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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뉴스

[교단일기] 초등학교 영어 시간, 영어로만 대화하는 수업이 어려운 이유

필자는 영어 교과 전담을 맡아 3학년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3학년은 영어를 처음 배우게 되는 학년인지라 어른들이 당연하게 알고 있는 단어나 어휘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어른들도 사실 영어에 아주 능숙한 사람은 드문 편이지만 영어를 읽고 쓸 줄 알고 기본적인 영어 단어나 인사법은 외래어처럼 익숙하기도 하다. 그런데 3학년은 외래어, 외국어의 개념조차 모르면서 어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그대로 따라 사용하기에 ‘외국어’ 자체에 익숙하지 않다. 

이런 아이들에게서 우리는 얼마나 큰 가능성을 볼 수 있는가! 제2·3외국어, 그리고 외래어가 뭔지도 모르는 학생들은 어른이 사용하는 말을 그냥 따라 한다. 주변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면 한국어를, 영어를 사용하면 영어를 하는 것이다. 어렸을 때 외국으로 이민을 간 한국 아이들이 모국어보다 외국어를 더 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TEE(Teach English in English)’ 방식의 교수법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학생들에게 영어로 인풋(input)을 꾸준하게 넣어주면 자연스럽게 아웃풋(output)이 나오는 것은 본능이고 당연한 결과다. 그렇기에 나는 대학생 때부터 “초등학교에서부터 TEE 교수법을 적극 활용하여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그런데 그 주체가 내가 될 줄이야… 올해 갑자기 영어를 가르치게 되었는데 생각해보니 나부터도 준비가 안 된 것 같았다. ‘선생님이 되면 자연스럽게 TEE로 영어를 가르칠 수 있을 만큼 알아서 영어공부도 하고 많이 성장해있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해 왔던 게 아닐까.  

Copyright 2018. 최성권. All rights reserved.​​​​​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고 있진 않지만 꾸준히 발화 연습을 함으로써 아이들과 함께 배워가자는 생각으로 학기초에 TEE를 시도했다. “Don’t speak in Korean.(한국어로 말하지 마세요.)”을 시시때때로 외치며 영어 수업 시간만큼은 영어로 말할 수 있게 지도를 해왔다.  

하지만 학생들이 워낙 영어를 접하는 환경이 적다보니 맥락적으로 영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교사든 학생이든 한국어를 써야 하는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 시간이 갈수록 영어 수업에 한국어가 침투해왔다. TEE가 중요하단 걸 알면서도 그것을 교실에 적용시키기는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국의 영어 교육은 교사가 영어를 얼마나 사용하는지, 교사의 영어 발화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한국어로부터 영어 교실을 어떻게 지켜내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마 더 중요한 문제이지 않을까. 멀티미디어의 적절한 활용과 듣기, 말하기 훈련을 통해 올바른 TEE가 한국 초등학교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이 점차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Copyright 2018. 최성권. All rights reserved.​​​​​
 
▶ 최성권 충북 증안초 교사 

(최성권 증안초 교사는 ‘아이스크림 쌤블로그’에 교단생활을 담은 4컷 만화 콘텐츠를 게재해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더욱 많은 고민과 수업 노하우가 담긴 최성권 교사의 교단일기는 '아이스크림 쌤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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