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교육부, 중하위권 학생들 진학 지원 외면한다

전문대협과 대교협 지원에 차별 두지 말아야



‘상위권=4년제 대학 진학?’ NO!
고등학생들의 진학 방향이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학교 현장의 트렌드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이라고 해서 모두가 상위권 4년제 대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수도권 고교 내신 2등급 이상 학생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전문대 진학을 희망할 정도로 ‘상위권=4년제 대학 진학’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서울 강남 3구에서 오랫동안 진학지도를 해온 선생님들은 “이런 기류가 생긴 것은 4년제 대학의 취업률 하락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7년 12월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2016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 통계’에 따르면,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진학하고 있는 4년제 일반대학 졸업자 취업률이 4년 연속 하락했다.

4년제 대학 취업률은 2012년 66.0%를 기록한 이후 2013년 64.8%, 2014년 64.5%, 2015년 64.4%, 2016년 64.3%로 매년 감소 추세다. 반면 전문대 졸업자의 2016년 취업률은 70.6%, 일반 대학원 졸업자의 취업률은 78.3%로 모두 2년 연속 상승했다.

이처럼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다 보니 좀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재수, 삼수를 하기보다 취업률 높은 전문대에 진학해 일찍 사회로 진출하려는 학생들이 많아진 것이다. 또 경쟁력 있는 전문대의 특성학과에 진학 후 4년제 대학에 가는 경우도 늘고 있고 평생교육이 주목을 받으면서 중장년들의 전문대 진학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전문대 진학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하위권 위한 대입 정보 전무해
문제는 일선 고교에서 전문대를 주로 가는 4등급 이하 중하위권 학생들을 위한 진학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교육열이 가장 높다는 강남 3구 소재 고교를 봐도 전체 학생들 가운데 1/3은 전문대에 진학하고, 서울 전체로 확대해 봐도 많은 경우 전체 학생의 50% 이상이 전문대에 진학하는 학교도 있다. 하지만 학교의 진학지도는 상위권이라 불리는 1등급(4%), 2등급(7%), 3등급(12%) 총 23%의 학생들에게만 집중돼 있고, 나머지 77%의 중하위권 학생들을 위한 진학지도에는 자료부족과 정보부족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4년제 대학과 달리 전문대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은 대학의 서열보다 학과를 우선해 선택하지만, 이들에게 전문대에 어떤 학과가 있고 그 학과에서 무엇을 가르치며 취업률은 어떤지 등을 상세히 알려주는 거의 없다.

강남 소재 고교에서 오랫동안 진학지도를 해온 A교사는 “대부분의 학교가 사실상 상위권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네가 알아서 대학에 가라’는 식이라, 전문대를 진학하려는 학생을 위한 설명회는 물론이고 그 흔한 안내서조차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4년제 대학과 전문대 차별하는 교육부 정책

이런 문제가 생기는 근본 원인은 4년제 일반대와 전문대 지원에 차별을 두고 있는 교육부에 있다. 교육부는 4년제 일반대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예산 등의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전문대 협의체인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이하 전문대협)에 대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전문대가 학생들의 진학지도를 지원하는 데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차별적 예산 지원은 고교 현장의 각종 진로진학 지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예산이 없으니 상담교사 배치나 전문대 입시 정보를 알려주는 홈페이지 개설, 전문대 입시 자료 제공 등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전문대협은 4년제 일반대와 전문대의 입시 예산지원 불균형을 시정해 달라고 교육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교육부는 묵묵부답인 것으로 알려졌다.

▲ 4년제 일반대 62억 원, 18억 원 필요한 전문대에 5억 원 지원
교육부의 예산지원 현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2018년 일반대는 특성화교육비로 62억 원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전문대에 지원된 금액은 5억 원에 불과했다. 전문대협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학생들에게 대입지원 서비스를 해주기 위해서는 매년 18억 원 정도가 필요한데, 일반대 위주로 입시정보 제공 예산이 편중된 탓에 중하위권 학생 및 소외계층 학생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도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호소한다.

또한 입시로 인한 고교교육의 내실화 기여 및 학생·학부모의 대입 부담 완화 사업은 일반대학에만 지원하고 있다. 교육부는 현재 4년제 대학을 위해 대교협을 통해 연간 559억 원을 지원하는데, 전체 입학생 가운데 약 34%를 차지하는 전문대에 대한 지원은 전무한 실정이다.

4년제 일반대는 신입생을 미충원할 경우 차년도에 이월모집을 할 수 있게 해 사실상 증원모집을 허용되지만, 전문대학은 차년도 이월모집이 허용되지 않는다. 교육부고시에 따라 신입생 미충원 인원 이월 승인 및 초과모집 인원 처리 기준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전문대는 교육부에 교육부고시에 따른 처리기준을 폐지하고, 입학전형 시 동점자 발생 등 초과모집이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증원모집 인원만큼 차년도에 모집인원을 줄이는 규정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상태다.

말로만 특성화교육…중하위권 학생 외면하는 교육부
전문대협은 교육부가 자유학기제나 자유학년제를 실시하며 특성화교육을 활성화한다고 하고,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에 맞게 전문대학에 진학하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4년제 대입 위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중하위권 학생들에 대한 진로진학 지도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4년제 일반대 위주의 교육부 교육정책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현장의 많은 교사들도 중하위권 학생들도 우리 사회의 주요 구성원에서 중요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진로진학 지도에 차별을 두어 학생들의 자존감에 상처를 입히는 행위를 하는 교육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교육부는 상위권 학생들만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 아니다. 대교협과 전문대협의 전체 학생수에 따른 예산상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치더라도, 지금처럼 4년제 대학에만 정책 지원을 쏟아 붓는 것은 잘못 돼도 한참 잘못된 일이다.

올해 전문대협 진학지원센터로 부임한 안연근 진학지원센터장(전 서울진학교사협의회장)은 학교와 교육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중하위권 학생들을 위해 시도교육청과 연계해 특성학과 설명회나 전문대 진학박람회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학생들의 전문대 전공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전공별, 지역별로 묶은 전문대 안내서를 만들어 배포할 계획도 있다.

문제는 부족한 예산이다. 안 센터장은 “중하위권 학생들을 소외시키지 않고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들을 대상으로 특성화교육에 매진하고 있는 전문대에 대한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정부의 진로진학 지원정책마저 학생들의 성적에 따라 차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은 하루빨리 시정돼야 마땅하다. 헌법 제31조 제1항은 국민에게는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것을 공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고, 또한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적으로 배려하여 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든 못하는 아이든 모두가 균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교육부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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