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범 타임교육 서부지역 대입연구소 소장이 밝히는 자기소개서 작성법

 

학생이 자신이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가지고 방문을 했다. 잘 작성했다고 생각했지만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최종적인 검토를 받기 위해서였다. 그 학생의 자기소개서에는 거의 모든 항목에 걸쳐 자신의 활동과 그에 대한 간략한 설명들만이 나열되어 있었다. 학생에게 활동을 통해 배운 것이 무엇인지 질문했으나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자신이 주도해서 어떤 활동을 했다는 주장을 제외하면 학생부와 차이가 없었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이런 오류를 범한다. 

 

이것은 글쓰기 능력의 부족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자기소개서의 각 항목에 어떤 이야기를 어떤 관점에서 써야겠다는 고민이 부족한 상태에서 자기소개서를 활동 결과에 대한 보고서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범하는 오류이다. 자기소개서는 자신의 성장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작성과정에서 활동을 했던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과정을 서술해도 되고,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을 수정하는 계기로 삼아도 된다. 동일한 교실에서 동일한 수업과 활동을 해도 배운 것과 느끼는 것은 다르기 때문에 모범답안도 있을 수 없다. 자신의 활동 경험을 통해 자신의 사고능력이 심화되는 과정을 서술한다면 좋은 자기소개서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렇게 하려면 몇가지 해야 할 일이 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활동내용을 정리하는 것이다. 학교생활기록부에는 동아리 활동을 비롯한 자율 활동, 봉사 활동, 진로체험 활동, 독서,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등 자신의 고등학교 3년간의 활동들이 기록되어 있다. 학생들은 이 기록들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전부 기억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활동의 구체적 내용들에 대해 질문하면 거의 모든 학생들이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안난다고 답한다. 활동 목록을 정리하고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작성해보아야 그 활동들이 나에게 준 영향, 그것으로 인해 성장한 나의 모습을 서술할 수 있다.  

내용정리가 끝난 후에 할 일은 자기소개서의 각 항목에 어떤 활동을 서술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자기소개서 1번 항목은 학업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배우고 느낀 점을 서술하는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 학생들이 학업능력을 교과성적과 동일시하면서 1번 항목에 특정 과목의 성적향상과정에 대해 서술한다. 성적변화추이는 자기소개서에 쓰지 않더라도 학생부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성적 관련된 내용을 서술하는 것은 한정되어 있는 지면을 낭비하는 것이다. 1번 항목에는 궁금한 것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자신의 열정과 그 과정을 통해 향상된 사고능력에 대한 구체적 사례를 서술하면 된다. 

2번 항목은 자신이 의미를 두고 노력한 활동을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쓰는 것이다. 주의할 것은 활동의 주체가 학생 자신이라는 점이다. 자신에게 의미가 있었다면 특별해 보이지 않아도 얼마든지 서술해도 된다.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주도하지 않았거나 실패한 활동에 대해 서술하는 것을 꺼려한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실패를 통해서도 배운다. 중요한 것은 실패의 이유와 다시 실패하지 않기 위한 대안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느냐다. 실패한 실험에 대해 서술하면서 그 실패의 이유를 찾고 좀더 철저히 실험을 준비하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마지막으로 학생부에 자신이 하지 않은 활동이 기록되어 있다면 그 내용에 대해서도 정리해 놓아야 한다. 학생이 실제 하지 않은 활동이 기록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학생부나 자기소개서는 인성면접 특히 서류확인 면접의 근거 자료로 활용된다. 활동내용에 대한 질문에 자신은 그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을 경우 그 학생부에 기록된 내용 전부가 신뢰성을 잃게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 작업들은 단 시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따로 시간을 내서 작업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쉬는 시간이나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에듀동아 김효정 기자 hj_kim8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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