니다. 그렇게 되려면 작품에 어떠한 매력이 있어야 되는데, 그게 한 번에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닐 테죠.”
 
mixed media on canvas, 130.3×162.2cm, 2022 /아트조선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아이의 낙서와 같은 글씨체, 어눌한 듯하면서도 자유로운 화면 구성 등은 선생님의 전매특허와도 같습니다. 소박한 것들이 한데 모여 완성도 높은 화면을 이뤄내는데,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관심은 어디서 어떻게 기인한 것인지요.
 
“어린아이와 노인은 공통점이 있어요. 바로 단순하다는 겁니다. 어린아이들을 보면 너무나 순박하잖아요. 어떤 대상을 보고 그릴 때, 기술적으로 잘 그리려고 하는 애들은 하나도 없어요. 그냥 보이는 대로 순수하게 그릴 뿐이지. 저는 그런 걸 중요시해요. 저 또한 잘 그리려고 애쓰는 작가는 아니에요. 역설적이지만 잘 못 그려야 진짜 그 사람의 자아, 정체성, 숨은 의도, 인간성이 보일 수 있는 계기가 되죠. 기교는 제 그림에서 중요하지 않아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는 거니까.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잘 안 그려도 되는 것들에 늘 관심을 가지고 찾아내고 있어요. 그중에 대표적인 게 글자와 숫자입니다. 특히 숫자는 잘 쓸 필요도 없어요. 그저 어린아이들이 쓰는 것처럼 삐뚤빼뚤하게, 단순하게….”
 
mixed media on canvas, 116.8×91cm, 2022 /아트조선
 
─선생님의 작업에서 숫자는 빼놓을 수 없는 소재인데, 1부터 10까지의 숫자들이 수없이 빼곡하게 화면을 채우지 않습니까. 이들 숫자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모든 사람은 태어나서부터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숫자와 떨어질 수 없어요. 좋으나 싫으나 우리는 늘 숫자에 얽매여 때로는 그 숫자에 예민해 하고, 때로는 많은 사람들이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기도 하고요. 숫자는 희로애락 그 자체에요. 감상자들은 그림 속 숫자를 통해서 자기만의 기억과 내재된 자아와 만날 수가 있는 거죠. 또 우리 어릴 적에 학교에 처음 들어가 제일 먼저 하는 게 바로 숫자 배우는 건데. 몽당연필에 침을 살살 묻혀가며 숫자를 쓰던 그때의 천진난만한 시절이 자꾸 그리워집디다. 이게 나이를 먹어서 이제 노인이 됐다는 뜻 아닌가 싶어요. 또한, 숫자를 100호나 200호 같이 큰 캔버스 전면에 꽉 차게 써 내려갈 때는 초반엔 괜찮지만 이후부터는 아주 지루하기 짝이 없어요. 이러한 반복된 행위가 제게 인내심을 키워준 것 같습니다. 마치 산속에 들어가서 도 닦는 것처럼, 저는 숫자를 통해 제 마음을 다스리는 경험을 자주 해요. 캔버스 맨 밑까지 숫자를 다 써내는 순간, ‘해냈다! 끝냈다!’ 외치죠. 저는 숫자와 인연이 아주 깊습니다. 제 이름도 숫자로 이뤄져 있거든요. 오(5), 세(3), 열(10). 다 합치면 열여덟. 하하.”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연관성을 지니지 않은 서로 다른 물체들이 캔버스 위에 드문드문 놓여있는 모습이 꼭 어릴 적 소꿉놀이나 흙 놀이가 끝난 뒤의 모습을 연상하기도 합니다. 실링칼, 단추 등과 같이 지극히 일상적이고도 흔한 물건들을 작업 소재로 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감상자들을 매혹하는 일종의 제스처라고 할 수 있죠. 사람들이 쓰고 버린 것들을 보통은 쓰레기라고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들은 제 작업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어요. 하찮은 것들일 수 있으나, 내 손끝을 통해 새 생명을 불어넣고 새로운 의미와 역할을 부여하는 거죠. 저는 어렸을 적부터 오리고 붙이는 행위를 참 즐겼었는데, 그때를 회상하며 다시 재연해 보고픈 마음에 이것저것 오려내어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일상적인 소품을 오브제로 사용함으로써 보는 이는 정감과 친근감을 느낄 수 있고요. 사람 간에 소통이 중요하잖아요. 하찮은 혹은 버려진 물건으로써 작가와 감상자가 소통을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제 생각을 전달할 수도 있고요.”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오세열표’ 인물화에서는 정겹고도 서정적인 맛이 짙게 배 나옵니다. 미완의 형상을 띤 인물을 통해 말씀하시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제가 해방둥이예요. 그리고 다섯 살 때는 6.25를 겪었죠. 때문에 그 시대의 어린 아이들의 굉장히 어두운 표정이 지금도 선연해요. 아울러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각지대와 변방에 놓인 어린아이들의 표정을 그려 어두운 현실을 일깨워주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어요. 작품 속 인물은 대부분 어린아이들이에요. 때로는 코가 없거나 귀가 없는 식이죠. 어떤 이는 다리가 한 짝만 있기도 해요. 이처럼 비례가 맞지 않지만 전혀 부자연스럽지는 않도록 그려냅니다. 의도적으로 이렇게 표현해 감상자들을 제 그림 앞에서 더욱더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거예요.”
 
mixed media on canvas, 162.2×130.3cm, 2022 /아트조선
 
─선생님 작업 세계에 있어서 열린 결말, 해석의 여지가 있는 미정의 지점 어딘가가 중요한 화두가 아닐까 싶습니다. 보는 이에 각자 다르게 작동하도록 말이죠. 그런 연유로 작품명을 ‘무제’로 하는 것인지요.
 
“그런데 실은 이 ‘무제’라는 것 자체도 제목이란 말이죠.”
 
─그렇다면 선생님 작품을 ‘무제’라고도 부르면 안 된다는 것이죠?
 
“그렇죠. 캡션에 ‘무제’라고 다는 것도 안 됩니다. 아예 아무것도 없어야 해요. 그냥 작가명, 제작년도 정도만 있어야 해요. 작품 제목란은 아예 빈칸으로. 작품에 제목이 없는 이유는 감상자들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예를 들어, 어느 작품의 제목이 ‘산’이라고 합시다. 그러면 감상자는 자꾸만 산에다가 초점을 맞춰 그림을 보려고 한단 말이죠. ‘어라, 난 산 같아 보이지 않는데.’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제목이 ‘산’이라고 하니까. 그림을 보는 순간, 감상자 스스로 어떠한 심상이 와 닿아야 하는데, 제목이 먼저 감상을 억지로 주입한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저 같은 경우는 제목을 아예 붙이지 않습니다. 저는 작업 방식 자체가 자유분방하기 때문에 보는 사람들마다 각자만의 감상으로 보게 되거든요. 작품 한 점을 두고도 감상자 열 명은 각기 다른 생각을 떠올리는 거죠. 이게 참으로 중요한 대목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목을 붙이지 않아요.”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mixed media on canvas, 162.2×130.3cm, 2022 /아트조선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작업 방식이 색을 두껍게 올린 다음 이를 면도날이나 이쑤시개, 못 따위로 긁어내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 작품의 제작 과정에 대해서 지금 질문하신 건데 실은 이게 비밀이랍니다. 물감 바르기 이전에 기초 작업이 있는데 이 단계가 작업 전체 중요도의 80%를 차지해요. 아주 핵심적인 단계인 거죠. 이 기초 작업에서는 저만이 사용할 수 있는 재료가 있어요. 제가 제 작품을 봤을 때 어떤 중요한 맛, 깊이와 밀도가 있는 느낌들은 바로 그 기초 작업에서 오는 영향이 커요. 그러고 난 뒤 색을 올리고 그 표면을 바늘이라든지, 나무젓가락을 삐죽하게 깎아서 긁어내는 거죠. 송곳도 곧잘 사용하고요. 그러나 붓은 절대 쓰지 않아요. 원하는 색을 내기 위해선 몇 가지 색을 혼합해야 하는데 붓을 쓰면 그 도중에 색이 이미 죽어버리거든요. 신선한 맛이 사라지는 거예요. 또 다른 중요한 점은 저는 무작위로 그려낸다는 것입니다. 선을 그릴 때, 이렇게 이런 식으로 그려야겠다 다짐하고 그리는 것이 아닌, 나도 모르는 행위에 의해서 나오는 무작위말예요. 전 그렇게 작업합니다. 자연스러움과 본능적인 것을 표현하고 싶어서요.”
 
─두꺼운 물감층을 그렇게 긁어냄으로써 캔버스의 숨통을 트여주는 느낌도 들거든요.
 
“맞아요. 그런 기분이 나죠. 또 표현이 그렇지만, 상처 내는 느낌도 나고요. 상처를 내면 아픔이 따르잖아요. 마치 내 몸에 상처를 내는 것처럼, 그도 그럴 것이 캔버스는 내 몸이기도 하니까. 실제로 작품할 때, 어떤 그림은 쉽게 나오고 어떤 그림은 오랫동안 붙들고 있어도 마음에 썩 들지 않을 때가 있거든요. 그러나 결국은 그래도 오랫동안 시달림을 받으면서 나온 그 그림에 더 애정이 가더군요.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뭐든 너무 쉽게 나오는 것도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mixed media on canvas, 116.8×91cm, 2022 /아트조선
mixed media on canvas, 130.3×97cm, 2022 /아트조선
 
─다가오는 6월 23일 아트조선스페이스에서 개막하는 개인전을 앞두고 계십니다. 이번 전시에서 신작을 내보이기 위해 힘쓰셨다고요. 
 
“작가가 전시를 하는 건 참으로 좋은 일이죠. 자기의 결과물을 남에게 내보일 수 있는 자리니까요. 그런데 또 너무 자주 하다 보면 시정해야 할 부분을 미처 놓칠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개인전이라고 한다면, 오랜 시간 꾸준히 작업하면서 그중에서 진짜로 보여줘야 하는 중요한 그림만 선별해서 선보이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보는 이들도 더 관심 있게 보게 될 테고요. 너무 전시를 자주 열다 보면 보여준 걸 또 보여주기 쉽잖아요. 이를 반복하게 되면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거두게 되죠. 전시할 때마다 작품에 변화가 있으면, 이번에는 무슨 변화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 아무래도 기대감이 생기겠지요. 앞서 말했듯이 그런 관심을 갖게끔 하는 것이 작가로서의 책임이고요.”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나이를 막론하고 선생님의 ‘묵은지’ 같은 그림에 매료된 이들이 많습니다. 그 힘은 무엇이라고 자평하시겠습니까. 
 
“시대성이 있어야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 MZ세대로 통칭되는 이들 정체성이나 자라온 환경은 제 세대와는 많이 다르거든요. 작가라면 그런 젊은 세대들도 공감할 수 있는 작업을 해야 좋지 않을까 고민도 해봤어요. 그래서 동시대적인 언어와 기호를 제 작품에다가 사용하려고 했고요. 그러면 젊은이들도 제 그림을 보고 재미있다고 느끼지 않겠어요? 또 요즘 와서는 좀 컬러풀한 작업도 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 내 그림이 세계 어느 나라, 어디에 걸려 있던 이건 오세열 작품이라고 단박에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그 정체성 말예요. 그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것이 바로 제 언어고 내 냄새인 거죠.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것이에요. 혹시 누가 흉내 내더라도 곧바로 표가 날 걸요?”
 
문의 (02)736-7833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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